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바이든도 제일 먼저 찾았다…삼성이 픽한 '세계 반도체 중심'

평택=오진영 기자 2023. 1. 2. 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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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에 맞선 K-기업들] 1-반도체 ① '반도체 한국' 심장부, 삼성 평택캠퍼스를 가다

[편집자주] 새해가 밝았지만 경제 상황은 어느때보다 어둡다. 퍼펙트스톰(복합 경제 위기) 앞에 소비, 투자, 생산, 수출 모두 앞이 보이지 않는다. 언제나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던 대한민국이다. 그 선봉에 기업들이 있다. 희망의 2023년, 산업 현장을 찾아 위기 극복의 해법을 모색한다.

26일 오전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 P4 생산라인 건설 현장 모습. / 사진 = 오진영 기자


"옛날에는 울산에서 강아지도 지폐를 물고 다닌다는 이야기가 있었다면, 이제는 평택 고양이가 1만원을 물고 다닌다네요."

26일 오전 경기도 평택시 고덕동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 P4라인 건설 현장. 흰색 안전모와 형광색 조끼를 걸친 인부들과 삼성전자 협력사 직원들이 삼삼오오 몰려들었다. 근무 중인 삼성전자 직원 1만여명과 공사 관계자 6만여명 등 매일 7만여명이 오가는 이곳에는 반도체 '기가 팹'(대형 생산 거점)이 건설 중이다. 축구장 400개 면적의 기가 팹이 완공되면 삼성전자의 반도체 기술 '초격차'가 완성된다.

2030년까지 289만㎡(약 87만평)의 평택캠퍼스 부지에 들어설 6개 반도체 생산라인은 미국 테일러시에 짓고 있는 신규 파운드리(수탁 생산) 공장과 함께 삼성전자의 미래 먹거리를 책임질 전망이다. 30년간 1위 자리를 지켜온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의 입지를 공고히 하는 동시에 파운드리 1위를 자처하는 TSMC와의 격차를 좁힐 전초 기지 역할을 겸한다. 반도체 패권과 수백조원의 경제 효과의 '키'를 쥐고 있다고 평가받는 평택캠퍼스를 방문했다.
윤석열·바이든 다녀간 P3 옆에 또다른 생산라인이…'550조 생산효과' 유발하는 공장 더 생긴다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라인 내부 모습. 천장에 OHT(Overhead Hoist Transport·물류 자동화 시스템)가 매달려 웨이퍼를 운송하고 있다. /사진 = 삼성전자 제공

농지가 많은 평택시에 세계 최대 규모의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 라인이 들어서면서 인근은 상전벽해가 됐다. 1호선 평택지제역에서부터 고덕동을 가로지르는 45번 국도, SRT에 탑승해 인근을 지나칠 때면 창문 너머로 몬드리안의 외벽 그림이 그려진 반도체 공장을 볼 수 있을 정도로 규모가 크다. 지난 7월부터 낸드플래시 제품을 양산 중인 P3 바로 옆 부지에 P4라인이 건설 중이어서 평택시 어디서나 공사 차량과 인부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날도 이른 아침부터 건설사·협력업체 직원들이 P4로 줄지어 입장했다. 수십여대의 크레인이 하늘 높이 치솟은 건설 현장에는 공사 자재를 실은 트럭이 분주하게 오갔으며, 외부 뼈대를 만드는 골조공사가 상당 부분 진척된 모습이 눈에 띄었다. 가동 중인 P3와 P4를 구분하는 회색 방음방진용 벽 너머로 공사 초반의 모습에도 불구하고 넓은 저층부 공간이 완공 후의 웅장한 모습을 실감하게 했다.

워낙 많은 사람들이 오가다 보니 출퇴근 시간이 다가오면 인근은 마비 상태다. P4 게이트 인근을 오가던 공사장 인부 A씨(47)는 "대우도 좋고 국가 경쟁력이라고 하는 반도체에 이바지한다는 자부심도 있다"라며 "전국에서 인력이 모여들다 보니 오전 9시나 점심시간, 오후 5시쯤이 되면 사람들이 몰려 발걸음 떼기도 어려운 수준"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적체 해소를 위해 대책을 강구 중이다.

26일 점심을 앞둔 시각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인근 노점상. / 사진 = 오진영 기자


이미 가동 중인 내부도 반도체 생산을 위해 분주하다. 이날 돌아본 P1 낸드플래시 공장 내부에서도 사과 박스 크기의 OHT(자동 물류 시스템)가 천장 레일에 매달린 채 분주히 웨이퍼를 실어 날랐다. 푸른색 방진복을 입은 협력사 직원과 흰색 방진복을 입은 삼성전자 직원들은 끊임없이 기계를 점검하고 무언가를 기록했다. 유일하게 드러난 눈빛 너머로는 세계 메모리반도체 1위 기업의 자부심이 엿보였다.

삼성전자가 건설 중인 P4라인과 P5, P6라인이 완공되면 2030년까지 550조원 이상의 생산 유발 효과와 130만명 이상의 고용 유발 효과가 기대된다. 메모리와 시스템반도체 생산 시설(파운드리)을 모두 갖추고 있어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심장부로 발돋움하고, 침체됐던 반도체 업황이 정상화되면 늘어난 수요에 대응할 전망이다. 지난 5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방한했을 때에도 이곳을 제일 먼저 찾았다는 것 역시 전세계의 시선이 이곳에 쏠리고 있다는 방증이다.
바이든이 다녀간 이곳, 세계 반도체 중심축으로…삼성이 그리는 '미래의 K-반도체'
위에서 내려다본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공사 중인 P4(오른쪽 상단) 맞은편에 P5, P6이 새로 들어서면(오른쪽 하단) 세계 최대 규모의 '기가 팹' 이 완성된다. /사진 = 삼성전자 제공

평택캠퍼스 내에는 윤석열 대통령과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서명이 담긴 3나노 웨이퍼가 전시돼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방문했던 전체 길이 700m의 생산 라인인 P3는 2002년 이후로 줄곧 수성 중인 메모리반도체 1위 자리를 더욱 공고히 가져가면서, 14나노 D램과 5나노 이하 파운드리 공정에도 활용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P4 1단계 투자도 신규 낸드플래시 공정으로 구축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독주 체제를 형성하고 있는 대만 TSMC와 내년 하반기 3나노 생산을 공언한 미국 인텔 등 파운드리 총력전이 거세지고 있어 평택캠퍼스는 한국 파운드리의 미래를 좌우할 핵심 시설이라고 평가받는다. 반도체 시장에 찬바람이 부는 와중에도 파운드리 수요는 늘고 있어 내년 상반기 업황 반등이 시작되면 평택을 거점으로 1위를 탈환하겠다는 각오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는 지난 7월 3나노 양산에 성공한 뒤 해외 유력 고객사들과 양산 계획을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차세대 반도체 기지인 평택을 중심으로 경기도 용인·화성과 충청도 아산을 잇는 최첨단 실리콘 클러스터를 구축하고, 2024년 상반기 본격 가동이 예정된 테일러 공장과 함께 차세대 반도체 기술 초격차를 확보할 계획이다. 퀄컴과 구글, 엔비디아 등 고객사 유치에 유리한 미국 거점 테일러 공장과, EUV(극자외선) 공정 기반의 D램과 5나노 이하 파운드리 공정 등 최첨단 기술을 갖춘 평택 공장을 두 축으로 시장 지배력을 강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평택=오진영 기자 jahiyoun2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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