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리·배민·당근까지…버티컬의 이유 있는 '외도'
뷰티 키우는 컬리… 당근은 커뮤니티 방점
플랫폼 파워 십분 이용, '새 수익원' 찾기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던 버티컬(vertical) 커머스들이 '슈퍼앱' 전략을 펼치고 있다. 슈퍼앱은 하나의 앱·플랫폼으로 여러 서비스를 동시에 제공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을 말한다. 버티컬 플랫폼은 그동안 신규 소비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사업 분야가 한 곳에 특정됐기 때문이다. 이들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새 분야로 사업을 적극 확장해 돌파구를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배달앱이 웹툰을
최근 배달의민족(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은 앱 내 'My 배민' 메뉴에 '만화경' 탭을 신설했다. 만화경은 우아한형제들이 2019년 선보인 웹툰 플랫폼이다. 로그인 없이 앱에서 웹툰을 무료로 제공한다. 이외에도 우아한형제들은 지난해 화장품, 꽃 등 각종 상품을 사고팔 수 있는 '배민스토어'를 열었다. 이젠 배달을 넘어 커머스와 콘텐츠를 아우르는 종합 플랫폼으로 거듭나겠다는 목표다.
마켓컬리는 지난달 서비스명을 '컬리'로 변경했다. 신선식품뿐 아니라 화장품으로 상품군을 늘리기 위해서다. 컬리 안에 '마켓컬리'와 '뷰티컬리' 두 개의 플랫폼이 같이 운영되는 구조다. 컬리는 최근 여행과 여가 쪽으로도 상품군 확장을 모색하고 있다. 쓱닷컴 등 대형 플랫폼이 치고 들어오자 신선식품만으론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위기의식이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은 지역 커뮤니티 전환을 꿈꾸고 있다. 동네 상권을 중심으로 운영하는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비즈프로필' 서비스를 개시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는 가게 근처 주민에게 해당 가게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는 일종의 '매칭 플랫폼'이다. 당근마켓은 이외에도 이웃과 단기 모임을 만들 수 있는 서비스도 운영 중이다. 당근페이 등 핀테크 사업 분야도 강화하고 있다.
'슈퍼앱' 꿈꾸는 이유
이처럼 버티컬 커머스들은 자사 앱에 별도의 기능이나 상품을 끌어들이고 있다. 그동안 특정 영역에 대한 전문성을 강조하며 성장을 거듭해 왔지만 더 이상 추가 소비자 유입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버티컬은 목적성이 분명한 플랫폼이다. 특정 니즈를 가진 소비자만 이용하는 경향이 강하다. 다른 신규 고객을 유입시키려면 다른 '무기'가 필요하다.
버티컬 커머스의 확장은 수익성과도 무관하지 않다. 본업만으로는 좀처럼 활로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아한형제들은 지난해 연결 기준 2조88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757억원의 영업적자를 봤다. 상장을 추진하고 있는 마켓컬리도 지난해 영업적자가 2177억원에 달한다. 당근마켓의 영업손실도 2019년 72억원, 2020년 134억원, 지난해 352억원으로 크게 늘고 있다.
여기에 네이버 쿠팡 등 슈퍼앱의 확장에 대응해야 할 필요성도 커졌다. 이들은 반대로 버티컬 커머스에 맞서 특정 카테고리 전문성을 강화하고 있다. 실제로 쿠팡은 이미 2년전 럭셔리 패션·뷰티를 강화하기 위히 'C에비뉴' 패션 카테고리를 새로 론칭했다. 네이버는 리셀 플랫폼 '크림'을 인수하고, 명품 카테코리 '네이버 럭셔리'를 운영 중이다. 기존 버티컬 커머스에겐 큰 위협이다.
지나친 분산은 '독'
일각에선 이들의 움직임을 초기 네이버 카카오의 모습과 비교하기도 한다. 이들의 본업은 검색 포털이었다. 이를 기반으로 많은 회원수와 높은 접속률을 확보했다. 사람이 모이면 필연적으로 시장이 형성된다. 이들은 이 힘을 통해 여러 사업을 성공시켰다. 물론 지금을 당시와 비교하긴 무리가 있다. 현재는 분야마다 촘촘한 플랫폼화가 이미 이뤄진 시기다. 파고들 빈틈이 많지 않다.
이 때문에 확장 전략이 독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사업 영역이 넓어지면 짊어져야 할 리스크와 투자 부담 역시 커지기 마련이다. 이는 기존 커머스의 경쟁력 하락을 야기할 수 있다. 사람들은 컬리에 높은 품질의 신선식품을 기대한다. 배달의민족은 빠른 배달과 값싼 배달료다. 부차적인 사업을 무리하게 확장하다 기존 소비층마저 떨어져 나갈 수 있다는 얘기다.
카카오가 대표 사례로 꼽힌다. 문어발식 확자으로 외형을 키우다가 최근 위기에 봉착했다. 카카오의 계열사 수는 지난 6월 말 기준 187개에 이른다. 여기에 따른 구조적 문제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서비스 간 유기적 연결과 통합기능 구축에 애를 먹고 있다.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가 대표적 예다. 이 때문에 매출 성장률이 5분의 1토막이 나는 등 최근 성장세에 제동이 걸렸다.
플랫폼 업계의 한 관계자는 "앞으로 슈퍼앱 전략은 필수불가결할 것으로 보인다"며 "한 곳에서 최대한 많은 서비스를 받고 싶어하는 플랫폼 소비자의 특성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슈퍼앱과 버티컬 커머스의 경계조차 흐릿해져 가고 있다"며 "영역 침범이 확대하면서 앞으로 경쟁이 더 치열해지고 내실이 단단하지 못한 플랫폼은 분명 도태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전진 (noretreat@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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