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게임?테크게임!..."반도체 경쟁 이기려면, 넘볼 수 없는 기술 필요"

한지연 기자 2023. 1. 2. 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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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에 맞선 K-기업들]1-반도체 ③승부 가를 기술 경쟁

[편집자주] 새해가 밝았지만 경제 상황은 어느때보다 어둡다. 퍼펙트스톰(복합 경제 위기) 앞에 소비, 투자, 생산, 수출 모두 앞이 보이지 않는다. 언제나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던 대한민국이다. 그 선봉에 기업들이 있다. 희망의 2023년, 산업 현장을 찾아 위기 극복의 해법을 모색한다.


선단공정(초미세공정)을 둘러싼 각국의 기술 경쟁이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이 가열화되면서 초격차 기술을 확보해야만 경쟁자를 따돌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면서다. 각 국은 선도기술 개발을 위한 인재 확충 경쟁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파운드리(시스템반도체 위탁생산) 시장에선 선두인 대만 TSMC와 2위 삼성전자, 새롭게 파운드리에 진입한 인텔이 '나노 경쟁'을 벌이고 있다. 나노미터(㎚, 1㎚는 10억분의 1m)는 반도체 회로 선폭을 의미하는데, 선폭이 좁을수록 한 웨이퍼에서 더 많은 반도체를 만들어낼 수 있다. 고효율·고성능이란 의미다. 파운드리는 코로나19(COVID-19)이후 촉발된 반도체 공급난으로 반도체 시장내 영향력이 급증했다.

삼성전자는 2030년 TSMC를 꺾는다는 목표를 세우고 맹렬히 추격 중이다. 지난해 6월 TSMC보다 앞서 3나노 양산에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 곧이어 2025년엔 2나노 2027년엔 1.4나노를 양산하겠단 계획을 발표했다. 삼성전자가 TSMC보다 앞서 3나노 양산에 성공한 것을 업계가 '역전의 발판'이라고 평가한 것도 파운드리 시장에서 기술력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사례다.

삼성전자의 추격에 TSMC도 고객사들에게 기술력을 어필하고 나섰다. TSMC는 지난달 말 3나노 반도체 양산 기념식을 개최했다. TSMC가 반도체 미세공정에 대한 별도의 기념식을 마련한 것은 이례적이다. 삼성전자와 TSMC가 5나노를 주력으로 하고 있는 것에 반해 7나노로 크게 뒤처진 인텔도 지난달 말 "4나노 반도체 생산에 들어갈 수 있는 준비를 마쳤고, 2023년 하반기엔 3나노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수주 기반 파운드리의 경우 최고 기술력을 갖춘 업체에 고객사들이 먼저 몰리는 경향이 있는 만큼 기업들이 앞다퉈 기술 경쟁력을 과시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일본과 미국 대규모 투자, 3나노 기념식 등 최근들어 TSMC가 대외에 그들의 행보를 적극적으로 알리는 것은 삼성전자를 의식한 행동"이라며 "꼴찌인 인텔은 더 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들이 점유율 70%를 과점하며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메모리반도체에서도 기술 경쟁은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선두일수록 추격차들을 따돌릴 기술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말 업계 최초로 12나노 급 16기가비트 DDR5 D램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와 미국 마이크론은 14나노대다.

낸드플래시 분야에선 '적층'경쟁이 치열하다. 낸드는 기술력의 척도를 저장 단위인 셀을 수직으로 높이 쌓아올리는 것으로 가늠한다. 지난해 7월 마이크론이 232단, 8월 SK하이닉스가 238단 낸드 개발을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236단으로 추정되는 8세대 V낸드 양산에 돌입했다.

인재 확충도 기술 경쟁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각 국 반도체 기업들은 첨단 기술 유출 방지를 위해 먼저 본토에서 R&D(연구개발)에 나선다. 전세계 각 국이 기술 개발의 근간이 되는 인재를 자국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취업 비자조건 완화, 장학금 등 인센티브를 내거는 것도 그 이유다. 대만은 아예 매년 500명의 반도체 전공 석·박사를 배출하는 반도체 아카데미를 지난해 설립하기로 했고 영국은 엔지니어를 자국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비자 조건을 완화한 우수인재(HPI)비자를 도입했다.

그러나 한국은 제자리걸음이다. K칩스법(반도체특별법)은 수도권 정원 규제와 관계없이 반도체 학과 증원을 허용하는 조항이 포함됐다가 결국 삭제됐다. 한국 반도체 업계는 그간 세제혜택보다도 중요한 것이 인력 문제라며 수도권 반도체 학과 증원을 꾸준히 주장해왔다. 업계는 삼성전자 한 회사에만 연간 6000~7000명의 반도체 신입 인력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학생들의 수도권 선호도가 높은만큼 해당 규제를 풀지 못하면 인력 부족 현상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다.

김양팽 산업연구원(KIET)전문연구원은 "고객사들은 반도체 회사가 어디에 있는지가 아니라, 어떤 기술을 갖고 있는지 보고 선택한다"며 "반도체기업들이 국내에 있을 때 지금과 같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며 정부 지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지연 기자 vividh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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