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대담] 강원특별자치도의 미래를 말하다
이념·정치적 문제 아닌 현실
지역차원의 환기 필요
함께 사는것의 기본은
공통 목표를 둔 긍정적 접촉
직접 지원보다 ‘경험의 공유’ 중요
외국인·한국인·다문화가정 꼬리표
구분의 ‘구조화’로 상호이해 어려워져
같은 목표 갖고 정체성 확장 나설 시기
강원, 정서적 문제·거부감 따질 상황 아냐
불가항력적인 저출산 문제 도래
다양한 분들 강원도민으로 수용해야
‘○○다움’ 부각하는 분위기 사라지면
보이지 않는 경계들 서서히 지워질것
강원특별자치도 정책 핵심 둬야할것은
지원대상을 구분하지 않는 것
다문화 대상화 ‘역차별’ 문제도 생겨
지역·학교·전체학생 지원 프로그램을
이주민 수용 ‘처용 프로젝트’ 구상
지역서 직접 양성·포용하는 노력 필요
좋은 사회를 규정하는 중요한 척도 중 하나는 ‘다양성’이다. 지역 소멸 위기를 겪는 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도 ‘다름’을 포용하는 태도와 다양성 사회로 진입하려는 노력에 달려 있다. 차별과 편견의 시선, 사회문화적 격차에 따른 불평등은 지역이 한 단계 도약할 가능성을 막는 큰 장벽이자 사회갈등을 촉발시킬 위기요인이다.
강원도민일보는 2023년 새해를 맞아 강원도의 다양성을 확보하고, 지역발전의 동력으로 삼을 수 있는 길을 찾기 위해 소설가 김별아 강원문화재단 이사장, 튀르키예 출신으로 귀화한 국제관계학 전문가 한준 이화여대 교수와 신년 대담을 가졌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국민통합위원회 사회문화분과에서 함께 활동하며 한국사회의 문화다양성 확장 방안을 고민해 온 이들은 최근 롯데월드타워 워크플렉스에서 진행된 대담에서 “모두 같은 목표를 갖고 살아가고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경험의 공유와 정체성의 확장, 경계를 지워가는 지역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며 “대상을 구분하지 말고 문화예술 등의 매개를 통해 지원이 필요한 지역이나 마을 커뮤니티 전체를 끌어올리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주배경인과 정주인 모두가 행복한 강원도 만들기를 통해 지역공동체 활성화와 복지 체계와 대학 소멸 위기까지 해결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강원특별자치도로 새롭게 출발하는 새해, 보다 다양한 빛깔의 사람들의 행복으로 활력을 찾아가는 강원도의 미래를 말한다.
◇대담 ┃김별아 강원문화재단 이사장·한준(아이한 카디르) 이화여대 교수
◇진행┃송정록 강원도민일보 편집국장
● 김별아 ┃ 강릉. 연세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1993년 실천문학 등단. 장편소설 ‘미실’, ‘논개’ 등 다수.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 산하 국민통합위원회
● 한준(아이한 카디르)┃튀르키예 출신. 한국 귀화. 뉴질랜드 오클랜드대, 서울대 국제학 석·박사,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 산하 국민통합위원회 사회문화분과 위원..
△송정록= “최근 지역 청년 정착을 위한 기획보도를 했는데 주요 이슈 중 하나가 다양성 문제였다. 강원도라는 폐쇄적 공간이 어떻게 확장성을 갖고 넓힐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많다.”
△김별아= “다양성에 대한 부분을 풀어가는데 문화만큼 좋은 매개가 없다. 사회 곳곳의 갈등이 심하고 ‘헝그리 사회’에서 ‘앵그리 사회’가 됐다는 말들을 많이 한다. 쉽게 분노하는 분위기 속에 코로나19 팬데믹을 지나면서 사회 전체가 우울해졌다. 강원도 사람들이 빠져나가고 고령화 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을 사회가 품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문화는 경험을 갖게 한다. 다양한 배경을 가져도 경험을 공유하면 이해도가 높아진다. 이를 위해 지역 예술가들과 좋은 사업과 사례를 적극 만들어 가고자 한다. 우선 지역을 기록하는 작업이 중요하다. 이후 얘기를 확장시켜나갈 수 있다.”
△한준= “이주 배경인만을 위한 정책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좋은 사회를 만들어 가야 한다. 한국의 소위 ‘다문화 정책’은 저개발 국가의 결혼 이주 여성 중심이었다. 그분들의 적응을 위해 언어나 문화를 가르쳤다면 이제는 달라지고 있다. 남편도 상대 나라에 대해 배우고 가족과 사회 전체도 함께 이해하도록 하고 있다. 최근 딸과 아기상어 공연을 보러갔는데 환경의 중요성을 자연스럽게 가르쳤다. 이처럼 무엇이든 어린 나이에서부터 배우면 체득할 수 있다. 우리와 다른 가난한 나라에서 왔다거나, 문화가 ‘틀리다’는 식으로 가르치는 것, 우리 민족이 낫다는 식으로 배우면 편견이 생긴다. 요즘 세대는 어릴 때부터 다양성, 함께 사는 법에 대해 배우고, 모두 같은 목표를 갖고 사는 사람들이라는 인식을 주고 있다. 같은 사회 구성원들이라는 점을 배우는 미래 세대의 수용성이 더 좋아질 것으로 생각한다.”
△송정록= “말씀하신 수용성을 높여가야 하지만 이민, 이주민 2세대의 성장에 대한 사회의 관심이 아직 낮다. 무관심과 소외는 사회의 갈등 요인이 될 수 있다. 교육과 사회적 격차 해소도 큰 과제다.”
△김별아= “정선 임계면의 사례를 들어보겠다. 꽤 큰 면 소재지였는데 3∼4년 전부터 예술 교육이 전무해졌다는 것을 우연한 기회에 알게 됐다. 지역아동센터 아동의 60∼70%가 다문화 가정이라고 한다. 한국 학부모들은 피아노와 태권도는 기본이라고 생각하지만 이주 여성분들은 경험이 많지 않다 보니 자녀들이 문화적으로 거의 방치되는 것이다. 지역 공동화로 수도권이 모든 사람과 자원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상황에서 살만한 곳을 만들려면 교육과 문화가 기본이다. 삶의 기본 조건이자 아이들을 키우기 위한 필수 인프라인 문화 예술로 이런 문제를 풀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 ”
△한준= “사회 심리나 사회 정체성 이론 관련 연구에서도 문화예술과 스포츠, 게임 등이 정체성 확장에 큰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들이 많다. 정주민과 이주 배경인들이 서로의 차이를 잊고 하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 한국인, 다문화 가정 등의 꼬리표를 달고 만나면 그러한 구분이 더 구조화 되고 상호 이해도 어려워진다. 반대로 바이올린 연주나 같은 게임과 운동, 자원봉사를 하며 같은 목표를 가지면 정체성을 확장하면서 신뢰와 공감도가 높아진다. 그 결과로 협력할 수 있는 일도 많아진다. 특히 문화예술 분야는 만나서 함께 하며 서로를 받아들이기 쉽기 때문에 이러한 분야를 매개 삼아 통합을 이뤄나갈 수 있다.”
△송정록= “튀르키예를 비롯한 유럽은 이민사가 훨씬 오래됐다. 이제 이민 1세대가 정착하는 단계의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한준= “현재 한국 상황은 사실 1960∼70년대 독일과 비슷하다. 당시 독일도 경제적으로 발전하면서 3D 직종들이 생겨났는데 터키를 포함한 많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가족들과 갔다. 사회적 필요성에 따라 온 사람들을 어떻게 수용하는가는 독일에서도 이슈였다. 1세대는 적응, 2세대는 정체성의 문제를 겪었다. 3세대는 조금 나아졌다. 두 가지 정체성을 모두 가질 수 있다는 점을 배웠고, 함께 사는 것에 대한 인식도 높아졌다. 이렇게 오는데 40∼50년이 걸렸다. 한국도 50년은 지나야 적응할 수 있다는 말이 된다. 같은 시간이 흐르기 전에 이전 국가들의 사례에서 어떤 정책이 좋았는지, 또 잘못이었는지 잘 살펴봐야 한다. 뉴질랜드·호주·캐나다 같은 나라들의 정책들도 잘 살피면 좋겠다. 저출산 고령화는 우리가 원하든 원치않든 다가온 문제이고, 한국 복지제도 유지를 위해서는 노동자, 고급인력으로 들어와서 정착해야 하는 시기다.”
△김별아= “다문화가 한국의 나이많은 남자와 저개발 국가 여성의 결혼 가정이라는 이미지로 고착화 돼 있지만 실제로는 한 교수님처럼 고학력의 귀화자부터 지역의 이주노동자까지 아주 다양한 배경의 분들을 포함한다. 이주배경인 카테고리 안의 다양한 사례들을 수용할 수 있을만한 법과 제도가 아직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강릉고속터미널 부근에는 카자흐스탄에서 온 분들이 많다고 한다. 올림픽 시설들을 지으면서 이주 노동자 인력이 한꺼번에 들어왔는데 이분들이 떠나지 못하고 머물고 있는 것이다. 사실상 지역의 노동력이 된 분들인데 자녀까지 있어서 교육 문제도 발생한다. 학교에 가도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만약 정주하지 못하고 떠난다고 해도 자녀들이 어린 시절을 이렇게 보내는 것은 비참한 일이다. 이전에 언급한 문화예술 교육 사례들이 잘 진행되면 이런 부분까지 확장해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다.”
△송정록= “강원도의 경우 보수적인 지역으로 꼽힌다. 수도권에는 외국에서도 엘리트나 고급 인력이, 비수도권 지역에는 계절근로자 등 3D 직종의 이주민들이 오다 보니 이주민 정책에서도 지역간 횡적 차별이 생긴다. 이것이 다시 지역의 수용성, 포용력을 낮추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이 문제다.”
△김별아= “보수적인 지역으로 불리는 요인은 경험 부족이 가장 크다고 본다. 이제 이주민에 대한 정서적 문제나 거부감 등을 따질 상황이 아니다. 불가항력적인 저출산 문제 때문에 지금부터 출산율을 높인다 해도 30년 정도는 복지체계가 뚫리게 된다. 이를 어떻게 메울 것인가. 다양한 분들을 강원도민으로 수용해야 한다. 전혀 이념이나 정치적 문제가 아닌 현실의 문제가 됐다. 인간에 대한 근본적 존중과 인권에 대한 얘기로 시작하면 서서히 간극이 줄어들 것이다. 이주민과 귀화자, 유학생 외에 북한 이탈주민도 있다. 이들에게 기회를 다양하게 열어야 한다. 살러 오는 분들은 준비가 돼 있는데 우리가 안되어 있을 수도 있다. 더 좋은 삶을 원하면 기회를 주는 곳으로 오는 것이 당연하다. 이 부분에 대한 지역 차원의 관심이 아직 많지 않은 것 같다. 환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한준= “저는 한국인 중에서도 국제교류 경험이 많은 분들을 주로 만나왔기 때문에 전체적인 한국사회의 수용성을 객관적으로 판단해서 말씀드리기 어렵다. 다만 정책이 달라지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한국은 문제가 생겼을 때 그것을 적극 듣고 정책화로 이뤄지는 것이 상당히 빠르고 적극적으로 이뤄진다. 특정 계층이 아니라 사회전체를 바꾸기 위해서 교과서도 바뀌고, 교수들도 연구를 많이 하고 있다. 더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교육부, 여성가족부 등 각 부처에서 내부적으로 고민을 많이 하고 빠르게 진화한다는 점은 보기 좋다.”
△송정록= “저희 칼럼에 아프리카 국가를 무조건 도와줘야 할 곳이라는 인식을 주는 획일적인 광고를 지적하는 글이 실렸었다. 늘 고통받고 아픈 사람들이 많아서 보호해야 할 대상으로 생각하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이나 대기업들은 그곳의 고급인력, 자원의 풍성함 등 가능성을 보고 있다. 그만큼 각자의 나라와 문화를 바라보는 관점 자체가 다르다는 지적이었다.”
△한준= “그래서 언론의 역할이 아주 크고 중요하다. 실은 아프리카 국가 뿐만이 아니라 귀화를 했다고 해도 다른 나라 출신 사람이라고 하면 한국에서는 항상 뭔가 다른 점을 찾고 강조하려고 한다. 한국 문화에 대해 ‘와! 와!’하고 놀라워 하는 반응을 원한다. 좋은 쪽으로 놀라워 하는 부분, 안 좋은 쪽으로 이상하게 바라보는 시선 등을 포함해 작은 차이점부터 찾으려고 한다. 최근 한국 예능 프로그램들에서도 그런 점을 보여준다. 예능적 요소가 없으면 다큐멘터리가 되기 때문이겠지만 차이를 부각하는데 집중한다. 저에게도 방송 출연 연락이 온 적이 있는데 한국에 사는 외국인 관점의 고민이 있다면 함께 풀어보자는 제의였다. 하지만 저는 제 고민은 한국 교수들과 다르지 않기 때문에 방송할 내용이 없겠다고 답했다. 다른 일반 한국 교수들에게는 고민이 무엇이냐고 묻는 경우가 없지 않나. 외국 출신이라는 이유로 방송 자체를 만들기 위해서 역할을 하기는 어렵다고 답했다.”
△김별아= “아직은 그런 차이를 지워가는 단계에 있는 것 같다. 사회문화적 성숙을 더 깊게 이루려면 자꾸 차별성이나 ‘무엇무엇 다움’을 부각하는 것도 서서히 사라져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분단까지 이뤄지다 보니 매우 폐쇄적이었다. 88서울올림픽이나 2002월드컵 등 이벤트들이 굉장히 결정적이었다고 본다. 문화적 자신감을 준 것이다. 월드컵 예선에서 네덜란드에게 5대0으로 지던 시절을 지나 2002년 4강에 올랐다. 이후 가장 중요하게 달라진 점은 선수들이 더 이상 졸지 않더라는 것이다. 이전의 ‘뻥 축구’ 같은 것도 사실은 문화적 두려움에서 왔다고 생각한다. 옛날 식의 문화적인 낮음이 그런 장면에서도 나타났다. 이후에는 자신감을 갖고 20여년간 문화의 꽃을 피워왔다. 최근의 K-컬쳐 등도 이러한 자신감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모든 사람들이 처음부터 다 똑같다고 하기에는 근본적으로 어려울 것이다.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게임’의 인기비결을 살펴보면 한국인 입장에서는 비참하고 잔혹하게 느껴지는 사채, 탈북 등 소재들도 외국 사람들에게는 동양 이야기이다 보니 좀 편하게 볼 수 있었다고 한다. 모든 문화가 똑같고,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그 경계들이 계속 지워질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송정록= “강원도는 내년에 강원특별자치도로 새로 출범한다. 사회의 다양성, 문화다양성 확장과 관련해 정부와 지자체 차원에서 정책적으로 어떻게 풀어나가는 것이 바람직할까.”
△한준= “정책적으로 가장 핵심에 둬야 하는 것은 지원대상을 구분하지 않는 것이다. 특히 다문화 문제를 푸는 정책과 관련해서는 부모 중 한 분이 외국 출신이어서 다문화 정책의 수혜자로 대상화 하는 것 보다는 그런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는 지역, 혹은 학교의 전체 학생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역차별 문제도 생긴다. 다문화 정책 대상자인 학생들만 지원받는 사이 한국 학생의 상황이 오히려 안 좋아지는 경우가 있다는 연구도 있다. 똑같이 힘든 환경에서 비슷비슷하게 사는만큼 지원여부에 따라 상황이 달라지는 것이다. 필요한 지역, 동네, 학교를 찾아가서 전체를 지원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미국에 ‘프라미스 네이버후드(promise neighborhood)’라는 프로그램이 있고 서울 구로디지털단지에 있는 지원센터에서도 시범적으로 하는 지원사업이 있는 것으로 안다. 이를 강원을 포함한 전국으로 확대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김별아= “우리가 하려는 것도 그런 차원이다. 아까 언급한 정선 임계는 강릉지역과 마주한 지역이다. 강릉지역 문화예술활동가들을 키워서 연결하는 시범사례를 만들어 보자고 생각하고 있다. 실제로 하겠다는 분들도 계신다. 다른 지역도 비슷한 사례들이 매우 많을 것이다. 이렇게 문화소외지역이 곳곳에 뚫려 있다. 부동산 카페에서는 강원도의 지자체가 6개 정도밖에 남지 않겠다는 얘기들도 한다. 춘천과 원주를 제외하면 모두 위기다. 아이들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한데 그 연령대에서 할 수 있는 경험의 기회를 제공하지 않은채 방치하면 안된다. 그런데 악기를 지원하고 싶어도 예산상 한계가 있다. 기부 받는 방안도 의미 있을 것 같다. 이전에 강릉 신영극장 살리기를 위해 좌석을 하나 샀었는데, 강원도민들이 학생들에게 교육용 바이올린을 선물할 기회가 있다면 지역 문화예술을 활성화 하고 서로를 잇는 다리가 될 수 있다.”
△한준= “직접적 지원보다 중요한 것은 경험의 공유다. 함께 사는 것의 기본은 긍정적 접촉이다. 공통의 목표를 가지고 늘려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이전에도 언급했듯이 문화예술과 스포츠, 게임 등을 통해 함께 경험할 수 있는 상황과 기회를 만들어 가야 한다. 유학생에 대한 연구도 많이 했는데 한국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이 한국친구들과 함께 하는 교류의 시간이었다. 유학생 대상 관광 프로그램 등을 지자체에서 하는 사례를 봤다. 하지만 관광이나 여행은 혼자서도 가능하다. 수업 듣는 것 외의 활동이 필요한데 학교에서 별로 제공되지 않고 동아리 활동도 언어 장벽 때문에 어려워 한다. 무언가를 함께 하는 기회를 만드는 것이 우선이다. 여기에 대한 고민을 지자체에서 조금 더 해주셨으면 좋겠다. 유학생들이 지역에 정착하면 좋은 인력이 될 수 있다. 한국에서 공부했고 영어, 모국어 등을 구사할 수 있기 때문에 각자 출신 국가와 한국과의 가교 역할을 훌륭하게 해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김별아= “동의한다. 외국에서 오신 분들의 어려움을 겪는 부분은 네트워크가 없다는 것이다. 인맥으로 이뤄지는 것이 많은 우리 사회에서 그런 관계성이 아예 없는 분들이 적응하는 것은 매우 힘들 수 있다. 이것이 폐쇄성의 문제로 이어진다. 외국인 노동자 인력도 부족한 상황이라고 한다. 또 지역 소멸과 함께 사라지는 가장 큰 기관중 하나가 대학이다. 지역 전문대를 이들을 위한 교육기관으로 활용하면 어떨까. 전북 군산의 한 전문대에서는 지역 대기업과 업무협약을 맺고 이주노동자가 대학에 다니면 영주권을 위한 비자 취득을 돕고 훈련을 통해 고급 인력으로 정착시키고 있다. 문 닫을 위기에 놓인 대학들을 위한 방안도 다양성 측면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이다. 관련해서 ‘처용 프로젝트’라는 이름을 생각해 봤다. 처용은 아랍 상인이라는 설이 있는데 신라시대 헌강왕이 특이한 복식으로 춤추는 사람을 보고 귀화를 시켰다고 하는 인물이다. 역사 속에도 이러한 이주민 수용 사례가 나오듯이 다양한 이주배경인 분들을 지역에서 직접 양성하고 포용하는 노력들이 강원도와 같은 지역에서는 특히 중요하다.” 정리/김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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