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鮮칼럼 The Column] 여야, 내년 총선을 두려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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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전 정부 탓 넘어 성과내야
野, 변화해야 신뢰 얻을 것
선거법 개정 포함하는 정치개혁 연내 이뤄지길
새해 아침이 밝았다. 작년 마지막 날로부터 그저 하루가 지난 것이지만 어제와 오늘의 느낌은 전혀 다르다. 섣달그믐 제야(除夜)의 마법이 어제를 잊게 하고 내일을 바라보게 만드는 것 같다. 어제까지 우리가 과거를 되돌아보았다면 이제부터는 새로운 기대감 속에 미래를 생각하게 된다.
이런 마음의 변화는 정치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작년 우리 정치는 과거에 묶여 있었다. 검찰총장 윤석열을 대통령으로 만든 건 문재인 정권의 실정과 오만에 대한 분노였다. 그래서 ‘정권이 바뀌어 다행이고 그래도 이전보다는 낫겠지’라는 생각 때문에, 아마추어 대통령의 실수나 잘못에도 ‘일단 지켜보자’고 기다릴 수 있었다. 어제의 기억이 윤석열 정부 초기의 불안한 출발을 도왔다. 하지만 이건 어제까지만 유효한 것이고 새해를 맞은 국민의 태도는 달라질 것이다. 집권 2년 차를 맞이한 올해는 어제가 아니라 오늘과 내일이 판단의 기준이 된다. 이전 정부가 아니라 윤석열 정부의 국정 운영과 정책 추진이 분명한 평가의 대상이 된다는 말이다. 그런 만큼 윤 대통령은 작년보다 더 엄격한 지적과 비판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사실 올해는 윤석열 정부에 중요한 해다. 5년 단임의 대통령제에서 임기 중 뭐라도 성과를 내려면 2년 차가 가장 중요하다. 힘도 있고 기대감도 높은 이때 올바르게 정책의 방향을 잡고 끌고 가야 임기 후반에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날 수 있다. 올 한 해를 어떻게 보내느냐 하는 것이 남은 임기 동안의 국정 운영을 결정할 것이다. 그러나 이는 대통령 혼자 열심히 한다고 해서 이뤄낼 수 있는 게 아니다. 성과를 보이면 국민이 어떻게든 알아주겠지 하는 건 관료 마인드지 정치 지도자의 자세는 아니다. 하려고 하는 일에 대한 국민의 공감을 얻어내고 또 반대가 있을 때 설득하려고 나서야 제대로 된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
야당도 어제에서 벗어나야 한다. 작년 더불어민주당은 야당이 되었지만, 국회 내 다수 의석에 취해 권력을 잃었다는 사실을 실감하지 못하는 것처럼 행동했다. 민주당이 예산안 심의나 법안 추진 과정에서 마치 여전히 집권당인 것처럼 행세하거나, 심지어 대통령 퇴진 집회에 기웃거리는 것도 과거를 잊지 못해 나온 행동이다. 불과 5년 만에 왜 권력을 잃었는지 패배의 원인을 곱씹고 당의 근본적인 변화를 모색해야만 대안 세력으로의 신뢰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작년 윤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에도 야당 지지가 오르지 않았던 현실을 민주당은 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
내년 4월의 총선은 여야 모두에게 정치적으로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여당이 패배하면 윤석열 정부는 5년 내내 여소야대에 시달리면서 뜻한 정책을 구현하기 어렵게 될 것이다. 반대로, 대통령 선거, 지방선거에 이어 국회의원 선거에서까지 야당이 패배한다면 당의 노선이나 구성에 근본적인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다. 이 중요한 선거에 대한 준비는 올해 대부분 마무리될 것이다. 여야 모두 선거 승리를 위해 목을 매겠지만 사실 국민에게 중요한 건 누가 이기느냐 하는 것보다 ‘새로운 정치’로의 변화 가능성이다. 하지만 대통령에 기대어 이른바 윤핵관이나 판검사, 관료 출신으로 당을 채워가는 국민의힘이나, 강성 지지층에 발목이 잡힌 채 당 대표 구하기에 여념이 없는 더불어민주당 모두 ‘새로운 정치’를 감당할 세력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차라리 시대에 맞는 참신한 이념과 정책으로 무장한 제3 세력의 등장이 새로운 정치에 대한 기대감을 높일 수 있을 것 같다. 이를 위해 위성 정당 등으로 누더기가 된 선거법 개정을 포함한 정치 개혁이 올해에는 꼭 이뤄져야 한다.
더욱이 내년의 선거는 2004년 노무현 탄핵 여파 속에 당시 이른바 ‘386세대’ 정치인이 대거 유입된 이후 20년이 되는 해이다. 이제 시기적으로 그 세대의 퇴장과 함께 새로운 정치 세대의 출현이 불가피한 시점이 되었다. 작년 국민의힘이나 더불어민주당 모두 젊은 지도부를 선거 때 이용하고 내쳤다. 하지만 그런다고 해서 다가올 미래를 막을 수는 없다. 결국 올해 어떤 정치 세력이 세대적으로, 이념적으로 미래를 담을 수 있는 정당으로 자기 변혁을 이뤄낼 수 있느냐 하는 것이 ‘2024년 결전’의 승부를 좌우할 것이다.
이런 정치적 상황을 예상해 보면 올해 우리 정치는 작년과는 확연하게 달라져야만 할 것 같다. 올해 과연 달라진 정치의 모습을 기대할 수 있을까. ‘한국 정치에서 그게 가능하겠어,’ 이런 의구심이 먼저 들기는 하지만, 그래도 정초인데 새해라는 마법에 기대어 이런 희망을 한번 가져 봐도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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