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전망]'플랫폼 규제' 칼날 매서워진다…'글로벌'이 살 길
정부 '독과점 심사' 지침 제정…'재택 근무' 없애는 판교
(서울=뉴스1) 오현주 남해인 기자 = 지난해 10월 터진 '카카오 먹통' 사태를 계기로 정부의 '거물급 온라인 플랫폼 규제'가 확산될 전망이다.
규제 강화 틈바구니속에서 신시장 창출을 위해서 '글로벌'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다. 네이버, 카카오 등 주요 플랫폼 기업들은 올해 해외 시장 공략에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카카오, 5일부터 무료 이모티콘 3종 지급…소상공인 '최대 5만원' 현금 보상
올해 카카오의 주요 과제는 '카카오 대란' 여파로 떨어진 신뢰도 회복이다. 무료 서비스 장애 보상 전례가 없어 보상안이 나올 때까지 오래 걸릴 것이라는 예상을 엎고, 카카오는 연초부터 빠른 보상에 속도를 낸다.
먼저 1월5일 일반 이용자 전원에게 이모티콘 3종(영구 사용 1종·90일 사용 2종)을 지급한다. 춘식이 이모티콘(1개)과 인기작가 이모티콘(2개)으로 구성됐다.
소상공인에 대한 보상도 있다. 매출 손실을 본 소상공인들에게 3만~5만원의 현금 보상을 해준다. 피해가 30만원 미만인 경우 3만원, 30만원 이상 50만원 미만인 경우엔 5만원의 현금을 지원한다. 다만 50만원 이상의 고액 피해자의 경우에는 피해 입증 절차를 거쳐 지원금이 산정된다.
카카오가 일반 이용자에게 주는 이모티콘 3종 금액은 3100억원(판매가 기준)을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메이커스 쿠폰·톡서랍 플러스 지원 비용까지 더하면 추산액은 5000억원대다.
카카오가 접수한 피해사례 약 10만건 중 계열사에 접수된 경우를 제외한 건수는 8만7195건이다. 그중 소상공인 피해 접수 사례는 20% 수준인 1만7433건이다. 만약 카카오가 이들에게 3만~5만원을 일괄 지급하면 지급액은 최대 8억7000만원에 달한다.
향후 협의체가 소상공인으로부터 피해를 접수받을 것을 감안하면, 실제 현금으로 보상하는 금액은 수십에서 수백억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카카오는 데이터센터 화재를 일으킨 SK주식회사 C&C에 구상권도 청구할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 사태로 대형 온라인 플랫폼 규제 '속도'…'독과점 심사지침' 제정
카카오 먹통 사태를 계기로 정부의 대형 온라인 플랫폼 규제 움직임이 거세질 전망이다. 지난달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카카오 먹통 방지법'을 비롯해 '온라인 플랫폼 독과점 심사지침' 등 플랫폼을 압박하는 각종 방침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후 온라인 플랫폼 자율규제 원칙을 전면에 내세웠지만, '카카오 대란' 이후 거대 온라인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에 고삐를 당기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플랫폼 독과점 심사 지침을 제정한다. 현행 지침은 전통 산업 기준이라 디지털 플랫폼 기업에 적용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새 지침에는 검색 횟수·체류 시간 등 플랫폼 서비스의 특성을 반영한 기준과 구체화된 독과점 금지 행위 유형이 담길 예정이다.
또 정부는 네이버·카카오 등 거대 플랫폼의 골목상권 침해 논란을 겨냥해 기업결합(M&A) 심사 기준도 개정할 예정이다. 간이 심사로 처리된 플랫폼 기업의 M&A 심사가 올해부터 일반심사로 바뀐다. 정부가 해당 M&A가 시장경쟁을 해치는지 꼼꼼히 따지겠다는 뜻이다.
◇네이버, 북미 '커머스'·사우디 '클라우드' 사업 확대…카카오, 유럽서 '웹툰' 본격화
잇단 압박 속에서 플랫폼 업계는 해외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낸다. 네이버는 북미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각각 커머스·클라우드 사업 확대를 노린다. 우선, 1월 내 '북미판 당근마켓'인 패션 중고 거래 플랫폼 '포시마크'의 인수를 마무리한다.
앞서 회사는 1분기 내 창사 이래 최대 인수 규모인 16억달러(약 2조3000억원)에 포시마크를 품겠다고 했는데, 시기를 앞당겼다. 글로벌 성장 둔화 우려가 나오면서 불확실성을 미리 돌파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네이버는 글로벌 중고거래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그간 △크림(한국) △빈티지시티(일본) △유럽(왈라팝·베스티에르) 등 주요 중고 거래 플랫폼을 인수·투자했는데, 이제는 북미 영역까지 손을 뻗는다. 또 '포시마크 효과'로 미국 내 웹툰과 왓패드와의 연계로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와 함께 네이버는 사우디아라비아 초대형 스마트 시티 프로젝트 '네옴시티' 수주를 위해 노력한다. 아직 클라우드는 네이버의 주요 수익원이 아니다. 지난해 3분기 네이버의 클라우드·기타 사업 부문 매출은 948억원대로 4%대 비중에 그친 상태라 성장 동력이 필요하다.
카카오는 글로벌 진출을 뜻하는 '비욘드 코리아'를 실현할 '핵심 키'로 웹툰 플랫폼 '픽코마'를 적극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16년 일본에서 첫선을 보인 글로벌 만화 앱 '픽코마'는 6년 만에 누적 매출(지난해 11월) 20억 달러(2조 5573억원)을 돌파하며 고공행진하고 있다.
올해 카카오는 유럽 웹툰 시장을 본격 공략한다. 지난 2021년 설립된 '픽코마 유럽' 법인을 통해서다. 지난해 프랑스 시장에서 애플리케이션(앱)을 출시한 픽코마는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실제로 프랑스 픽코마는 현지 구글 플레이스토어 만화 부문(지난달 23일) 인기 1위, 매출 2위를 찍었다.
◇'엔데믹 2년차' 맞아 판교도 "사무실로 출근해"…카카오 '재택 근무' 폐지
플랫폼 업계는 근무제에 큰 변화가 있을 전망이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판교 주요 기업에서는 재택근무가 보편화됐지만, 엔데믹 시대가 오면서 점차 '회사 출근'에 방점을 두는 모습이다.
카카오는 3월1일부터 재택근무를 폐지한다. 사무실 출근을 우선하는 '오피스 퍼스트' 근무제를 도입한다. 이로써 지난해 7월 도입된 사무실 출근과 재택 근무를 혼합한 '하이브리드형 근무제'가 막을 내린다. 그간 카카오 직원들은 원하면 완전 재택근무도 가능했다.
또 카카오는 격주 '놀금'(금요일 휴무) 제도를 1일부터 없앴다. 대신 매월 마지막주 '놀금'으로 전환되는데, 이렇게 되면 금요일 휴가가 월 2회에서 1회로 줄어든다.
근무제 개편은 카카오 먹통 여파로 업무 효율 개선에 대한 회사의 고민이 담긴 것으로 분석한다. '놀금 제도' 역시 먹통 사태 대응 과정에서 논란이 됐다.
국내 대표 IT기업인 카카오의 영향력을 고려하면 판교의 다른 주요 IT기업들의 근무제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네이버는 지난 7월 도입한 타입R(Remote-based Work)과 타입 O(Office-based Work)로 구성된 '커넥티드 워크'를 계속 유지한다.
woobi12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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