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무력 더 강화' 기조에 다시 제기되는 7차 핵실험 가능성

김정은 "기하급수적 핵탄 늘릴 것" 언급하자 핵실험 가능성 다시 부상
단행 가능성 전망 엇갈려…기존 기술로 핵탄두 양산 주력할 수도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일 "첨단무장장비인 초대형방사포들이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6차 전원회의에 증정됐다"라고 보도했다. 증정식에 참석한 김정은 총비서는 연설에서 이 방사포들이 '남한 전역'을 사정권에 두고 있으며 핵탄두 탑재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서울=뉴스1) 이설 기자 = 북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올해 "핵탄(핵탄두·핵미사일) 보유량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릴 것"이라고 밝히면서 작년에 실시되지 않은 북한의 7차 핵실험 단행 여부에 다시 관심이 쏠린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해 12월26일부터 31일까지 진행된 제8기 제6차 전원회의에서 발표된 김 총비서의 보고 '2022년도 주요 당 및 국가 정책들의 집행 정형 총화와 2023년도 사업계획에 대하여'의 주요 내용을 1일 공개했다.

김 총비서는 보고에서 △대남 전술핵무기 다량 생산 △핵탄 보유량 기하급수적 증가 △새로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체계 개발 등을 올해 주요 과업으로 꼽았다. 지난해 핵무력 정책을 법제화하고 '전술핵운용부대'를 창설한 데 이어 올해도 '국가핵무력' 강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방침을 밝힌 것이다.

김 총비서가 밝힌 올해 핵무력 강화 계획은 '실사용 가능' 핵무기 양산과 실전배치에 방점이 찍힌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그가 '핵탄 보유량'을 늘리겠다는 언급을 내놓으면서 다량의 핵탄두 개발 및 양산을 위한 7차 핵실험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다시 제기된다.

북한이 7차 핵실험을 단행할 것이라는 전망은 지난해 초부터 꾸준히 제기돼왔으나 결국 실시되지 않고 해를 넘겼다. 하지만 한미일과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은 북한이 핵실험 준비를 모두 마쳤으며 김 총비서의 결단만 남겨둔 상태라는 판단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북한은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풍계리 핵실험장 3번, 4번 갱도에서 핵실험 준비를 상당 수준으로 진행한 것으로 파악돼왔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두 갱도에서 '연쇄 핵실험'을 단행할 가능성도 제기한다.

이런 가운데 김 총비서는 이번 전원회의 보고에서 남한이 북한을 '주적'으로 삼고 있다면서 이러한 정세가 "전술핵무기 다량 생산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부각시켜주고 나라의 핵탄 보유량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릴 것을 요구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전술핵무기의 다량 생산'과 '핵탄 보유량의 기하급수적 증가'는 지난해 구축한 전술핵운용부대의 신형전술무기인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 북한판 에이태큼스(KN-24), 초대형 방사포(KN-25) 등의 양산을 늘리고 여기에 탑재할 수 있는 핵탄두도 다량 확보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지난해 12월31일 3발, 이날 1발의 '600mm 초대형방사포'를 발사하면서 이 방사포가 "남조선 전역을 사정권에 두고 전술핵 탑재까지 가능하다"라고 언급한 것이 올해 북한의 기조를 보여 주는 장면 그 자체라는 분석도 나왔다.

관건은 '다량의 핵탄 보유'와 전술핵무기의 양산을 위해 북한이 어떤 과정을 밟을 것이냐다.

북한의 행보는 자신들이 이미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핵탄두 기술을 활용해 핵탄두와 핵미사일 '양산' 집중하는 것과, 새 핵탄두 개발 혹은 기존 핵탄두의 개량을 위한 핵실험 단행 가능성이라는 두 가지 시나리오로 요약할 수 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지난해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시험발사 성공에 기여한 공로자들과 기념사진을 찍는 모습.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북한이 현재 운용 중인 '전술핵운용부대'의 핵미사일들이 지난 2017년 이후 지속적으로 개량됐다는 점에서 북한이 핵탄두 역시 새로 개량하는 행보를 보일 것이라는 관점을 가진 전문가들은 7차 핵실험이 머지않은 시기에 단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핵탄두의 소형화와 기술적 신뢰도는 꾸준히 높일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북한은 이르면 1월8일 김정은 총비서의 생일 전에, 늦어도 2월8일 인민군 창건 75주년 기념일이나 2월16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 전에 제7차 핵실험을 감행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봤다.

반면 북한이 이미 보유한 핵탄두 기술을 활용해 '핵미사일' 양산 및 실전배치에 더 집중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기존 KN-23(북한판 이스칸데르), KN-24(북한판 에이태큼스), KN-25(초대형방사포)를 기본 모델로 전술적 필요에 따라 각각 개량형을 다종화하는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전망했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핵탄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려 나가려면 신형 탄도미사일 및 방사포인 KN-23~25 계열에 최적화된 신형 탄두가 생산되어야 하는데, 추가 핵실험을 생략한 채 그걸 선언한 것"이라며 "핵실험이 국제 정치적 제약이나 기술적 문제로 인해 난관에 부딪쳤음을 암시한다"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핵실험 여부와 무관하게 올해 북한발(發) 핵위협의 강도는 지난 2017년 '핵무력 완성 선언' 때보다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 총비서는 "신속한 핵반격 능력을 기본 사명으로 하는 또 다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를 개발할 데 대한 과업을 제시했다"면서 지난해 개발 성공을 선언한 '화성-17형'(화성포-17형)에 이어 새로운 ICBM의 개발 방침도 밝혔다.

지난해 12월15일 실시한 대출력고체연료엔진 지상분출시험 당시 김정은 총비서가 "최단기간 내에 또 다른 신형 전략무기의 출현을 기대"한다고 언급했다는 점에서 이는 고체연료 엔진을 활용한 ICBM의 개발 및 시험발사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이는 미국을 향한 핵무력의 위협도 강화하겠다는 것으로, 북한이 국방력 강화하는 군사 행보로 한미를 향한 '외교'를 갈음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의 이같은 핵무력 강화 행보는 대외적으로 정세를 '주도적'으로 가져가겠다는 의도가 내포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미에 대해 강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만큼, 한미의 태도 변화 혹은 자신들이 주도할 수 있는 정세의 전환을 '극단적' 위협으로 유도하겠다는 의도로도 분석된다.

김동엽 북한대학원 대학교 교수는 "북한이 핵탄 보유량을 기하급수적으로 늘인다는 것은 핵무력의 사용을 미국 본토를 타격하는 전략적인 응징적 억제뿐만 아니라 한반도와 역내를 겨냥한 전술적 차원의 거부적 억제에도 배분해 사용하기에 충분한 양을 가지겠다는 것"이라며 "북한의 핵분열 물질 보유량 증가는 비핵화를 사실상 불가능하게 할 뿐 아니라 향후 북한이 핵군축을 요구하고 나올 가능성도 있다"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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