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혁신의 현장①]㈜유주, 세계 첫 '타이셀 방파제'로 안전·경관 두 마리 토끼
기사내용 요약
급속한 노령화와 젊은 인력의 유출, 기존 주력산업의 쇠퇴 등 겹겹이 쌓인 문제들을 해결하고 부산이 글자 그대로 '다시 태어나도 살고 싶은 도시'가 되려면 기존의 방법으로는 힘들다. 정치·경제·사회·문화 전 영역에 걸쳐 '혁신'이 필요하다. 뉴시스 부산취재본부는 2023년 신년 기획으로 부산시 전반에서 '혁신의 씨앗'을 찾아 소개하는 [부산, 혁신의 현장]을 연재한다.
급속한 노령화와 젊은 인력의 유출, 기존 주력산업의 쇠퇴 등 겹겹이 쌓인 문제들을 해결하고 부산이 글자 그대로 '다시 태어나도 살고 싶은 도시'가 되려면 기존의 방법으로는 힘들다.
정치·경제·사회·문화 전 영역에 걸쳐 '혁신'이 필요하다.
뉴시스는 2023년 신년 기획으로 부산시 전반에서 '혁신의 씨앗'을 찾아 소개하는 [부산, 혁신의 현장]을 연재한다.
[부산=뉴시스]이동민 기자 = 지난달 27일 오전 방문한 부산 기장군 월내항의 바다 산책로. 산책로 옆에는 테트라포드가 약 50m가량 늘어서 있다. 하지만 즐비하게 설치된 테트라포드가 무색하게도 이곳은 2016년까지는 태풍과 해일에 의해 생긴 파도와 부딪히면 물바다로 변하곤 하는 곳이었다.
지금의 월내항 산책로는 높은 파고로부터 안심할 수 있는 곳으로 바뀌었다. 산책로 너머 바다 한 가운데 네모난 형태에 길쭉하게 늘어선 '타이셀 방파제'가 설치된 덕이다. 겉으로는 콘크리트 더미에 불과한 이 방파제에는 해양구조물 건설업체 '유주'가 개발한 '타이셀 공법'과 '회파 공법'등 특허 기술이 집약돼 있다.
유주 김상기 대표는 이 방파제에 대해 "월파 양(방파제를 넘어 육지로 넘어오는 바닷물의 양)이 테트라포드의 약 10분의 1 수준"이라면서 "테트라포드보다 높이도 낮아 해안가 주변 경관도 살려줄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해상 경관·안전 한 번에 해결
유주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타이셀 방파제는 너비 10m, 두께 5m, 높이 2m의 콘크리트 블록을 층층이 쌓아 만들어진다. 각각의 블록들은 위아래로 관통결속체가 들어갈 구멍이 뚫려 있다. 이러한 블록을 층마다 엇갈린 형태로 쌓은 후 철근과 콘크리트로 만든 관통결속체로 하나의 단일 구조물 효과를 이끌어내는 것이 타이셀 공법의 핵심이다.
김 대표는 "관통결속체를 결속시키는 과정에서 블록에 뚫린 구멍을 둘러싼 방수막 안에 철근과 콘크리트를 부어 양생해 블록 사이를 고정시킨다. 모듈화된 블록을 결속시키기에 테트라포드를 쌓는 것보다 적은 중량이 들어가 공사비도 절감할 수도 있다"라면서 "명지대 하이브리드 구조실험센터에서도 실험을 통해 기술력을 검증했다"라고 소개했다.
타이셀 방파제가 높은 파고를 막고 월파 양을 줄일 수 있는 비밀은 블록 단면에 나란히 파여 있는 동그란 홈에 숨어 있다. 이 홈에는 유주가 자체 개발한 회파 공법이 적용돼 있다. 각각의 홈 안쪽에는 회파관이 연결돼 파도와 부딪쳤을 때 생기는 에너지를 반대 방향으로 전환시켜 준다.
타이셀 방파제는 테트라포드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낮은 높이로 만들 수 있어 해안가의 조망권도 확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테트라포드 사이에 해양쓰레기가 쌓이는 문제도 해결해 준다. 회파관을 타고 물이 바다 방향으로 흘러 나가기에 해안 침식과 모래 유실을 방지하는 역할도 한다.
또 테트라포드에서 왕왕 발생하는 인명사고 위험도 줄여준다.
김 대표는 "네 방향으로 솟아난 모양의 테트라포드에 사람이 올라서면 자칫 추락할 위험이 있지만 우리가 만든 방파제는 네모난 모양이라 사람이 올라서도 발을 헛디뎌 다칠 위험이 적다"라고 설명했다.
횟집 주인 마음 사로잡은 부산 방파제, 입소문타고 전국 곳곳 설치
유주가 만든 방파제는 부산 강서구 가덕도 인근 대항항으로부터 수영구 광안리해수욕장 친수공원을 거쳐 기장군 칠암항까지 부산 동서를 잇는 해안 곳곳에 설치돼 있다. 멀게는 울릉도 천부항, 제주 해상풍력발전소 하부시설 등 전국 방방곡곡 해안 40여 곳에서 유주가 만든 방파제를 만나볼 수 있다.
유주가 만든 방파제가 입소문을 타고 전국 곳곳에 설치된 계기는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부산 기장 칠암항 연안에 약 500m 길이의 타이셀 방파제가 설치 되면서다.
김 대표는 "횟집 사장님께서 경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테트라포드 설치를 반대하고 있었다"며 "여기에 파도나 태풍으로 해조류나 쓰레기들이 횟집 위로 올라오면 기장군청 직원들이 와서 치우는 상황이었다"라고 회상했다.
그는 곧장 칠암항 어촌계장에 찾아가 해일 피해를 막으면서 경관을 해치지 않는 유주의 방파제에 대해 설명한 후, 군청으로부터 5000만원을 지원받아 약 50m 방파제를 설치할 수 있었다.
김 대표는 "설치 후 칠암항 상인들이 (방파제의) 높이가 낮아 경관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 매력을 느껴 군청에 우리 방파제를 설치해달라고 요구했다"며 "군청에서 약 10억 원을 들여 기존에 설치된 500m가량의 테트라포드를 걷어내고 우리 방파제를 새로 설치했다. 이윽고 입소문을 타고 전국 곳곳에 방파제를 많이 설치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미래 건설업계, 원천기술로 돈을 벌어야
2003년 2월 부산 기장군에서 자리 잡은 유주는 지난 10여 년간 테트라포드를 비롯한 해상 구조물 건설을 이어오다 2014년부터 회파 공법, 타이셀 공법 등을 연구·개발해오고 있다. 유주가 세계 최초의 '타이셀 공법'을 개발한 비법은 무엇일까.
김 대표는 원천 기술을 보유하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개발에 매진해 왔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 건설 업계는 노동으로 돈을 많이 벌었지만 요즘은 (건설 시장이) 중국과 인도에서 넘어가고 있다"라면서 "우리나라에는 정작 기술로 돈을 벌어 본 사례가 드물다. 자사만의 특허를 보유해 원천 기술로 돈을 벌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타이셀 공법과 회파공법 외에도 유주가 가진 핵심 기술은 다양하다. 유주는 타이셀 공법을 응용해 블록을 지반까지 일체화시켜 안전성을 향상시킨 '천공타이셀 공법'과 그리스 신전 기둥의 모양을 띠며 방파제 역할을 겸하는 '타이셀 포세이돈블록' 등 원천 기술을 바탕으로 계속해서 새로운 공법과 방파제를 개발하고 있다. 이러한 방파제 기술을 바탕으로 유주는 총 87건의 특허를 출원했으며 현재 북미와 유럽, 아시아 등 해외 60개국에 유주가 만든 기술에 관한 특허를 등록했다.
유주에서 근무하고 있는 전체 24명의 직원 중 연구개발 담당 인력은 90%에 달한다. 김 대표는 "우리가 현대, 삼성 등 굴지의 대기업이 보유한 자본금, 그들이 이뤄온 역사를 절대로 비견할 수 없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남들보다 앞선 원천 기술을 보유해 앞으로도 꾸준히 발전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원천기술을 향한 유주의 뚝심은 매출과 각종 수상으로도 증명됐다. 지난 5년간 유주의 매출은 2018년 21억 3869만원, 2019년 43억 5984만원, 2020년 55억 1785만원, 지난해에는 94억 7495만원으로 꾸준한 매출 상승을 이뤄냈다.
여기에 2020년에는 부산 발명의날 부산지방중소벤처기업청장 표창과 대한민국 안전기술대상 행정안전부장관상, 2021년에는 해양수산과학기술대상 해양수산부장관 대상, 지난해 10월에는 부산과학기술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2022년 매출은 100억 원 이상으로 예상한다"라면서 "앞으로도 꾸준히 기술을 개발해 실적을 이뤄낼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그동안 타이셀 방파제를 개발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가덕신공항 활주로도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우리가 개발한 타이셀 공법을 활용해 해양 환경에 좋지 않은 매립의 단점을 보완하면서도 적은 비용으로 튼튼한 신공항 활주로를 만들 수 있다"면서 "지난달 26일에는 해상 건설 관련 전문가들과 만나 우리가 가진 기술로 신공항을 지을 방안에 대해 논의도 했다. 전문가들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라고 소개했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김 대표는 "지난해 9월 태풍 힌남노가 북상했을 당시 큰 피해를 본 민락회타운 인근에 우리 방파제를 짓고자 수영구청에 제안한 상태"라면서 "내년 6월에는 경기도 안산의 마리나 시설 인근에도 우리 방파제를 지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향후 포부에 대해 그는 "앞으로 3~4년 이내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라면서 "2023년에는 매출 15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최종 목표는 전 세계 곳곳에 우리가 개발한 방파제를 설치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astsky@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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