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뤄둔 고통 동시에 몰려올 새해, 위기 때 개혁해야 도약한다
새해는 그동안 미뤄둔 고통이 동시에 밀려오는 한 해가 될 전망이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올해 한국 경제는 1%대 성장에 머문다고 한다. 이 수준으로 고용 안정과 적정 소득을 보장하기 어렵다. 전기료, 교통비 인상 등 고물가도 예고된 현실이다. 에너지와 공급망 위기는 작년 사상 최대의 무역 적자로 나타났다. 올해도 나아진다는 보장이 없다. 가파른 금리 상승은 언제든 가계 부채 폭탄의 폭발이라는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
국제 정세의 영향이 큰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전기료, 교통비, 가계 부채 문제처럼 한국 정부가 단계적 고통 분담을 통해 해결했어야 할 내부 과제를 미뤄둔 탓이 크다. 표를 얻기 위해 개혁을 외면한 정치 포퓰리즘이 오늘의 복합 위기를 만든 것이다. 탈원전, 소득 주도 성장, 노동 기득권과의 타협 등 시대착오적 정책도 위기에 기름을 부었다. 개혁을 미루고 실천하지 않으면 위기를 극복할 수 없고, 더 나은 미래로 전진할 수도 없다. 정치가 외면할 뿐 한국 국민 모두 아는 사실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1일 신년사에서 “지금의 위기와 도전은 우리의 대한민국이 어떤 나라인지 묻고 있다”며 “미래와 미래 세대의 운명이 달린 노동, 교육, 연금 3대 개혁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했다. “가장 먼저 노동 개혁을 통해 우리 경제의 성장을 견인해 나가야 한다”며 “노동 개혁의 출발점은 노사 법치주의”라고 했다. 본지와의 신년 인터뷰에선 “노동 개혁은 노동자를 위한 것”이라고 했다. 십 수 년 전에 시작했어야 할 해묵은 과제들이다.
경제가 안 좋으면 정치는 이를 핑계로 개혁을 미룬다. 경기 침체의 고통에 개혁의 고통을 더할 수 없다고 한다. 하지만 위기 때 개혁하는 나라만이 도약에 성공했다. 안주하는 나라는 예외 없이 퇴보했다. 대통령의 개혁 약속은 꽉 막힌 나라를 이대로 물려받을 수 없다는 미래 세대의 절박함을 반영한 것이다. 이 약속을 지키려면 야당에 대한 대화와 설득이 필수적이다. 좋든 싫든 내년 5월까지 거대 야당의 협조 없이 윤 대통령의 개혁은 이뤄질 수 없다. 야당도 미래 세대를 위해 개혁에 협조해야 한다. 대결만으론 야당의 미래는 없다.
한국은 경제·문화·방위력 등 여러 지표에서 이미 선진국의 문턱을 넘어섰다. 1인당 GDP가 올해 일본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도 있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한국이 이미 정점을 찍고 내리막길에 들어섰다는 비관론도 들려오고 있다. 현실에 안주하고 개혁을 미루면서 고통을 미래 세대에게 떠넘겨 왔기 때문이다. 2023년은 그동안 쌓인 해묵은 개혁 과제를 해결해 차원 높은 도약을 시작하는 원년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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