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7인 “영끌족, 입지 안 좋으면 처분...단 이 두 곳이면 버텨야”
“집·전셋값 하락세 이어질 것
새해 부동산 시장 ‘금리’에 달렸다”
지난해 급격한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 우려에 전국 집값이 1990년대 외환 위기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부동산 전문가들 사이에선 계묘년 새해에도 집값 하락세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하지만 본지가 부동산 전문가를 대상으로 ‘2023년 주택 시장 전망’을 설문해 보니, 하락 폭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렸고, 밑바닥을 다질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지난해 연초만 해도 치솟던 집값은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인플레이션으로 금리가 급등하며 하반기 급락세로 돌아섰다. 집값 하락에 돌발적 변수의 영향이 컸던 만큼, 향후 부동산 시장 움직임도 예측이 쉽지 않다. 그럼에도 집값 약세를 점치는 전문가가 많은 것은 7%대에 달하는 주택담보대출 금리 때문에 주택 수요가 회복되기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다. 전세 수요가 월세로 대거 이동한 탓에 집값의 ‘지지대’ 역할을 하는 전셋값도 약세를 면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설문에 참여한 부동산 전문가 7명 대부분은 향후 주택 시장의 움직임을 가를 핵심 변수로 ‘금리’를 꼽았다. 주택 매수를 고려 중이라면 금리 인상이 언제 멈출지에 우선적으로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집값 더 떨어진다. 당분간 관망해야”
전문가 7명 중 5명은 올해 서울 및 수도권 집값이 작년 말보다 더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적게는 -3%에서 많게는 -10%까지 예상 하락률에선 차이가 있었다. 이창무 한양대 교수는 “올해는 고금리 충격이 본격적으로 현실화하면서 서울 등 수도권은 -10%보다 더 집값이 떨어질 수 있다”며 “많이 오른 곳일수록 하락 압력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민 서울대 교수는 “집값이 2018년 4분기 수준으로 회귀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이미 20~30%씩 급락한 대단지 아파트들은 올해 큰 폭으로 더 떨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올해 바닥론’을 예상하는 전문가도 있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상반기까진 집값이 하락하겠지만 하반기엔 바닥을 다지고 올라갈 것”이라며 “금리가 정점을 찍고 떨어진다는 신호가 나오면 실수요자들이 주택 매수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전셋값은 7명 중 6명이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양지영 R&C연구소장은 “금리가 추가로 오르지 않는다 하더라도 이미 전세 대출 이자 부담이 워낙 크고, 아파트 입주 물량도 작년보다 늘어나기 때문에 전셋값은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주택 매수 시점으로 7명 중 4명은 2024년 이후를, 3명은 올해 중을 꼽았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거래량이 바닥을 찍고 회복되는 타이밍을 노려야 한다”며 “이르면 새해 하반기, 아니면 내년 1분기부터 매수를 고려할 만하다”고 말했다. 이상우 인베이드투자자문 대표는 “지난해 집값이 큰 폭으로 조정되며 가격 측면에서 매력적인 급매물이 시장에 많아졌다”며 “실제 거주할 집이 필요한 사람이라면 지금도 충분히 매수할 만하다”고 말했다.
◇금리가 최대 변수… 영끌족 선택은
향후 부동산 시장 흐름을 결정지을 핵심 변수에 대해서는 7명 중 5명이 ‘금리’라고 응답했고, 정부 규제나 입주 물량, 경제 상황을 꼽은 사람도 있었다. 송인호 KDI(한국개발연구원) 경제정보센터 소장은 “전반적으로 금리 인상의 폭이나 속도가 집값에 큰 영향을 미치는 가운데, 서울의 경우 일부 지역에서 입주 물량이 작년에 비해 크게 늘어나면서 국지적으로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2021년부터 과도한 대출로 집을 산 ‘영끌족’들은 보유 주택의 입지가 좋지 않다면 다소 손해를 보더라도 처분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양지영 R&C연구소장은 “원리금 지출이 소득의 절반을 넘는 사람이라면 처분하는 게 나을 수 있다”며 “특히 거주 수요가 적은 지방 소도시나 수도권 외곽에 투자한 경우라면 냉정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이나 마포·용산 등 수요가 풍부한 지역의 집을 산 경우라면 좀 더 버텨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상우 인베이드투자자문 대표는 “집값 하락세가 길게 이어질 가능성은 낮은 만큼, 수요가 빨리 회복될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의 주택을 산 ‘영끌족’이라면 다소 무리가 되더라도 버티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김경민 교수는 “가능한 지금 팔면 안되고, 원리금 상환이 부담스러우면 세를 놓고 집값이 싼 곳으로 옮겨서 버티는 것도 생각해야 한다”며 “어설프게 손해를 보고 팔고 나면, 다시 집을 사는 건 훨씬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시장 정상화를 위해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송인호 소장은 “주택 수요가 회복될 때 집값이 급등하는 부작용을 막으려면 수도권 역세권 중심으로 주택이 원활하게 공급될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며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지속적으로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장 안전한 부동산 투자처로 전문가들은 이구동성 서울 강남·용산·마포 등의 아파트를 꼽았다. 시장의 상황이 불확실한 만큼, 오피스텔·상가 같은 수익형 부동산보다 수요가 많은 지역의 아파트가 가장 확실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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