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50억에 경영권 양도, '1호 특례상장' 헬릭스미스의 속내

지용준 기자 2023. 1. 2.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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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1호 기술특례상장 기업 헬릭스미스의 경영권이 17년 만에 넘어갔다.

헬릭스미스는 그동안 창업자인 김선영 대표이사가 이끌었으나 최근 김 대표가 돌연 카나리아바이오엠에 경영권을 넘겼다.

이 과정에서 카나리아바이오엠은 헬릭스미스 지분 7.30%를 보유하며 김 대표와 특별관계인의 지분율은 7.27%에서 6.70%로 낮아진다.

업계에선 갑작스러운 헬릭스미스 경영권 변동에 김 대표와 나한익 카나리아바이오엠 대표의 인연을 석연찮게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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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1호 기술특례상장 기업 헬릭스미스의 경영권이 17년 만에 넘어갔다. 헬릭스미스는 그동안 창업자인 김선영 대표이사가 이끌었으나 최근 김 대표가 돌연 카나리아바이오엠에 경영권을 넘겼다.

헬릭스미스는 2022년 12월22일 이사회를 열고 카나리아바이오엠과 경영권 양수도 계약을 체결했다. 헬릭스미스가 발행하는 350억원 규모의 3자 배정 유상신주(297만1137주)를 카나리아바이오엠이 인수하는 구조다. 신주 상장일은 오는 18일이다. 이 과정에서 카나리아바이오엠은 헬릭스미스 지분 7.30%를 보유하며 김 대표와 특별관계인의 지분율은 7.27%에서 6.70%로 낮아진다.

헬릭스미스의 경영권 매각 방식은 독특하다. 헬릭스미스가 카나리아바이오엠에 경영권을 넘기는 작업에 세종메디칼이라는 연결회사가 느닷없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먼저 헬릭스미스는 세종메디칼이 발행하는 300억원 규모 전환사채를 매입한다. 세종메디칼을 통해 300억원을 확보한 카나리아바이오엠은 자기자본 50억원을 들여 헬릭스미스의 유상신주를 사들인다. 경영권을 양도하는 데 회사가 실질적으로 단 50억원만 받은 셈이다.

업계에선 갑작스러운 헬릭스미스 경영권 변동에 김 대표와 나한익 카나리아바이오엠 대표의 인연을 석연찮게 보고 있다. 나 대표는 2018년 5월 헬릭스미스 전략총괄 이사로 합류해 김 대표와 인연을 맺었다. 2019년 최고재무책임자(CFO) 재무경영본부장을 맡았으며 2020년 헬릭스미스 자회사 뉴로마이언과 카텍셀의 초대 대표이사를 지냈다. 2021년 1월4일 헬릭스미스를 그만둔 뒤 같은 해 11월 카나리아바이오(옛 두올물산) 대표로 선임됐다. 카나리아바이오는 카나리아바이오엠의 최대주주이다. 김 대표는 "지난 2년 동안 경영권 유지에 대한 고민이 있었고 소액주주의 질타도 있었다"며 "이번 새로운 인수인이 찾아와 결실을 맺고 양수인이 건실한 회사라고 판단돼 경영권을 내려놓고자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의 해명과는 달리 이번 헬릭스미스의 경영권 매각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회사와 소액주주간의 신뢰가 깨진 상황에서 김 대표의 해명은 설득력이 없다는 시각이 만연하다. 국내 대표 바이오 회사를 믿고 투자했더니 우호지분을 늘리려는 창업자의 경영권 방어전에 휘말렸다는 지적이다. 유상증자에 따른 가치 희석은 소액주주들의 몫이 됐다.

시장 반응 역시 이번 딜에 의문부호를 내놓는다. 경영권 매각 발표일이었던 2022년 12월22일 헬릭스미스의 주가는 9.96% 하락한 1만2200원에 마감했다. 다음날인 23일 15.16% 더 떨어진 1만350원에 장을 마쳤다. 소액주주들은 즉각 반발했다. 서울시 강서구 헬릭스미스 본사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며 이번 경영권 매각에 대한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헬릭스미스는 소액주주들과 장기간 불화가 이어지는 기업이다. 헬릭스미스 소액주주연합회는 2022년 3월 정기주총에서 박재석 HR자산운용 고문을 사내이사에 앉혔다. 2021년 3월에는 정기 주총을 통해 헬릭스미스 이사회 구성원 8명 중 3명을 소액주주 측 이사진들로 꾸렸다. 오는 3월 정기주총에서 헬릭스미스의 이사진 8명 중 5명의 임기가 만료되는 만큼 소액주주와 사측간의 경영권 분쟁이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 대표는 2021년 3월 정기주총에서 "2022년 10월31일까지 엔젠시스의 임상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회사 주가도 10만원대로 올려놓겠다"며 "둘 중 하나라도 실패하면 보유하고 있는 주식을 전부 회사에 내놓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약속 중 지켜진 것은 없다. 김 대표가 경영권 매각이 아닌 소액주주들과의 약속을 제대로 지켰으면 이런 상황이 벌어졌을지 궁금하다.

지용준 기자 jyju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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