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내흡수 50배 높이는 '이 기술'...제약·식품·화장품 판 바꾼다

최태범 기자 2023. 1. 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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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UP스토리]백종섭 비네이처바이오랩 대표
백종섭 비네이처바이오랩 대표

화학 작용을 통해 인공적으로 만드는 합성의약품의 경우 인체에 노출된 적이 없는 물질이다 보니 생체에서 이물질로 취급돼 독성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반면 식물, 동물, 광물, 미생물 등 자연계에서 획득할 수 있는 '천연물'을 기반으로 한 의약품은 인간의 오랜 역사만큼 경험적으로 임상시험이 이뤄져 온 만큼 부작용이 적고 비교적 안전하다.

천연물 신약 개발은 합성의약품을 통한 신약 개발 과정보다 요구되는 시간이나 비용이 훨씬 적다. 실패 확률도 상대적으로 낮다. 오랜 역사를 통해 축적된 풍부한 전통 의약 지식 자원은 새로운 천연물 신약 개발을 위한 귀중한 원천이 된다.

다만 천연물은 특정 질환을 대상으로 개발되는 합성의약품에 비해 효능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동일한 물질을 사용하더라도 기후나 채집 시기, 가공 방법 등에 의해 품질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도 천연물 기반의 개발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강원대학교 기술지주회사 자회사인 '비네이처바이오랩'은 이 같은 한계점을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의 천연물 공정 플랫폼 기술 'HME-DDS'를 개발했다.

HME-DDS는 열과 압력을 가하는 핫멜트 압출(Hot-Melt Extrusion, HME) 방식에 약물전달시스템(Drug Delivery System, DDS)을 도입해 천연물 활성 성분의 체내흡수율과 체내지속력을 극대화한 기술이다.
천연물 활성 성분의 체내흡수율과 체내지속력 대폭 증가
백종섭 비네이처바이오랩 대표는 "기존 천연물 가공 기술들은 단일공정이 아닌 복합공정이 많고 유기용매나 알콜을 사용하는 한계점이 있다. 주로 추출과 발효에 국한돼 있고 일부 성분만 추출 가능하며 긴 가공 공정 등의 한계가 존재한다"고 했다.

이어 "가공 공정은 크게 물리적·화학적·생물학적 방법으로 나눌 수 있다. HME-DDS 플랫폼 기술은 천연물의 모든 성분을 나노입자로 캡슐화하고 이 3가지 방법을 유기용매 없는 친환경 공법을 통해 동시에 단일공정으로 처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HME-DDS 기술을 적용하면 체내흡수율이 최대 50배 이상 증가한다"며 "이 기술로 천연물을 가공하면 입자크기를 최대 1만배 감소시킬 수 있고 물에 녹지 않는 성분을 물에 최대 100배 이상 녹게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체내흡수율은 섭취한 성분이 몸에 흡수돼 혈액에 분포되는 양을 의미한다. 체내흡수율이 낮은 물질은 1% 미만인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어떤 성분을 100mg 섭취했을 때 체내흡수율이 1%라면 1mg만 흡수되고 나머지 99%는 체외로 배출된다는 얘기다.

백 대표는 "체내흡수율은 입자크기와 용해도가 매우 중요하다. HME-DDS는 이 2가지를 동시에 개선하기 때문에 체내흡수율이 대폭 상승하고 천연물이 갖는 우수한 약리 활성을 체내에서 발현한다"고 강조했다.
인구 고령화와 만성질환자 증가, 천연물에 대한 관심↑
HME-DDS는 체내지속력도 증가시킨다. 보통 약이나 식품을 입으로 복용하게 되면 효능을 나타내는 시간이 대부분 4시간 내외로 매우 짧다. 약을 1일 3회 복용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는 "HME-DDS는 체내흡수율뿐만 아니라 체내지속력도 최대 10배 연장 가능하다"며 "이를 통해 복용량과 복용 횟수를 크게 줄여 소비자나 환자의 순응도(약물복용이나 생활습관 등이 의료진의 권고와 일치하는 정도)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HME-DDS는 제약·바이오 의약품 시장을 비롯해 식품과 화장품 등 전 산업에 적용할 수 있다. 백 대표는 "특정 시장이 아니라 건강과 관련된 모든 바이오 산업을 공략하고 있다"며 "향후 천연물과 관련된 바이오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평균 수명 연장으로 인한 인구 고령화도 천연물에 대한 관심을 높인다. 노인 인구가 늘어나는 만큼 만성질환자가 증가하고 있어 장기간 약을 복용해야 하는 특성상 부작용의 위험성이 적은 천연물 의약품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항노화와 관련된 식품·화장품 시장도 커졌다.

백 대표는 "타겟 고객층은 무병장수를 희망하는 소비자"라며 "기대수명은 100세를 훌쩍 뛰어넘었지만 여러 가지 만성질환으로 삶의 질이 낮은 사람들이 많다. 질병의 치료뿐만 아니라 예방과 관리까지 가능한 제품으로 전 연령층을 공략할 것"이라고 했다.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이 건강하게 살 수 있게"
백종섭 비네이처바이오랩 대표
비네이처바이오랩은 최근 과학기술일자리진흥원이 개최한 '2022년 실험실 창업 Uni-Tec(유니-테크) 데모데이'에서 우수상(과학기술일자리진흥원장상)을 수상하며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지난해에는 중소벤처기업부가 주관하는 '대스타 해결사 플랫폼' 왕중왕전에서 3위 장려상을 수상했다. 1억원의 사업화 자금 지원과 함께 롯데중앙연구소와 '난용성 물질의 수용화 기술 개발'에 대한 협업을 진행했다.

백 대표는 "HME-DDS는 기존 기술과 완전히 차별화된 기술로 수십년간의 연구 결과를 토대로 창업했기 때문에 후발주자들이 모방하기까지 시간적 거리가 매우 크다"며 "내년 시드투자와 프리시리즈A 투자유치를 통해 성장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이 덜 아프고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대부분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천연물 가공 기술을 국산화해 K-바이오를 선도하는 기업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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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범 기자 bum_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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