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텍 '지원사격' 나선 제약사…투자 '활발'

차지현 2023. 1. 2.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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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종근당·녹십자 등 바이오텍 신규 투자
산업 침체 우려 속 제약사 조력자 역할 부각
/그래픽=비즈니스워치

국내 제약사들은 올해에도 활발한 투자 활동을 펼쳤다. 특히 벤처캐피털(VC)이 제약바이오 투자에 소극적으로 돌아선 가운데 제약사들은 바이오텍 투자 규모를 유지,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 전략을 이어갔다. 제약사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고 바이오텍은 자본을 확충할 수 있는 만큼 선순환 바이오 생태계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2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한 해 유한양행, 보령, HK이노엔, 녹십자, 종근당, 대웅제약 등이 타법인 신규 투자를 단행했다. 가장 많은 투자를 집행한 곳은 유한양행이었다. 유한양행은 메디라마, 온코마스터, 지지56코리아, 전진바이오팜, 휴이노에임, 에이투젠 등에 총 181억원을 신규 투자했다.

세부적으로 유한양행은 지난 9월 에이투젠에 105억원을 투자해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에이투젠은 자체 개발 플랫폼을 기반으로 마이크로바이옴 신약을 개발하는 바이오텍이다. 기능성 건강기능식품 프로바이오틱스 소재 개발 역량도 보유 중이다. 유한양행은 에이투젠 인수를 발판 삼아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개발 및 기능성 프로바이오틱스 사업 확대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이밖에 바이오텍에 신약 개발 임상 디자인 설계, 사업개발, 품목허가 등을 지원하는 제약 컨설팅 기업 메디라마에 15억원을 투자했다. 암 정밀 의료 플랫폼 기업 온코마스터와 메타버스 플랫폼 보유 지지56코리아에 각각 20억원, 13억원의 투자를 진행했다. 천연 소재 기반 차세대 생활용품을 개발하는 기업 전진바이오팜과 인공지능(AI) 기반 헬스케어 플랫폼 기업 휴이노에임에도 출자했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보령은 올 초 미국 우주 개발 전문 기업 액시엄 스페이스에 121억원을 투자하며 우주 헬스케어 사업 진출을 본격화했다. 액시엄 스페이스는 향후 10년 내 해체 예정인 국제우주정거장(ISS)을 대체해 세계 최초 상업용 우주 정거장을 건설 중인 기업이다. 앞서 보령은 우주 공간에서 건강을 지키고 질병을 치료하기 위한 CIS(Care In Space) 프로젝트를 발표한 바 있다. 이어 지난 21일 액시엄 스페이스에 5000만달러(약 640억원)의 전략적 투자를 결정해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종근당은 올해 40억원 규모의 신규 투자를 진행했다. 퇴행성 뇌질환 치료제 개발 기업 바이오오케스트라에 20억원, 세포·유전자 치료제 위탁개발생산(CDMO) 바이오텍 이엔셀에 20억원을 투자했다. HK이노엔은 블루엠텍, 온코빅스와 데일리샷 등에 총 40억원을 신규 출자했다. 녹십자의 경우 지난 1월 사이러스테라퓨틱스에 50억원을 투자해 지분 9.7%를 확보했다. 사이러스테라퓨틱스는 단백질 분해 저분자화합물 신약을 개발하는 바이오텍이다.

제약바이오 업계에선 국내 제약사의 바이오텍 투자를 반기는 분위기다.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으로 금융시장이 얼어붙으며 글로벌 제약사(빅파마)와 자금 조달 역할을 하는 VC까지 지갑을 닫는 추세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KVCA)에 따르면 3분기 국내 VC의 바이오·의료 업종 신규 투자금은 2029억원이었다. 지난해 3분기 3966억원과 비교했을 때 신규 투자금액이 반토막으로 줄었다. 같은 기간 전체 투자금에서 바이오·의료 업종이 차지하는 비중도 18%에서 15%로 줄었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보통 신약 개발은 후보물질 발굴부터 임상시험, 최종 허가까지 10년 이상이 걸리고 평균 연구개발(R&D) 비용만 1조원에 달한다. 대규모 자금이 꾸준하게 투입돼야 하는 산업 특성상 현금 흐름이 막히면 산업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 이 가운데 제약사가 바이오텍의 조력자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오픈이노베이션은 투자사와 피투자사가 모두 이익을 누릴 수 있는 윈윈 전략으로 평가된다. 대형 제약사의 입장에선 바이오벤처가 보유한 신약 파이프라인의 권리를 확보할 수 있고 신약 개발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다. 바이오벤처는 투자받은 자금을 통해 R&D에 더욱 집중할 수 있다. 산업 전반적으로 신약 연구개발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 금융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바이오 기업에 대한 투자가 줄고 있고 기업들의 자금난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는 상황"이라며 "자금력이 풍부한 제약사들의 지원 및 투자로 바이오기업들은 신약 개발을 지속할 수 있다"고 말했다.

차지현 (chaji@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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