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반도체 육성 ‘68조’ 쏟아붓고도 “최첨단 기술 구현 한계” 우려
“돈 퍼붓는 것 특효약 아냐, 대만 따라잡으려면 시간 걸려”
“삼성 등 해외 기업들, 美내에서 최첨단 반도체 생산 여부 불투명”
“미국 내 생산 인력 양성도 역부족”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지난해 8월 2027년까지 527억달러(약 69조원) 지원을 골자로 한 반도체법(CHIPS Act)에 서명했다.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기업에는 25%의 세액 공제를 적용하기로 했다. 중국이 반도체 자립을 목표로 천문학적인 금액을 쏟아부으면서 반도체 굴기(崛起)에 나서자 미국의 반도체 산업 발전과 기술적 우위 유지를 위해 대응에 나선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1일(현지 시각) “중국과의 기술 냉전이 한창인 가운데 미국 기업 및 해외 기업들이 속속 미국 내 투자를 약속하고 있다”면서도 “이 투자들은 (중국과의 기술 경쟁에서 승리하는 데) 특효약은 아니다”라고 보도했다. 미국의 대규모 반도체 육성·투자 정책에도 여전히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미 반도체산업협회(SIA)에 따르면 2020년 이후 미 전역에서 35개 이상의 미국 및 해외 반도체 기업이 미국 내에서 반도체를 생산하겠다며 2000억 달러(약 252조6000억원) 투자를 약속했다고 NYT는 이날 보도했다. 투자 금액은 텍사스, 애리조나, 뉴욕 등 16개 주(州)에서 23개의 신규 칩 공장 준공 및 9개 공장 증설, 업계에 장비·소재를 공급하는 기업들의 투자 등에 투입될 예정이라고 한다.
NYT는 “연방 정부 차원의 이런 노력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모든 산업에서 필수재가 된) 알루미늄과 고무 생산을 위해 새로운 선박과 파이프라인, 공장 등에 대한 지출을 쏟아냈던 때 이후로 미국의 가장 큰 제조업 투자 프로젝트”라며 “바이든 행정부가 경제 정책 중 상당 부분을 반도체 생산 활성화에 집중하는 건 단순히 경제적 측면을 넘어서고 있다”라고 했다. 이어 “이는 세계의 최첨단 칩의 대부분이 중국이 영토권을 주장하는 섬인 대만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이라며 “(대만 해협에서) 분쟁이 발생할 경우 반도체 공급망이 교란될 수 있으며 미국이 (중국에 비해) 기술적으로 불리해질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고 했다.
NYT는 그러면서 “업계에 따르면 미국 내 반도체 생산 노력이 일부 불균형을 시정할 수도 있다는 의견이 있다”면서도 “그것은 어느 정도까지 일 뿐”이라고 했다. 최근 ‘칩 워(반도체 전쟁)’를 출간한 미 터프츠대 크리스 밀러 교수는 NYT에 “(미 정부의 엄청난 투자에도) 반도체 자립을 달성하는 데엔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NYT는 이 이유로 ▲반도체 공장을 준공하는 데만 수년이 걸리는 데다가 ▲미국 내 공장이 가동되더라도 이들 공장에서 ‘최첨단 반도체’가 생산되지 못할 가능성이 크고 ▲미국 내 생산을 뒷받침할 인력도 부족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일례로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의 TSMC는 미 애리조나주 피닉스 공장에서 2024년부터 4나노(㎚·나노미터는 10억분의 1m), 2026년부터 3나노 반도체 칩을 생산할 것이라고 밝혔다. NYT는 “그러나 이미 TSMC는 대만에선 3나노 제품 양산을 시작했다”며 “2025년엔 TSMC 대만 공장들이 애플에 2나노 제품을 공급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한다”고 했다. TSMC가 미국 등에 투자 약속을 하면서도 최신 반도체 공정은 미국으로 옮기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NYT는 “TSMC 뿐만 아니라 다른 해외 기업들도 미국에 더 진보된 기술을 가져올 지 불확실하다”며 “삼성전자도 텍사스에 있는 새 공장에 170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지만 구체적인 생산 계획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SIA는 미국의 반도체 산업 대규모 투자로 반도체 생산 기업 및 공장에서 27만7000명의 반도체 인력 수요를 창출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단기간에 이 인력들을 고용하는 것도 큰 도전이라고 한다. NYT는 “반도체 공장은 기술자 및 전기·화학 공학과 같은 분야의 숙련된 과학자가 필요하다”며 “최근 반도체 업계 임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인재 부족’이 가장 어려운 과제 중 하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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