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력 레이서'황선우"모든걸 가진 메시처럼 수영의 모든 메달 따고싶다"[신년인터뷰]
[스포츠조선=전영지 윤진만 기자]'괴물, 몬스터, 월클(월드클래스), 갓(God·신)'. 어떤 수식어를 사용해도 모자라지 않을 2022년이었다. 약관의 '괴력 레이서' 황선우(20·강원도청)는 "괴물은 무섭고, '갓기'(GOD과 아기의 합성어)는 낯부끄럽고, 세계신기록을 깨야 '월클'이 될 것 같고… 그래도 좋은 성적이 나왔으니, 지난 1년간 수영에 잘 매진한 것 같다"며 빙그레 웃었다.
황선우의 지난 1년은 '잘 매진한' 정도가 아니다. 황선우는 지난해 12월 18일 호주 멜버른 스포츠앤드아쿠아틱센터에서 열린 2022년 국제수영연맹 쇼트코스(25m) 세계수영선수권 남자 자유형 200m에서 1분39초72의 아시아신기록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21년 아부다비 대회에 이어 대회 2연패에 성공했다. 지난해 6월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롱코스(50m) 세계수영선수권 자유형 200m에서 은메달을 수확한 황선우는 3개 메이저 대회 연속 포디움(시상대)에 올랐다. 아시아 최강을 넘어 '월드클래스' 선수로 진화했다.
'멜버른'의 여운이 채 가시지 않은 12월 말, 서울 강남구 역삼동 올댓스포츠 사무실에서 마주 앉은 황선우는 "2022년에 좋은 일이 많았다. 쇼트코스 자유형 200m가 특히 좋았다"며 미소 지었다.
▶최악의 순간 찾아온 최고의 기록, '쇼트코스 2연패' 뒷얘기
'1분39초72'. 스스로도 생각지 못한 기록이었다. 터치패드를 찍은 후 전광판을 확인한 황선우의 표정, 양팔을 들어올린 제스처에서 당시 심경이 고스란히 읽힌다. 황선우는 속으로 '완주만 하자'고 생각했다고 했다. 이유가 있다. 예선 도중 터치패드를 찍다 오른손 중지에 심한 타박을 입었다. 수영모를 쓸 때도 극심한 통증을 느꼈다. 게다가 시야가 좁고 물살의 영향을 크게 받는 8번 레인에 배정됐다. 그야말로 최악의 조건이었다.
황선우는 거듭 '운이 좋았다'고 했다. 그는 "선발전 후 시즌이 끝나고, 운동할 곳이 없었다. 하남의 한 수영장에서 혼자 연습했다. 나를 알아본 분들이 물속에서 턴하는 걸 훔쳐보시더라.(웃음) 도쿄엔 올림픽을 열 수 있는 50m 수영장이 많다고 들었다. 우리도 50m수영장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짧은 2주 훈련 후 쇼트코스 세계선수권에 나섰다. 황선우는 "2주 훈련으로 좋은 기록을 낸단 건 욕심이다. 1년 동안 해왔던 게 이제 (결과로)나온 것 같다"고 돌아봤다. 황선우는 2022년 튀르키예 고산지대, 호주에서 두 차례 전지훈련을 진행했다. 스타트, 턴, 돌핀킥 능력을 키우면서 페이스 훈련에 매진했다. 자유형 200m 쇼트코스 결선, 25m 구간 기록에서 일관되게 12초대를 찍은 건 큰 의미다. 도쿄올림픽에서 오버페이스로 메달을 놓친 걸 생각하면 장족의 발전이 아닐 수 없다. 황선우는 "레이스 운영 능력과 체력이 좋아진 것같다"고 자평했다. 이제 과제는 '쇼트코스' 호기록을 올림픽, 아시안게임 종목인 '롱코스' 진검승부로 연결하는 일. "올해 롱코스에서 목표 삼은 1분43초대에 진입하려면 이번처럼 페이스가 안 무너지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절친 라이벌' 포포비치, '최고의 선수' 메시
남자 자유형 200m 결선, 옆 레인(7번 레인)엔 '2004년생 라이벌' 다니엘 포포비치(루마니아)가 있었다. 포포비치는 지난 8월 유럽선수권(롱코스)에서 자유형 100m 세계신기록(46초86)을 수립했다. 부다페스트세계선수권 자유형 200m(1분43초21)에서 황선우를 꺾고 1위에 올랐고, 유럽선수권에선 1분42초97로 '마의 43초' 벽을 깼다. 황선우의 한국최고기록 1분44초47보다 1초50 빠르다. 이 종목 세계신기록은 파울 비더만(독일)이 2009년 로마세계선수권에서 전신수영복을 입고 수립한 1분42초00.
거대한 벽처럼 보였던 포포비치와의 '쇼트코스' 리턴매치, 황선우의 승리는 뜻깊다. 포포비치가 2위, '도쿄올림픽 금메달' 톰 딘(영국)이 3위였다. 황선우는 "경기 전 포포비치가 '같이 1등하자'고 하더라. 시상식 땐 좋은 기록을 세워줘 고맙다고도 했다. 그 친구가 좀 멋있다"고 말했다. "포포비치, 딘과 친해졌다. 선의의 경쟁을 통해 더 좋은 기록을 세울 수 있을 것같다"고 했다.
인터뷰 도중 문득 궁금해졌다. 황선우는 세간에서 말하는 '천재'일까. 그는 "중·고등학교 때 기록이 계속 줄어드니 어린 마음에 '나 수영 잘하네' 생각은 했던 것 같다. 지금은 '노력을 많이 하는 선수'다. 연습할 땐 눈앞이 안 보일 정도로 '빡세게' 한다"고 털어놨다.
황선우가 아시아신기록을 세운 날, '아르헨티나 축구스타' 리오넬 메시는 카타르월드컵에서 생애 첫 월드컵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축구 마니아' 황선우는 "(아르헨티나-프랑스)결승전을 봤다. '미친 경기'였다. 메시를 보면서 '정말 다 가졌네. 멋있다'고 생각했다. 자극을 받았다. 나도 메시처럼 수영에서 딸 수 있는 메달은 다 따보고 싶다"며 눈을 반짝였다.
▶"새해 목표? 항저우아시안게임서 애국가 울리기"
황선우의 2022년은 눈부셨다. 2023년 계묘년 새해 목표 역시 또렷했다. "항저우아시안게임 자유형 100m, 200m, 계영 800m 모두 정상에 오르고 싶다. 멜버른에서 애국가를 들으며 가슴이 찡했다. 항저우에서도 꼭 애국가를 울리고 싶다."
세상 모든 '월드클래스' 수영선수들의 꿈은 세계신기록이다. 황선우 역시 그렇다. "비더만의 200m 쇼트코스 기록(1분39초37)이 독보적이라고 생각했다. 이번 대회를 통해 0.35초 차까지 줄이고 보니, 세계신기록이 못 이룰 꿈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자신감을 전했다. "계영 800m도 '0.04초차' 4위였다. 일단 올해 아시안게임 첫 금메달이 목표다. 세계선수권 계영 메달 역시 불가능한 꿈이 아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황선우에게 새해 '버킷리스트'를 물었다. 거침없던 수영 청춘이 처음으로 침묵했다. 한참을 고민하더니 "수영 외엔 생각이 안난다"고 했다. "(선수 황선우와 인간 황선우가)분리가 안돼 있다"더니 도돌이표처럼 계속 '수영' '기록' 이야기로 되돌아갔다. 오직 수영에 진심인 스무 살, 수영할 때 가장 행복한 스무 살, 누구도 그 끝을 모른다는 스무 살, 그게 바로 황선우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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