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올라탄 K창업가]② “갓 쓴 마네킹에 한국 옷” 佛 사로잡은 K편집숍 ‘비사이드 김치’
프랑스 최초 한국 패션 편집숍 개점
의류 넘어 문구, 식기, 화장품 확장
유럽 내 한국 제품 유통 가교 역할도
‘샤넬’이 탄생한 패션과 명품의 도시 프랑스 파리.
그 안에서도 전 세계 유명 패션 브랜드의 매장이 즐비한 파리 마레 지구는 여행객은 물론 옷 잘 입는 파리지앵의 쇼핑 명소로 통한다.
이곳에 한국 전통 갓을 쓴 마네킹이 늘어선 매장이 있다. 바로 ‘비사이드 김치’다.
비사이드 김치는 한국 디자이너 브랜드 의류를 취급하는 프랑스 최초의 한국 패션 편집숍(여러 브랜드의 상품을 파는 곳)으로 2019년 문을 열었다.
지금은 옷을 넘어 100% 한국산 패션 잡화류에 문구류, 그리고 식기류를 파는 종합 K편집숍으로 커졌다. 한국 화장품도 들였다.
“이제는 파리 마레 지구의 ‘핫플레이스’가 되어버렸다”는 박보경 대표를 비사이드 김치 매장에서 만났다.
그는 “개점 초기 대비 방문객 수는 10배 훌쩍 넘는다”며 “신상품을 들이면 꼭 찾는 단골이 생겼고, 해외서도 구매 문의가 이어져 온라인몰도 열었다”고 말했다.
비사이드 김치는 박 대표가 한국 제품을 프랑스에 알려보자는 생각에서 시작했다. 프랑스 패션스쿨 모다르에서 마케팅을 전공한 그는 졸업 후 현지 패션 브랜드에서 상품기획자로 일했다. 당시 박 대표가 한번씩 한국에 들렀다 오면 꼭 받는 질문이 “이 옷 어디서 샀느냐”였다.
박 대표는 “한국에서 사 온 옷은 물론 가방, 문구류까지도 프랑스 친구들은 다음에 꼭 사다 달라는 부탁을 해왔다”면서 “특히 당시는 BTS, 블랙핑크 등 한국 아이돌 그룹이 프랑스에서 콘서트를 여는 등 인기를 끌기 시작할 때였고, 가능성이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비사이드 김치라는 매장명은 매장을 공동 운영하는 샤를리 대표가 지었다. 박 대표의 남편이자 ‘한국 마니아’였던 그는 ‘김치 외에도 다양한 한국의 것을 보여주자’라는 의미로 비사이드 김치라는 매장명을 정했다. 샤를리 대표는 남성 스트리트 패션 의류 수급을 맡고 있다.
비사이드 김치는 개점 초기부터 옷 좀 입는다는 파리지앵들의 관심을 끌었다. 한국에 사무소를 두고 프랑스에는 없는 한국 디자이너 브랜드를 직접 고르고 갓 쓴 마네킹으로 전시한 게 통했다. 그렇게 ‘키르티무카’, ‘바이더알’ 등 한국 디자이너 브랜드가 파리에 입혀졌다.
박 대표는 “예를 들어 키르티무카는 한국의 초자연적 존재인 도깨비 심벌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디자인을 선보이는 브랜드”라면서 “프랑스는 기존 브랜드가 공고해 신진 브랜드 탄생하기는 어려운 구조인데, 새로운 것을 원하는 사람들의 수요에 한국 제품이 맞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처음 프랑스에 왔을 때만 해도 한국 자체를 모르기도 했는데, K팝으로 시작한 이른바 한류 바람에 K드라마, K영화까지 얹히며 한국 제품을 바라보는 시선 자체가 변했다”면서 “한국과 관련 제품이라면 무조건 좋아하는 팬들도 생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비사이드 김치는 최근 더욱 상품 자체의 품질에 관심을 쏟고 있다. 한국 사무소에서 선적해 보낸 상품을 새로 전시하는 날이면 어김없이 찾는 단골 고객이 늘었기 때문이다. 개점 초기 K팝을 좋아했던 10대들은 이제 구매력을 갖춘 K드라마의 팬이 돼 비사이드 김치를 찾고 잇다.
박 대표는 “옷 하나를 들여올 때도 원단은 무엇인지를 따지고, 입었을 때의 촉감과 마감 완성도까지 모두 파악한 후 세탁까지 해본 후에 들여온다”면서 “문구류나 잡화류도 마찬가지다. 프랑스 제품에는 없는 새로움이 있는지, 상품 자체의 질은 좋은지를 우선한다”고 말했다.
지하와 지상 2개층에서 총 600여개 상품(온라인몰 포함)을 파는 비사이드 김치는 한국 제품을 유럽 주요 유통 채널로 연결하는 가교 역할도 하고 있다. 비사이드 김치에서 선보인 한국의 문구류가 독일의 편집숍에 입점하는가 하면 국내 브랜드의 가방은 파리 백화점에 입점됐다.
최근에는 지하층 벽면을 새로 선보인 화장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게 박 대표의 설명이다. 박 대표는 “한국에선 흔한 단계별 기초 스킨케어 방식이 프랑스에선 이른바 코리안 리츄얼(절차)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면서 “한국 화장품의 품질이 알려지는 중”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이어 “처음 프랑스에 왔을 때 한국에선 학교에 말을 타고 가느냐는 질문을 받기도 했다”면서 “한국의 위상이 달라졌고, 프랑스에서 한국을 알리는 일에 조금 힘을 보태고 있는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더 좋은 제품을 더 많이 알려나가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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