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기회의 땅 중동]③ “한국 기업의 성공이 곧 우리의 성공”
韓-아부다비 경제협력 최대 성과는 원전
‘원전 올인’ 아닌 전력 소스 다변화가 목표
”파트너십의 힘을 믿고 열린 마음으로 오길”
창밖으로 보이는 페르시아만 바다 풍경이 멋진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도심의 한 사무실에서 중동 남성의 전통 복장을 입은 남성과 마주했다. 까무잡잡한 작은 얼굴에 짙은 눈썹과 구렛나루 사이로 빛나는 부리부리한 눈매가 인상적이었다.
그의 이름은 압둘라 압둘 아지즈 알 샴시. 아부다비 경제개발부 산하 아부다비투자진흥청(ADIO)을 이끌고 있다. ADIO는 아랍에미리트(UAE)의 아부다비에 대한 투자 유치와 촉진을 담당하는 정부 기관이다. 비(非)석유 산업 육성과 차세대 기술기업 유치를 위해 2019년 설립됐다.
직접 투자는 하지 않지만 아부다비의 양대 국부펀드인 무바달라, 아부다비투자청(ADIA)과 사모펀드·벤처캐피탈(VC)들을 연결해주는 역할을 한다. ADIA와 무바달라의 운용자산 규모는 각각 8290억 달러(약 1047조원), 2300억 달러(약 290조원)에 달한다.
아부다비에 투자하는 해외 기업들은 ADIO의 보조금 및 리베이트를 통한 재정지원을 받을 수 있다. 아부다비 국영 개발지주회사(ADQ)와 무바달라 국부펀드 등을 통한 지분 투자도 가능하다.
ADIO는 시설 이용 지원과 비자 및 면허를 위한 규제 지원, 정부 수수료 및 요구 사항에 대한 잠재적 면제를 포함한 비금전적 인센티브도 제공한다. 이민 절차도 숙련된 근로자와 고등교육 자격이 있는 사람이 취업 허가를 쉽게 받을 수 있도록 설계했다.
알 샴시의 공식 직함은 ‘청장 직무대행’이다. ‘대행’으로 ADIO를 이끌고 있지만, 전 세계에서 자금과 인재가 모여드는 아부다비 투자 생태계의 이름난 거물이다.
무바달라의 UAE 클러스터 투자 및 신규 이니셔티브 부문 대표로 활동하며 글로벌 기업과 파트너십을 통해 UAE 경제변혁을 가속하는 데 기여했다. 세계 최고의 의료기관 중 하나로 꼽히는 미국 클리블랜드 클리닉의 아부다비 진출과 아부다비 국제 금융 센터가 위치한 알 마리아 섬 개발에도 큰 역할을 했다.
학력도 예사롭지 않다. 미국 카네기멜론대에서 건축학을 전공했고, 동 대학과 하버드대, 스탠퍼드대, 펜실베이니아대에서 각각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문득 오래전 기자에게 “석사학위 열개 모아도 박사 안 된다”던 국내 유명 경영학 교수의 조언이 생각났지만, 그는 조금도 주저 없이 “미국에서 그렇게 공부하고 인맥을 쌓은 것이 현재 업무에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아부다비투자진흥청은 지난해 11월 한국사무소를 개설했다. 전 세계 7개국에 8개의 사무소를 운영 중인데, 일본에는 아직 없다. 그만큼 한국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뜻이다. 알 샴시 청장에게 경제협력 파트너로서 한국과 아부다비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ADIO가 일본에 앞서 한국에 진출한 이유는.
“설립 여부 판단에 아부다비 정부와 해당 국가의 관계가 중요하게 작용한다. 우리가 제공하는 서비스와 상호 보완적으로 시너지를 낼 수 있는지도 중요하게 본다. 한국-아부다비 관계의 뿌리는 30~4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갈 정도로 관계가 돈독하다.”
ADIO는 한국 외에 중국과 영국, 프랑스, 독일, 이스라엘, 미국에 사무소를 운영 중이다. 미국 사무소는 뉴욕과 샌프란시스코 두 곳에 있다.
한국-아부다비 경제협력의 주요 성과 소개 부탁한다.
“가장 큰 성과는 바라카 원전이다. 한국 기업들과의 협력도 크고 작은 성과를 내고 있다. 클라우드 운영관리 서비스 회사인 베스핀글로벌과 인공지능(AI) 기반 암진단 솔루션 기업 루닛, 호텔 매니지먼트 솔루션 업체 에이치투오(H2O) 등 다양한 분야의 한국 기업들이 ADIO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 입지를 다졌다. 한국 기업의 혁신 역량을 아부다비 플랫폼을 통해 전 세계가 활용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한국은 2009년 UAE 원전 수출 계약을 따낸 뒤 바라카에 한국형 원전 APR1400 4기를 지었다. 1호기는 지난해, 2호기는 올해 본격적인 상업운전을 시작했다. 3호기와 4호기가 각각 내년, 내후년에 전력을 공급하기 시작하면 바라카 원전은 UAE 전력 수요의 25%를 책임지게 된다.
베스핀글로벌은 지난달 UAE의 디지털 서비스 선도 기업 ‘e& 엔터프라이즈’(구 에티살랏 디지털)로부터 우리 돈 약 14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베스핀글로벌과 e& 엔터프라이즈는 중동과 아프리카, 파키스탄 등을 주요 거점으로 활동하는 합작 법인도 설립할 예정이다.
아부다비는 주요 산유국이고 인구도 많지 않은데 원전이 왜 중요한가.
“우리의 목표는 원전에 올인하는 것이 아니라 활용 가능한 기술을 통해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전력원을 다변화하는 것이다. 아부다비 정부가 2006년 재생에너지 기업 마스다르(Masdar)를 설립한 것도 그 때문이다. 당시에는 ‘석유 중심의 경제에 왜 그런 회사가 필요하냐고 묻는 이들이 많았다. 마스다르는 어느덧 세계에서 가장 빨리 성장하는 재생에너지 기업이 됐다. 20여 개국에서 태양광과 풍력, 수력 관련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최근에는 수소발전에도 진출했다. 탄소배출량을 줄여 2050년까지 넷제로(Net-Zero, 탄소의 실질 배출량을 ‘제로(0)’로 만드는 것)를 달성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탄소배출 대응에 관해 우리는 주요 선진국과 발 걸음을 맞추고 있다.”
아부다비의 기후를 생각하면 태양광도 유망할 것 같다.
“경제가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발전하려면 한가지 소스에만 의존해선 안 된다. 우리는 그걸 오래전에 깨달았다.”
중동진출 관문으로서 아부다비의 매력은?
“아부다비는 전 세계 인구 80%와 8시간 이내 비행으로 연결된다. 빼어난 입지 조건을 기반으로 중동은 물론 전 세계로 진출하는 플랫폼이 되고자 한다. 인도, 이스라엘 등 아부다비가 속한 UAE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는 국가도 늘고 있다는 것도 매력 요인이다. 항공·항만·도로 등 인프라에서도 다른 중동 국가 대비 비교우위에 있다. 정보기술(IT) 인프라 수준은 높은 반면 규제는 적다. 아부다비에서 설립된 기업에 대한 외국인의 100% 지분 소유도 허용하고 있다. 전 세계 약 200개국 출신 인재들이 활약 중인 아부다비는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도시로도 유명하다. 의료와 교육 수준도 높다. 미국 최고 의료기관으로 쌍벽을 이루는 클리블랜드 클리닉과 메이요 클리닉이 모두 아부다비에 진출해 있다. 아부다비에는 미국 뉴욕대(NYU)를 비롯해 프랑스 소르본 대학, 인시아드 경영대학원 등 세계 유수 명문대학 캠퍼스가 자리하고 있다.”
UAE는 지난해 2월 14억 인구의 거대시장 인도와 자유무역협정(FTA)의 일종인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CEPA)에 서명했다. 양국은 CEPA 체결로 교역 규모를 5년 안에 1000억 달러(약 126조3000억원)로 늘리기로 합의했다.
역시 지난해 체결된 UAE-이스라엘 FTA는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 간 최초의 역사적인 FTA다. 이스라엘과 UAE는 2020년 미국의 중재로 바레인과 모로코를 포함하는 ‘아브라함 협정’이라는 관계 정상화 협정을 맺었다. 이후 두 나라는 많은 경제 분야에서 협력을 증진시켰다.
한국 기업들이 ADIO를 통해 중동 진출시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도록 조언 부탁한다.
“우리(ADIO)는 여러분 회사의 성공을 돕기 위해 여기 있다. 파트너십의 힘을 믿고 열린 마음으로 오길 바란다. 오게 되면 여러분의 성공을 도울 파트너를 찾게 될 것이다. 비현실적으로 보일 수 있는 꿈을 전 세계가 같이 누릴 실질적인 결과물로 바꿔줄 파트너들 말이다.”
한국과 중동은 문화적으로 많이 다르다. 소통 방식 등 주의할 점이 있다면.
“우리가 파트너에게 원하는 건 정직, 그리고 투명성이다. 치열한 글로벌 비즈니스 경쟁에서 ‘시간은 곧 돈’이다. 따라서 우리는 파트너가 가급적 분명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길 기대한다. 질문이나 요구, 걱정 등 무엇이라도 함께 충분한 시간을 갖고 논의할 수 있도록 우리는 장기적인 연결고리를 제공한다. 여러분의 성공이 곧 우리의 성공이기 때문이다. 한국 기업이 우리를 통해 성공하는 것이 우리의 성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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