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격의 K기술]⑥ K화학, 美·日 독점 '고부가 소재' 수십년 아성 깼다

김종윤 기자 2023. 1. 2.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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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케미칼, 美이스트만 독점 친환경 플라스틱 '코폴리에스터' 개발
효성첨단소재, 철보다 14배 강한 초고강도 탄소섬유 세계 3번째 개발

[편집자주] 글로벌 경기침체의 한파가 거세다. 전방위적인 수요 감소로 기업들의 창고엔 안 팔린 재고가 쌓이고 있다. 그야말로 비상 상황이다. 그럼에도 기업들은 미래 먹거리를 위한 기술 개발에는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4차 산업혁명시대 생존을 위해선 '초격차 기술'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한국을 먹여 살릴 'K기술'을 시리즈로 소개한다.

코폴리에스터로 만든 화장품 용기(사진제공=SK케미칼)

(서울=뉴스1) 김종윤 기자 = 석유화학업계가 미국과 일본 등 일부 국가의 수십년 독점 시장을 무너뜨리는 고부가가치 소재 기술을 잇따라 개발했다. 기존 범용 제품만으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다고 판단해 고부가가치 시장 진출을 서두른 결과다. 올해 글로벌 경기침체로 화학업종이 전반적으로 부진했지만 고부가가치 소재는 두 자릿수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며 버팀목으로 작용했다.

◇ SK케미칼, 코폴리에스터 시장 미국과 양분

2일 화학업계에 따르면 SK케미칼은 미국 이스트만(Eastman)에 이어 2000년 세계에서 두번째로 친환경 플라스틱 소재 코폴리에스터를 상용화에 성공했다. 2001년에는 코폴리에스터의 필수 원료인 CHDM(사이클로헥산디메탄올)도 파일럿 기술을 확보한 기업과 손잡고 상업화를 시작했다.

코폴리에스터는 환경호르몬인 비스페놀A(BPA)가 검출되지 않는 친환경 플라스틱 소재다. 열과 습기에 강해 화장품·음식 포장 용기 등 다양한 생활용품과 전자제품 소재로 쓰인다.

이스트만이 1977년 세계 최초로 출시한 이후 20년 넘게 독점 생산한 만큼 기술적 장벽이 높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SK케미칼이 진입한 이후 20년이 지난 현재까지 코폴리에스터 시장에 새로 진출한 기업은 없다. CHDM와 코폴리에스터 생산에 필요한 기술력 확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 기업이 CHDM 생산을 시작했지만 코폴리에스터 시장엔 진출하지 못하고 있다.

SK케미칼은 일찌감치 기술 장벽이 낮은 범용 플라스틱만으로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코폴리에스터의 미래 가치를 높이 평가하고 진출을 결심했다. 20년 넘게 축적한 폴리에스터 생산기술도 코폴리에스터 사업에 뛰어들 수 있었던 밑거름이 됐다.

두 기업의 독점 구조는 안정적인 수익성으로 연결됐다. SK케미칼의 올해 3분기(7∼9월) 코폴리에스터를 포함한 그린(Green) 부문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073억원, 256억원이다. 영업이익률은 12.4%로 전년 동기(6.8%) 대비 5.6%p 늘었다. 올해 석유화학사들이 원가 부담과 수요 부진이란 이중고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높은 수익성을 실현했다.

코폴리에스터 시장은 친환경 수요와 맞물려 꾸준히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시장 규모는 올해 22억3300만달러에서 오는 2028년 3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SK케미칼의 점유율은 약 40%다.

SK케미칼은 적극적인 증설로 시장 확대 대비에 나섰다. 지난 4월 CHDM 공장 증설에 559억원을 투자하고 오는 2024년 가동한다는 계획이다. SK케미칼 관계자는 "코폴리에스터 고부가가치 포트폴리오 전략으로 안정적인 수익성을 달성하고 있다"며 "세계 1위 생산 업체에 오를 수 있도록 인프라를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탄소섬유(사진제공=효성첨단소재)

◇ 효성첨단소재, 초고강도 탄소섬유 개발…세계 3번째 쾌거

올해 효성첨단소재는 철보다 14배 높은 강도를 가진 초고강도 탄소섬유(제품명:H3065) 개발에 성공했다. 1980년대부터 초고강도 탄소섬유 시장을 과점한 미국과 일본에 이어 세계 3번째로 이뤄낸 쾌거다.

탄소섬유의 무게는 철과 비교해 4분의 1 수준이다. 반면 강도는 10배 이상 높아 자동차·풍력·태양광·항공우주 등 다양한 산업에 쓰이는 고부가가치 신소재다.

효성첨단소재는 2011년 국내 최초로 탄소섬유 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2017년 정부 연계사업으로 초고강도 탄소섬유 연구개발에 돌입하고 성과를 냈다. 기존 탄소섬유(제품명:H2550)와 비교해 월등한 탄성과 강도를 지닌 제품이다.

초고강도 탄소섬유는 우주 산업 분야 필수 소재다. 발사체의 무게를 최대한 줄이고 높은 하중을 견뎌야 하기 때문이다. 세계 탄소섬유 시장에서 우주·항공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이 30%에 달한다. 최근 발사된 누리호에도 초고강도 탄소섬유가 쓰였다. 방산 분야에 적용하면 속도와 사거리 향상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효성첨단소재는 오는 2028년까지 탄소섬유 설비구축과 연구개발(R&D)에 총 1조원을 투자한다. 초고강도 탄소섬유를 앞세워 세계 탄소섬유 시장점유율 10%를 차지한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은 "미국과 일본에 이어 초고강도 탄소섬유 생산이 가능한 탄소소재 선진국에 오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passionkj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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