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회 LG배 조선일보 기왕전] 초읽기 地獄
이홍렬 바둑전문기자 2023. 1. 2. 03:02
8강전 제2국
<흑 6집반 공제·각 3시간>
白 커제 九단 / 黑 강동윤 九단 흑>
白 커제 九단 / 黑 강동윤 九단 흑>
<제13보>(170~187)=침착, 냉정하게 두어 가다가도 초읽기가 시작되면 혼비백산하는 기사가 많다. “카운트 소리에 읽었던 수가 헝클어지면서 정신이 몽롱해진다”고 고백한다. 마(魔)의 구간이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초읽기를 덜 무서워하는 기사들도 존재하며 강동윤도 그 그룹에 속한다. 오늘도 그는 일찌감치 135수째부터 초읽기에 들어가 잘 버텨내고 있다.
흑이 ▲에 둔 장면. 1회 초읽기 40초 중 39초 만에 놓인 이 수가 자칫 역적이 될 뻔했다. 참고도를 보자. 백은 상대 약점을 추궁하며 7까지 우선 상중앙 대마를 살려야 했다. 흑 10으로 봉쇄하면 13까지 안정한다. 14 이후 공격은 17까지 타개할 수 있다. 이렇게 백이 세 곳 모두 안정했으면 미세하지만 백이 앞선 형세였다는 게 AI의 분석이다.
커제는 참고도를 놓친 직후 결정적 악수까지 범한다. 174로 175와 교환한 수가 그것. 반대로 175 쪽에서 단수쳐 안형을 확보할 기회를 스스로 날렸다. 바닥 나 가는 시간을 의식하다 범한 실수였다. 179가 침착한 호착. 백은 상황이 암울해진 이 대목에서 초읽기 지옥에 합류한다. 사방의 출구가 잠기고 187 치중까지 당한 백 대마는 과연 탈출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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