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매수자들 “아직 원하는 가격 수준으로 떨어지지 않았다”
지난해 11월가지 누적 매매 건수도 역대 최저…새해 상반기까지 ‘거래 가뭄’ 지속 가능성 높아
정부가 각종 부동산 규제 완화 방침을 내놓고 있지만 고금리 여파로 역대급 '거래 가뭄'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4000가구 대단지 아파트의 한 달 거래량이 2~3건에 그칠 정도로 거래 경색이 풀리지 않는 모습이다.
1일 뉴시스와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729건(계약일 기준)으로 집계됐다. 역대 최저를 기록한 지난해 10월(558건)에 비해서는 171건 늘어나긴 했지만 여전히 바닥 수준이다. 지난 7월 640건으로 떨어진 이후 5개월 째 1000건을 밑돌고 있다.
지난 2006년 1월 거래량을 집계하기 시작한 이후 작년까지는 월별 거래량이 1000건을 밑돌 적은 한번도 없었다.
아직 집계가 다 끝나지 않았지만 작년 12월 아파트 거래량의 경우에도 485건(신고 마감 1월31일)에 그치고 있어 11월과 비슷한 수준의 거래량이 예상된다.
초유의 ‘거래 절벽’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작년 1월부터 11월까지 누적 매매 거래량은 1만1074건이다. 이 역시 역대 최저 기록이며, 재작년 같은 기간 4만824건에 비해서는 4분의 1수준으로 급감한 것이다.
주택 거래가 비정상적인 수준으로 위축된 것은 잇따른 금리 인상과 대출 규제, 경기 침체 등의 영향이 크다. 대출 금리가 빠른 속도로 오르고 있는 데다 당분간 집값이 추가 하락할 것이란 예상이 늘면서 수요자들의 매수 심리가 극도로 위축된 것이다. 부동산원이 발표하는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 지수는 작년 12월 마지막주 63.1로 10년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역대급 거래 가뭄에 4000가구 규모 대단지도 한 달에 2~3건 밖에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에 따르면 3830가구의 규모의 대단지 강북구 SK 북한산 시티는 지난해 10월 달랑 2건 거래됐고, 11월에도 3건 거래에 그쳤다. 3930가구 규모의 잠실 주공 5단지도 지난해 10월 3건, 11월 1건 거래가 전부였다. 5678가구에 이르는 송파구 잠실 엘스도 지난해 10월과 11월 각각 4건, 8건 거래에 그쳤다.
문제는 해가 바뀌었음에도 당분간 관망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 방침에도 금리 인상 기조가 올해 상반기까지 이어질 공산이 크기 때문에 상반기까지는 거래량이 쉽게 회복되지 못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실제로 오는 13일 열리는 통화정책방향결정회의에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추가로 연 0.25%포인트 올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 한은이 이른 시기에 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도 낮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금리 인상이 가파르게 이어지면서 집값 하락 전망이 우세해졌고, 매수자들은 아직 원하는 가격 수준으로 떨어지지 않았다며 보고 있어 매수세가 약한 상황"이라며 "금리 인상이 멈춘다는 신호가 나오거나 실수요자가 원하는 가격으로 내려오지 않는 한 거래 가뭄 현상이 좀 더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가운데 시장 연착륙을 위한 방안을 고심하는 정부는 이달 중 규제지역을 추가로 해제키로 예고한 상황이다.
국토부는 1월 주거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 등 규제 지역 해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현재 전국에 규제지역은 서울과 과천, 성남(분당·수정), 하남, 광명 등 경기도 4곳이 남아 있다.
이번 주정심에서 서울 일부 지역도 규제지역 해제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된다. 규제지역 지정 여부를 가름하는 청약경쟁률과 분양권 매매 거래의 위축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서울의 분양권 거래량은 작년 통틀어 63건에 그쳤다. 지난해 거래량(264건)과 비교하면 1년 새 4분의 1 수준이다.
다만 서울 일부 지역을 규제지역에서 해제한다해도 거래가 살아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앞서 규제가 해제된 인천, 세종 등 대부분의 지역들이 여전히 거래 침체와 집값 하락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거래량의 급격한 추락은 거래를 주도하는 중개사무소는 물론 이사업체와 인테리어업체, 건설사와 시행사 등 유관산업에 충격을 줄 뿐만 아니라 취득세를 기반으로 하는 자치단체 재정의 축소 가능성도 높인다"며 "정부가 예고한 전방위적 규제완화가 연착륙을 유도할 수 있을지 지켜볼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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