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그린수소 생산, EU는 뛰는데 한국은 제자리걸음

기자 2023. 1. 2.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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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은 지난달 18일 2030년 탄소 배출 감축 목표를 2005년 대비 43%에서 62%로 높이기 위해 탄소배출권 거래제(ETS) 개편에 합의했다. 주목할 만한 것은 2027년부터는 교통수단과 건물 난방도 탄소배출권 적용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또한 이번 합의에서 역외 기업이 만든 고탄소 수입품에 추가 관세 등의 비용을 부과하는 제도인 탄소국경제도(CBAM) 도입 방안의 세부 사항도 확정했다. 탄소국경제도는 철강, 전력, 비료, 시멘트에 적용되고 2023년부터 시범 적용하여 2025년까지 과도기간을 거친 후 2026년부터 본격 적용되는 제도이다. 탄소국경제도 대상은 철강, 알루미늄, 시멘트, 비료, 전력, 수소 등 6개 업종이다. 2026년 1월부터 이 제도가 본격 시행되면 탄소배출권 거래제와 연동된 비용이 부과되며 EU로 해당 품목을 수출하는 기업들은 품목별 탄소 함유량에 상응하는 인증서를 의무적으로 구매해야 한다.

이종서 EU정책연구소 원장·(현)한국유럽학회 부회장

수소는 EU 집행위원회가 제안한 초안에는 빠져 있다가 유럽의회의 제안을 받아들여 협의 과정에서 추가됐다. 수소는 만드는 방식에 따라 그린수소, 그레이수소, 블루수소, 브라운수소, 핑크수소 등으로 나뉜다. 이 중에 친환경 청정수소는 태양광이나 풍력 등 재생에너지에서 나온 전기로 물을 수소와 산소를 분해해서 생산하는 수전해 그린수소뿐이다. 물을 전기나 열로 분해하는 방식으로 수소를 만들려면 국제 전기 가격을 고려할 때 ㎏당 1만2000원 정도가 드는데, 이는 천연가스를 원료로 하는 메탄 개질에 의한 수소 생산비인 ㎏당 약 3000원에 비해 4배가량 비싸다. EU는 그린수소를 제외한 모든 수소의 역내 수입 시 탄소국경제도를 도입하여 세금을 부과할 계획이다.

EU는 2030년까지 수소생산을 위한 전해조를 개발 발전시키는 데에만 약 420억유로(약 59조원)를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2030년 그린수소 사용 규모를 2000만t으로 기존 1000만t에서 2배를 늘려 잡았고 현재는 주로 플라스틱과 비료와 같은 화학제품을 생산하는 데 사용되는 2% 수준의 그린수소 사용 비율을 2050년까지 14%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EU 회원국 중 특히 독일, 네덜란드. 노르웨이가 그린수소 개발 및 사용에 적극적이다.

한편, 한국은 재생에너지를 통해 그린수소를 만드는 데 고비용이 들기 때문에 태양광, 풍력 발전 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호주, 중동, 아프리카에서 수소를 생산하고 이를 액화시켜 수입하겠다는 계획이다. 2050년까지 그린수소 필요량 약 2800만t 중 80% 이상을 이들 국가로부터 수입한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EU가 탄소국경제도에 수소를 포함시킴으로써 그린수소의 수입가격이 상당히 높아질 것이라는 점이다. EU는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REPower 프로그램을 발표했고 수소경제를 실현하기 위해서 노르웨이 포함 25개국이 참여하는 41개 프로젝트를 승인했다. 현재 우리는 수소 생산에 대한 명확한 계획이 없이 활용분야에만 집중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에 우리 정부는 저렴한 그린수소 생산을 위해 기업의 기술개발에 아낌없는 지원 및 투자를 해야만 할 것이다. 그린수소를 만드는 다양한 기술 확보에 전력을 다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영원히 에너지 수입국으로 남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종서 EU정책연구소 원장·(현)한국유럽학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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