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맞은 특수본, 김광호 넘어 윗선 겨눌까…수사 성패 달려
수사 장기화, 내부 피로도 높아…윗선 수사도 지연에 불확실성 커져
(서울=뉴스1) 송상현 기자 = 이태원 참사를 수사 중인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당초 기대와는 달리 연내 수사를 마무리하지 못하며 새해를 맞는 속내가 복잡하다. 핵심 피의자들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성공하면서 1차 고비를 넘겼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신병확보가 여러 차례 지연된 탓에 수사가 장기화하면서 특수본 내부의 피로도도 높아지고 있다. 행정안전부와 서울시 등 윗선 수사 역시 지연되면서 불확실성이 커지는 모양새다.
◇용산소방서장 구속영장 검찰서 반려돼 노골적 '불만'…특수본 내부 피로도도
2일 경찰에 따르면 특수본은 검찰이 지난달 27일 보강수사를 요구하며 최성범 용산소방서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되돌려 보내자 재신청을 위한 보강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은 구속영장을 반려하면서 최 서장의 과실과 이태원 참사 희생자 158명 각각의 사망 사이 인과관계를 명확히 파악하라고 요구했다. 경찰은 사망자 절대 다수가 부검조차 받지 않은 상황이라며 검찰의 무리한 요구에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낸 상황이다.
최 서장은 참사 당일 현장에 도착한 오후 10시30분부터 지휘를 선언한 11시8분까지 별다른 지휘를 하지 않고, 지휘 선언 이후에도 적절한 대응 단계 발령과 응급환자 분류·이송 지시 등을 하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최 서장에 대한 신병확보가 막히면서 다른 피의자들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 여부도 불투명해졌다.
특수본은 당초 참사 당일 이태원역 지하철 무정차 통과를 조치하지 않은 송은영 이태원역장에게도 업무상과실치사상를 물어 구속영장을 신청하려고 했다. 하지만 역사 밖에서 벌어진 사고의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를 두고 검찰과의 견해차가 큰 것으로 전해져 가능성이 높지 않은 상황이다.
당초 구속영장을 검토한 최재원 용산보건소장에 대해서도 신병확보를 하지 않기로 선회했다. 내부 문건에 사고 당시 현장 도착시간을 허위로 기재한 최 소장의 혐의가 구속의 상당성이 낮다고 판단한 것이다.
특수본은 지난해 안에 이태원 참사 수사를 마무리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하지만 이 전 서장 등 핵심 피의자에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막히며 전체적인 수사 일정에 차질을 빚었다. 수사가 두 달을 지나면서 특수본으로 파견된 현장 인력의 피로도도 높은 상황이다.
◇이임재 전 서장 등 구속되며 한고비는 넘겨…직접 책임자 수사 마무리 수순
최 서장에 대한 신병확보 여부와 상관없이 특수본은 연말을 앞두고 한 고비를 넘기긴 했다. 지난달 30일 검찰이 핵심 피의자 중에선 처음으로 이 전 서장과 송병주 전 용산서 112상황실장을 구속 송치했기 때문이다. 두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은 한 차례 기각됐다가 지난 23일 보강수사를 거쳐 발부됐다.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재판에 넘겨진 피의자들도 나왔다. 핼러윈 위험분석 보고서를 삭제했다는 의혹을 받는 박성민 전 서울경찰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과 김진호 전 용산서 정보과장은 지난달 30일 구속기소 됐다.
이 외에도 박희영 용산구청장과 최원준 용산구청 안전재난과장을 구속하는 데 성공해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총 6명의 신병을 확보했다. 특수본이 참사와 관련해 입건한 피의자는 총 25명이다.
최 서장에 대한 구속 및 송치 여부가 결정되면 참사 발생의 직접적 책임을 지는 용산지역 주요 기관장들에 대한 수사는 사실상 마무리된다. 특수본은 경찰과 소방·구청 등 관련 기관의 과실이 모여 이번 참사가 발생했다는 법리를 구성하고 용산지역 공무원들의 법적 책임을 규명하는 데 주력해왔다.
◇1월부턴 윗선 수사 주력할듯…수사 지연으로 부실수사 우려 넘을까
특수본은 설 연휴 전 수사를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 약 20일간 남은 과제는 지연된 '윗선' 수사를 설득력 있게 마무리하는것이 될 전망이다.
먼저 향후 서울 관내 치안·경비 총책임자인 김광호 서울경찰청장 등에게로 특수본의 칼끝이 향하고 있다. 김 청장은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돼 두 차례 특수본에 출석해 조사받았다. 특수본은 김 청장에게 구속 영장을 신청할지 검토하고 있다.
윤희근 경찰청장 역시 참사 당시 충북 제천 캠핑장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참사 관련 보고를 늦게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특수본은 다음 주 경찰청 직원들에 대한 참고인 조사를 진행한 후에 수사 필요성을 판단한다는 계획이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나 오세훈 서울시장에게도 이번 참사와 관련해 형사상 책임을 물을 수 있을지 검토하고 있다. 행안부와 서울시 직원에 대한 참고인 조사는 마무리 단계다.
이상민 장관은 전국소방공무원노동조합의 고발에 따라 직무유기와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이미 입건된 상태다. 당시 해외 출장 중이었던 오세훈 서울시장에겐 사전에 재난 안전 계획을 적절히 수립했는지를 살펴볼 예정이다.
하지만 경찰 내부에선 윤 청장이나 이 장관, 오 시장 등에게까지 책임을 묻기엔 어려울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유가족과 더불어민주당 등은 이들에 대한 책임론과 성역 없는 수사를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어 이 경우 부실 수사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질 수도 있다.
songs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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