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풀 꺾인 '수제맥주' 시장…'성장'도 '상장'도 안갯속
투자 유치로 상장 앞둔 제조사들…실적 악화 고심
(서울=뉴스1) 한지명 기자 = 수제맥주 시장이 한 풀 꺾었다. 펜데믹 기간 높은 성장세를 보였던 성장세가 둔화됐다는 진단이 나온다. 투자 유치로 맥주공장을 확대하며 기업공개(IPO)를 약속했던 수제 맥주사들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공모주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증시 침체가 장기화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코로나19로 떠오른 수제맥주…판매량 둔화에 고심
1일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3년 연속 세자릿수 성장률을 보이던 수제맥주 매출이 지난해 말기준 두자릿수로 떨어졌다.
CU의 전년 대비 수제맥주 매출신장률은 2019년 220%, 2020년 498%, 2021년 255%로 3년 연속 200%가 넘었다. 반면 지난해 (1월1일~12월25일) 수제맥주 신장률은 60.5%에 그쳤다.
수제 맥주의 인기는 코로나19를 타고 급격하게 확산됐다. '곰표맥주'와 같은 컬래버레이션 제품들이 인기를 끌면서 수제맥주 시장 전반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졌다.
이후 CU·GS25·세븐일레븐 등 편의점 3사 모두 수제맥주와 협업하면서 종류가 급속도록 늘어났다. 2020년부터 2021년까지 2년간 100여종이 넘게 출시됐다.
하지만 양적 성장이 질적 성장으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현재 주요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수제 맥주 종류는 40여종에 그친다. 이마저도 인기 상품만이 매대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수제맥주협회 관계자는 "인기 제품과 콜라보한 맥주가 반짝 인기를 끌다 잠잠해지면서 판매량이 둔화되고 있다"며 "엔데믹에 접어들면서 수제맥주에 대한 관심도 한결 잠잠해졌다"고 전했다.
물가 연동제로 인해 더이상 '4캔 만원' 가격을 내세울 수 없다는 점도 부담이다.
주세법 개정으로 종량세 적용대상이 되는 맥주는 매년 물가상승률에 비례해 세율을 조정하는 물가연동제가 실시된다. 맥주 단가를 낮추지 않고서야 가격 경쟁력을 높일 수 없다.
또 다른 수제업계 관계자는 "원부자재 상승까지 올라가면서 가격 부담이 커진다"며 "경기가 안좋은데 물가가 오르면 물가 연동제로 가격이 또 오르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상장 앞둔 수제맥주사들…실적 하락에 고민
수제맥주 성장세와 함께 투자 유치에 나섰던 수제맥주도 실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2년전 '예비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으로 수제 맥주업계 최초 IPO에 성공했던 제주맥주는 상장 이후 영업손실 규모가 커지고 있다. 2021년 매출은 288억원, 영업손실은 73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은 192억원으로 영업손실은 71억원에 달한다.
제주맥주는 흑자를 내지 않으면 최악의 경우 상장폐지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 코스닥 시장은 적자가 4년 연속되면 관리종목, 5년 연속되면 상장폐지를 적용한다.
주가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장 직후 6040원까지 올랐던 제주맥주의 주가는 꾸준히 하락해왔다. 지난해 말 1400원선이 무너지면서 12월29일 종가 기준 신저가인 1320원이다.
'곰표 맥주' 열풍에 제조사 세븐브로이도 코스닥 상장을 목표로 바쁘게 움직였다. 자회사를 통해 공장을 신설하고 생산량 확대에 몰입했다. 하지만 지난해 회계감사법인의 감사 의견을 받는 과정에서 기초 재고자산의 파악이 어렵단 이유로 한정 의견을 받았다.
약 100억원에 가까운 시리즈B 투자를 받은 카브루도 올해를 전후로 상장 해야하는 목표가 있다. '진라거' 등의 히트상품을 내놓았던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는 IPO 계획을 잠정 중단했다. 테슬라 상장 요건을 충족시키기 어렵다는 판단이 잇따랐다는 후문이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수제맥주 특성상 생산의 한계가 있고, 공장 증설 등 꾸준한 투자가 필요한 사업"이라며 "요새는 버터맥주와 같이 고급화 전략도 인기를 끌지만, 더이상 컬래버레이션 맥주가 수제맥주 시장 전체를 끌어 나갈 수 없다"며 "편의점에서 나아가 다양한 채널에서 판매처를 넓혀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hj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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