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영 중기부 장관 “스타트업 펀드, 상반기 중동서 성과 기대”
대기업·경제단체와 입장차 조율해나갈 것
태풍(위기) 지나갈 상반기, 정책지원 준비
美 이어 오일머니 유치해 글로벌 진출 발판
“뜻대로 안 되는 계획, 본질에 집중하라”
중소기업계 숙원이었던 납품 대금 연동제(하도급 업체가 원청 업체에 납품하는 가격에 원자재 가격 변동분을 반영하는 제도) 법제화. 중소·소상공인 제품에 대한 소비를 촉진하는 동행축제. 윈·윈터 페스티벌 흥행.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에 손실 보전금 지급해 회복과 도약을 지원.
윤석열 정부 출범과 함께 지난해 5월 취임한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손에 꼽는 성과다. 그는 중기부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이런 현안을 최우선 순위에 뒀다.
올해는 대한민국의 성장을 책임질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이들의 해외 진출을 돕는 데 최선을 다한다는 방침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2023년 성장 키워드로 ‘수출’과 ‘스타트업’을 내세운 만큼 관할 부처인 중기부의 어깨도 무거워졌다.
서울에서 태어난 이 장관은 광운대 수학과를 졸업하고 카이스트(KAIST)에서 암호학 석사, 수리과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0년에 IT 보안 전문기업 테르텐을 설립해 2020년까지 대표이사를 지냈고 2020년 21대 총선에서 국민의힘(당시 미래한국당) 비례대표로 당선돼 정치에 입문했다.
벤처기업 출신으로 이들의 도약을 지원할 적임자란 평가를 받으며 중기부 장관에 올랐다. 불도저 같은 실행력으로 중소·벤처기업계의 지지를 받고 있다. 이 장관과의 인터뷰는 작년 12월 28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에서 진행했다.
그는 올해 경제 위기에 대한 우려를 ‘태풍이 오기 전’으로 비유하면서 “태풍이 지나가면 피해가 확인되고 복구 범위가 나온다”며 “기업, 소상공인의 복구·재기를 지원하는 한편 경제 재건·성장에 대해서도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납품 대금 연동제 법제화가 아무래도 가장 기억에 남을 것 같다.
“그렇다. 14년 묵은 중소기업계의 숙원이기도 했지만, 중기부 차원에서도 두 가지 큰 의미가 있다. 지난 정부 5년간 중기부가 본의 아니게 중소기업을 지켜내지 못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소득주도 성장(소주성), 중대재해 처벌법에 대한 반대 의견을 개진하지 못하고 침묵했다.
‘중소기업청일 때는 함께 고통을 나누고 우리를 지켜내려고 노력하더니 왜 부로 되니까 침묵하냐’고들 했다. 납품 대금 연동제 법안을 통과시키는 데까지 온전히 기업 편에 서서 신뢰를 회복해나가는 데 집중했다.
또 하나는 중기부가 여러 부처 중 정부 입법 수가 가장 적은 곳이다. 정부 입법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모든 이해관계자와 소통하고 설득해야 한다. 한 나라에서 펼쳐지는 전쟁 정도가 아니라 거의 제2차 세계대전 규모다. 때론 화해를 주선하고 이해시키고 약간 으르렁대기도 하면서 입법을 해냈다.
납품대금 연동제를 담당했던 팀들이 ‘공무원 인생에서 입법을 했다는 건 굉장히 값진 경험이었다. 자부심을 느낀다’고 하더라. 내부의 성취감도 있다.”
-일부 경제단체에서 납품대금 연동제에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 6개월간 법제화 준비하면서 대기업, 경제단체와 법안의 취지·내용을 공유해 왔다. 일부 경제단체가 반대 목소리 내고 있지만, 막연한 불안감에서 비롯되는 우려라고 생각한다. 중기부는 앞으로 하위 법령을 만들고 제도를 운영해나가는 과정에서 입장차를 조율해나갈 것이다.”
-30인 미만 사업장에 주 8시간 추가 연장 근로를 허용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끝내 일몰됐는데.
“소기업, 소상공인이 범법자로 내몰리게 됐다. 중기부는 고용노동부와 1년간의 계도기간과 단속 면제를 하기로 대안을 준비했었다. 책임부서인 중기부 장관이 침묵하고 있을 순 없다. 국회가 키를 쥐고 있으니 이를 움직일 수 있는 A부터 Z까지 모든 일을 민간과 함께할 예정이다.”
-2023년 중기부의 키워드는 ‘스타트업 코리아’다.
“정부 출범 이후 코로나19 피해 회복, 납품 대금 연동제 법제화 같은 주요 현안 해결에 집중했다면 2023년에는 다가오는 경제 전환에 대비해 모두가 가슴 뛰는 ‘스타트업 코리아’를 실현하기 위한 정책 추진에 집중할 것이다.
짧게는 수백년에서 길게는 수천년, 인류가 만든 경제 체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이를 대신할 게 디지털 경제다. 디지털 경제로 바로 갈 수 있는 스타트업을 많이 만드는 것이 중요하고, 또 하나는 기존 기업들이 재창업에 준할 만큼 리모델링해야 한다. 이 두 가지를 스타트업 코리아의 방향이라고 봐야 한다.
우리 중소기업 대부분은 제조기업인데, 일할 사람이 없다고 어려움을 호소한다. 이제 다른 게임을 해야 한다. 전통시장 반찬가게도 연간 몇억씩 버는 곳들이 나오고 있다. 네이버(NAVER)로 주문받고 정부가 구축한 전국 온라인 물류센터를 이용해서 전국으로 보내기 때문이다. 불과 1~2년 사이 벌어진 일이다. 디지털 경제를 향해서 새로 시작하는 스타트업처럼 임해야 한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 3고(高)로 어려웠는데, 앞으로 경제가 더 어려울 것이라고 한다.
“다수의 국내·외 경제기관에서 우리나라의 2023년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 미만으로 하향 조정하고 있다. 소비 위축과 고금리 등의 위기에 대응 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소상공인에게 이런 복합위기는 더 큰 위협으로 작용할 것이다.
비유하자면 태풍 상륙을 앞두고 궤도가 어떻고, 강도가 어떻고 피해를 예측하면서 ‘집 밖으로 나가지 말라’고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태풍이 지나가면 피해가 확인되고 복구 범위가 나온다. 불확실성으로부터 회복된다.
태풍이 지나가서 힘든 시점이 2023년 상반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중기부는 복합위기 장기화 대응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고 정책적 지원을 마련하고 있다. 기업의 이자 부담 완화를 위해 25조2000억원의 신규 자금을 공급하고 금융기관과 연계해 부실위기 기업을 대상으로 회생 컨설팅·금융지원을 패키지로 지원하는 식이다. 지역 소상공인의 재기도 도울 것이다. 한편으론 경제 재건, 성장에 대한 목소리도 커질 것이다. 두 가지를 모두 준비하고 있다.”
-미국에 이어 중동과도 스타트업 진출 다리를 놓을 계획인 것으로 안다.
“중동 팀이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 등 현지와 지속적으로 협력하고 있다. 2023년 상반기에 해외 벤처캐피탈(VC)이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글로벌펀드 조성 등 가시적인 성과를 만들려고 하고 있다. 펀드를 통해 접점이 생기면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도 힘을 받는다. 어려워진 투자 환경 속에서 정부 모태펀드뿐만 아니라 민간 자본이 활발하게 유입되는 여건을 만드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1세대 여성 벤처 창업가, 국회의원을 거쳐 중기부 수장이 됐다. 젊은이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계획을 세우고 도움 될 것 같은 사람만 가려 사귀기도 해봤지만, 나이 들면서 배운 것은 ‘생각대로 안 된다’는 거다. 장관으로서 얼마나 많은 현안을 보고 받겠나. 그중에선 정무적으로 머리 아픈 것도 있고, 폼 날 것 같은 것도 있다. ‘어떤 문제가 있다, 반드시 풀어달라. 이건 중기부밖에 할 수 없다. 우린 처절하다’는 현안도 있다.
세상은 예측할 수 없다. 계획을 세우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본질에 집중하는 것이다. 그게 스스로 정직한 거다. 세상에 관심을 갖고 계속 쫓아다니다가 안 되면 인생이 원망스럽다. 내가 하고 싶어서 하면 원망이 적고 버틸 힘도 생긴다. 본인에게 집중하고 정직하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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