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北 도발에 대처하는 자세
흥미로운 것은 야당의 비판에 직면한 대통령실의 반응이다. 윤 대통령이 이종섭 국방부장관에게 “그동안 뭐했냐”고 강하게 질책하면서 ‘확전을 각오’하고 강력 대응할 것을 주문했다고 밝혔다. 야당에서는 민감한 대응을 요구했고, 대통령실에서는 강경 대응으로 반응했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야당의 비판도 적절하지 못했지만, 대통령실의 대응 역시 현명하지 못했다. 북한이 도발할 때마다 NSC를 소집하는 것이 국민을 안심시키는 것이 아니라는 지적은 이미 노무현 전 대통령이 했던 얘기다. 당시 야당은 북한 도발에 대해 NSC를 소집하지 않는 노 대통령을 비판했던 적이 있다. 노 대통령은 “중요하지 않은 일로 국민을 불안하게 만들 필요가 없다”고 대응했다. 사안의 중요성에 따라 NSC를 소집하는 것이 옳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제도적 차원에서도 NSC는 전술적 대응을 논의하는 곳이 아니다. 정책과 전략을 논의하는 기구다. 국가안전보장회의법에 규정된 NSC의 기능은 “국가안전보장에 관련되는 대외정책, 군사정책 및 국내정책의 수립에 관하여 대통령의 자문에 응한다”고 돼 있다(제3조). 무인기 사태가 정책적 수준의 일이라면 당연히 NSC가 소집돼야 할 것이다. 그러나 전술적 대응의 문제라면 합참이 담당하는 것이 옳다. 우리 정부와 군도 이제 이 정도의 역할 분담은 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본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대통령실의 대응 역시 그리 현명하지 못했다. 대통령의 업무는 정책과 전략적 수준의 것이다. 문민통제의 원칙이 적용되는 영역도 이곳이다. 전술적 차원의 일은 군사전문가들에게 맡기거나 그들의 조언과 자문을 받아 정책화해야 한다. 국가안전보장회의법에 자문의 역할을 규정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따라서 대통령이 전술적 수준의 대응 방안을 국방부장관에게 지시했다고 보도되는 것 자체가 그리 좋은 모습이 아니다.
특히 안타까운 것은 대통령이 국방부장관을 질책한 것을 대통령실이 발표한 것이다. 이런 식의 보도는 대통령을 위해서나 군을 위해서 도움이 되지 않는다. 대통령은 국군통수권자로서 군의 사기를 높이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사람이다. 군에 잘못이 있다면, 적절한 방식으로 문제를 지적하고 개선책을 당부하는 것이 옳다. 공개적인 방식으로 군을 탓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정치적으로 필요할지 모르지만, 국군통수권자에게 기대되는 모습은 아니다. 대통령의 질책에 대해 군 내부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대통령은 국군통수권자로서 군의 어려움을 가장 먼저 이해하고 두둔해야 할 사람이다. 대통령실은 군을 질책하기 보다는 군을 이해하고 지지하는 대통령의 모습을 보여주고자 노력해야 한다.
‘확전 각오’ 발언도 마찬가지다. 대통령이 강경 대응을 요구하는 차원에서 그렇게 말했다 해도, 대통령실에서 걸렀어야 할 발언이었다. 야당의 반발이나 국민의 염려가 문제 되어서가 아니다. 강경 대응 자체가 북한의 도발에 대해 선택적 효용을 갖기 때문이다. 상황에 따라 상반된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얘기다. 북한의 도발을 막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도발의 효용을 떨어뜨리는 것이다. 확전을 각오하는 식의 강경 대응이 어쩌면 북한이 기대하는 반응일 수 있다. 도발에 민감하게 반응할수록 도발의 유혹은 커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북한의 도발에 대해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거나 강경하게 대응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북한의 도발이 다양해지고 고도화될수록 침착하고 담대한 대응이 필요하다. 강경할 때와 그렇지 않을 때, 민감해야 할 때와 그렇지 않을 때를 구분할 수 있는 전략적 지혜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김관용 (kky144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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