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남수 칼럼] 신냉전 시대, 한쪽 편에만 설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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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이다.
이를 위해 "수출전략도 자유, 인권, 법치라는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나라들이 경제와 산업을 통해 연대하는 경제외교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신냉전 시대, 확실하게 한쪽에 서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신냉전 시대에 굳이 한쪽 편에만 서겠다는 것은 좋은 방책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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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이다. 어두운 국내외 경기전망으로 희망보다는 걱정이 앞서는 한 해가 시작됐다. 연례적으로 새해를 맞으면 긍정보다는 부정적인 경제 전망이 우세했지만, 코로나 팬데믹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세계가 위기에 빠져있는 것은 분명하다. 경제지표도 지난해 보다 새해의 경기가 침체될 것으로 예고하고 있다.
지금 세계는 물가급등과 경기침체, 식량과 에너지 위기까지 겹치면서 몸살을 앓고 있다. 이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경제적 불균형은 사회적 분열을 낳았다. 국가 간에도 갈등의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미·중 갈등으로 상징되는 지정학적 긴장은 언제라도 폭발할 수 있는 시한폭탄이다. 남북관계 악화는 한국경제의 리스크로 현실화될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압축성장의 신화를 창조했고, 동시에 몇 차례의 위기를 맞았음에도 극복한 역사를 지니고 있다. 세계 10위권의 경제력과 문화강국으로의 발돋움은 세계가 인정하는 성공신화다. 어느 날 선진국의 반열에 올랐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순간, 한국 문화에 대한 외국의 높은 평가를 느끼는 순간, 우리는 새로운 시대가 도래했음을 확인한다. 그리고 2023년, 세계는 대전환의 시대를 맞았다.
대전환 시대의 위기는 동시에 기회도 제공한다. 우리는 동족상잔의 전쟁을 겪을 정도로 최악의 위기상황에서도 오늘날의 번영을 이뤄냈다. 그것은 기회를 살리기 위한 노력에서 비롯됐다. 위기 요인을 냉철히 들여다보는 것으로부터 기회를 잡았던 것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가 겪은 위기를 돌이켜 보면, 우리의 내적 모순에 의한 요소가 적지 않다. 오랜 기간 냉전적 사고가 우리 사회를 지배한 것이 대표적이다.
특히 우리 정치가 대전환의 중요한 고비에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대립보다는 유연한 협력관계가 매우 중요했다. 창의력과 혁신의 단초를 제공하는 사회시스템과 문화가 필수적이다. 이를 정치가 해야 했다. 그러나 정치는 여전히 산업화 시대의 의식과 민주화 투쟁의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우리나라의 정치 주역은 산업화 세대와 이들의 영향을 받은 그룹, 그리고 ‘586’으로 불리는 민주화 세대다. 산업화 세대와 그 영향을 받은 사람들은 여전히 반공이데올로기와 고도성장, 개인보다는 국가가 우선이라는 낡은 의식에 사로잡혀 있다. 물론 이들은 이를 극구 부인한다. 하지만 그렇게 형성된 가치관이 쉽사리 바뀌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민주화 세대도 마찬가지다. 권위주의 정권에 맞섰던 결기가 다양화된 오늘의 사회에서도 그대로 작동되고 있다. 역시 당사자들은 이를 부인한다. 몇몇 진보적 경제학자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여, 무리하게 시장경제에 이식하려고 했다. 사회복지 시스템에 대한 검토와 정교한 준비 없이 명분을 우선해서 시행했던 정책도 실패로 나타나고 있다.
새해 벽두 윤석열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수출 확대를 통해 위기를 극복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수출전략도 자유, 인권, 법치라는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나라들이 경제와 산업을 통해 연대하는 경제외교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른바 가치동맹을 중심으로 한 나라들과 동맹경제체제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신냉전 시대, 확실하게 한쪽에 서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그런데 세계 경제를 대하는 윤석열 정부의 대응 기조가 냉전적 사고에서 기인한 것은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동맹경제 체제는 다른 쪽을 잃게 됨을 의미한다. 원하는 대로 작동되지 않는 것이 국제관계 아닌가. 오죽하면 외교전쟁이라고 했을까. 신냉전 시대에 굳이 한쪽 편에만 서겠다는 것은 좋은 방책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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