尹대통령 "중대선거구제 검토 필요…지역별로 2∼4명 선출 고려"
연초 개각설에 "한번 판단해볼 생각"…이태원 참사 정무적 책임론엔 "책임이 있어야 묻는 것"
野 정치보복 주장에 "이해 못해" "무슨 윤핵관 있겠나" "아내 할일 많더라…겸손히 잘하라고 해"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은 2일 "중대선거구제를 통해 대표성을 좀 더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공개된 조선일보 신년 인터뷰에서 "지역 특성에 따라 2명, 3명, 4명을 선출하는 방법도 고려해볼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현행 소선거구제의 단점에 대해선 "전부 아니면 전무로 가다 보니 선거가 너무 치열해지고 진영이 양극화되고 갈등이 깊어졌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부터 중대선거구제에 대해 긍정적 입장을 밝혀왔다.
정치권에서도 여야 모두 중대선거구제 도입에 긍정적 기류가 있는 만큼, 윤 대통령 발언을 계기로 중대선거구제 개편 논의가 본격화할지 주목된다.
윤 대통령은 북핵 대응과 관련, 미국의 핵전력을 한미 공동으로 기획·연습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우선 "과거 미국의 '핵 우산'이나 '확장 억제' 개념은 미국이 알아서 다 해줄 테니 걱정하지 말라는 것인데, 지금은 그런 정도로 우리 국민을 납득시키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이어 "실효적 확장 억제를 위해 미국과 핵에 대한 공동 기획, 공동 연습 개념을 논의하고 있고, 미국도 상당히 긍정적"이라며 "핵무기는 미국의 것이지만 계획과 정보 공유, 연습과 훈련은 한미가 공동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 추진 가능성과 관련해서는 "만남을 거부할 이유가 없지만, 보여주기식의 만남이 한반도 평화에 과연 도움이 되겠나"라고 반문했다.
북한의 무인기 영공 침범에 대해서는 "군사적 가치보다는 민심을 교란해 우리의 국가 시스템 작동을 방해하기 위한 일종의 '소프트 테러'라고 본다"고 언급했다.
또 한일관계 정상화 방안에 대해 "강제징용 등 현안이 풀리면 한일 정상 간 셔틀 방문 등 정상화의 물꼬를 틀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연초 개각이나 대통령실 개편과 관련, "지금 함께 일하고 있는 내각이나 참모들이 현재 일을 해나가는 데 큰 문제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종합적으로 한번 판단해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등에 대해 제기되는 이태원 참사 정무적 책임론에 대해선 "정무적인 책임도 책임이 있어야 묻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야당과 협치 방안에 대해 "경찰국 예산안을 받아주면 야당에서 원하는 지역상품권 예산을 많이 늘려주겠다고 했는데도, 끝까지 문제 삼았다. 서로 생각이 너무 다르다. 대화가 참 어렵다"면서도 "일단 여야가 자주 대화하도록 하고 국회의장단과 소통을 통해 문제를 풀어나가려고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전임 문재인 정부 인사들에 대한 검찰 수사가 정치 보복이라는 야당 주장에 대해서는 "지금 수사는 이미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에서 다 나온 이야기"라면서 "정치 보복성 수사라고 한다면 국민이 얼마나 매섭게 심판하겠나. 정치 보복이란 주장을 이해할 수 없다"고 일축했다.
윤 대통령은 여당 내 '윤심' 논란에 대해 "결국은 국민한테 약속했던 것들을 가장 잘할 사람들과 함께 가야 한다"며 "여의도 정치를 내가 얼마나 했다고 거기에 무슨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이 있고 윤심이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차출설에 대해선 "당 대표는 너무 이르지 않은가"라며 "한 장관과 통화할 때 '당 대표에 출마할 생각이 있는 거냐' 물었더니 그냥 웃더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올해 경제 상황이 녹록지 않을 것을 전제로, 부동산 연착륙을 위해 "수요 규제를 빠른 속도로 풀어서 낙하산을 매달아줘야 한다"며 "새해에는 아주 속도감 있게 (대출, 세금 같은) 수요 규제를 풀 생각"이라고 밝혔다.
부산 엑스포 유치 전망을 묻자 "우리든 사우디아라비아든 엑스포 유치를 양보하거나 흥정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잘 될 거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밖에 중단된 도어스테핑(출근길 문답)에 대해 "협조 체제가 잘 안 돼서 많이 아쉽다"며 "어떤 방식으로든 소통을 강화하려고 다양한 방안을 연구 중"이라고 언급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부인 김건희 여사의 역할에 대해 "대통령 부인이 특별히 하는 일이 있겠나 생각했는데, 취임해보니 배우자도 할 일이 적지 않더라"라며 "대통령이 못 오면 대통령 부인이라도 좀 와달라는 곳이 많더라"라고 했다.
이어 "처에게 드러나지 않게 겸손하게 잘하라고 했다"며 "저녁에 귀가해보면 그날 일정이 많아 고단해하면서 지쳐 있는 경우도 있더라"라고 덧붙였다.
대통령 가족에 대한 수사가 미진하다는 지적에는 "몇 년이 넘도록 제 처와 처가에 대해 전방위적으로 뭐라도 잡아내기 위해 지휘권 배제라는 식의 망신까지 줘가면서 수사를 진행했다"고 반응했다.
hanj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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