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수도 명장] 자격증 19개 '용접 달인' 현대미포조선 허원석 기원
용접기술 서적 출간 목표, 기술개발 매진…"작업환경 좋아져야 기능인 늘 것"
[※ 편집자 주 = 울산은 명실상부 대한민국 '산업 수도'입니다. 자동차·조선·석유화학 업종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서 기술 명장과 장인들이 경제 발전을 이끌어 왔습니다. 이제 4차 산업 시대라고 합니다. 현장이 자동화하고 로봇으로 대체된다고 하지만, 기술을 개발하는 것은 사람입니다. 연합뉴스는 그동안 기술 개발과 경제 발전을 위해 묵묵히 산업현장을 지켜온 울산 지역 명장과 장인들을 재조명하는 기사를 매월 첫째 월요일에 송고합니다.]
(울산=연합뉴스) 허광무 기자 = "머리로 배우는 건 잊어버릴 수 있지만, 자전거 타기나 자동차 운전처럼 몸으로 익히며 체득한 건 쉽게 사라지지 않아요. 산업기술이 바로 그렇죠. 반복해서 연습하고 경험하면 실력은 계속 늘어납니다. 기능인으로서 제가 가진 장점을 꼽으라면, 꾸준한 훈련과 다양한 경험이라고 할 수 있어요."
조선소의 작업 풍경이라고 하면, 두꺼운 철재 마스크를 얼굴에 대고 불꽃을 튀기며 용접하는 모습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그만큼 용접은 조선소에서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핵심적인 기술이다.
현대미포조선 허원석(52) 기원은 '용접의 달인'이라 칭해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의 기능인이다.
입사 후 독(dock)에서 선박 블록을 용접하는 업무를 했던 그는, 현재 용접절차규격서(WPS)를 만들고 용접기술을 개발하는 일을 맡고 있다.
선박 건조에 적용할 용접기법이나 재료를 선정해 실증까지 마치는 등 선급협회 승인을 위한 용접 업무 계획을 설계하고 표준을 마련하는 것이다.
기능인으로서 허 기원의 출발은 다소 늦었다.
경남 거제 출신인 그는 인문계 고등학교를 졸업했으나, 대학 진학에 실패했다.
곧장 군대에 다녀온 허 기원은 조선소 협력업체에 입사해 사회를 경험했다.
당시 제품 출하를 담당하는 사무직으로 5년간 일했지만, 경력을 이어가는 과정에서 '기술의 부재'에 대한 한계를 절감했다고 한다.
늦은 감이 없지 않았지만, 그는 과감하게 기술을 배우기로 했다.
"당시 대우조선해양 기술교육원에 29살에 들어갔는데, 동료 교육생들은 대부분 20대 초중반이었죠. 늦은 시작에 대한 걱정도 있었지만, 막상 용접을 배워보니 어렵지 않고 적성에 맞았어요. 교육원을 다니면서 용접기능사 자격증을 따기 쉽지 않은데, 저는 해냈죠. 교육원 수료 후 조선소 협력업체에서 근무하다가, 32살 때인 2001년 현대미포조선 공채로 입사했어요."
허 기원은 입사 후 용접과 관련한 각종 자격증을 취득했다.
용접기능장을 비롯해 총 19종의 선급협회 용접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는 사내 최다 기록이기도 하다.
업무와 훈련 과정에서 떠올린 개선점을 토대로 신기술 개발에도 주력했다.
그 결과 한 번에 많은 용접을 할 수 있는 '자동 일렉트로가스 용접장치', 용접 전 블록 단차 조정을 용이하도록 한 '선체블록 취부용 단차 조정장치' 등 2개 기술을 개발해 특허 등록을 완료했다.
디자인 등록 실적도 5건이나 된다.
올해는 용접 결함부 제거 작업을 저숙련자도 할 수 있도록 한 '자동 백 가우징 장비'를 개발해 사내 포상을 받기도 했다.
허 기원은 고용노동부가 선정하는 '대한민국 명장'이 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특히 장기적으로는 용접과 관련한 서적을 출간하고 싶은 꿈이 있다.
작업 현장에서 실무자들이 참고할 수 있는, 현장 노하우가 듬뿍 담긴 매뉴얼을 만들겠다는 포부다.
나아가 후배들을 위해 용접 작업을 더 편하고 쾌적하게 하는 기술 개발에도 매진할 생각이다.
그것이 더 많은 인재를 기능인의 길로 이끄는 방법이라고 허 기원은 믿고 있다.
"갈수록 기능인들이 줄어든다고 아쉬워하는 분들이 있지만, 인재들을 유인할 만한 요인이 부족한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합니다. 용접도 험한 작업이죠. 더 쾌적한 곳에서 자동화된 장비로 작업하도록 환경이 개선된다면, 후배들도 많이 유입될 것으로 봅니다. 제가 기술 개발에 관심을 가진 이유도 바로 그것입니다."
hk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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