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사법 개혁도 시대적 소명
윤석열 대통령은 올해 집권 2년차를 맞아 노동·교육·연금 등 3대 개혁을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3대 개혁 모두 국가의 미래를 책임질 젊은 세대를 위해 안정적인 사회적 틀을 갖추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더 이상 미루기 어려운 중요한 과제다. 그런데 윤 대통령이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우리나라는 올해 이들 개혁 외에도 사법 개혁이라는 중요한 시대적 흐름 앞에 놓여 있다. 개혁은 인적 교체를 기반으로 하는데 올해 대법원장과 대법관 2명이 바뀐다. 윤 대통령 임기 내에 대법관 13명 중 12명이 바뀌기 때문에 법조계에서는 올해부터 사법 개혁이 시작되는 것으로 본다.
사법 개혁의 필요성은 지난 6년간 김명수 대법원장이 이끈 사법부를 지켜본 사람들 상당수가 느끼고 있다. 대법원만 봐도 문제가 보인다. 문재인 정부 시절 임명된 대법관(대법원장 포함) 중 우리법연구회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출신 등 이른바 진보 성향이 8명이었다. 특정 정치 성향의 대법관이 임명되는 것 자체를 비판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미국 연방대법원도 대통령이 대법원장을 포함한 대법관 9명을 지명하는데, 주로 자신의 정치적 성향과 비슷한 판사를 선택한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경우 일부 대법관들이 사안을 다루는 데 있어서 법리에 충실하기보다는 지나치게 자신의 성향을 관철하는 데 초점을 두는 경향을 보이는 데 있다. 다수의 로펌 관계자들은 기업 관련 사건의 경우 특정 대법관이 속한 재판부에 배당되지 않기를 기도한다고 한다. 워낙 기업에 부정적인 입장만 고수하는 터라 그 대법관에게 배당되는 순간 대법원에서 뒤집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모세혈관 같은 하급 법원까지 따져보면 문제는 더 많다.
편향된 대법관 구성부터 바로잡는 것이 사법 개혁의 출발점이지만 여소야대 상황에서 녹록지 않다. 현 정부 첫 대법관이 된 오석준 대법관도 대법원장 제청 후 119일 만에 국회 문턱을 넘었다. 야당의 발목 잡기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올해 7월 임기가 끝나는 조재연·박정화 대법관 후임은 9월까지가 임기인 김 대법원장이 제청을 한다. 김 대법원장이 대통령의 대법관 인사권을 존중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지난 6년간 그가 한 일을 보면 마냥 마음을 놓을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3대 개혁은 정부가 행동에 옮기는 순간 많은 국민이 정책의 영향을 체감하기 때문에 사법 개혁보다 더 민감하고 중요하게 여겨질 수 있다. 그러나 사법 개혁은 사법부가 재판을 통해 우리나라 헌법에 명시된 자유민주주의적 가치를 구현하기 위해 필요한 과정의 밑바탕으로, 당장 피부에 와닿지 않더라도 결코 늦추면 안 되는 숙제다. 올해 있을 대법원장과 대법관 인선이라는 고차방정식을 윤 대통령이 어떻게 풀어낼지에 사법 개혁의 향방이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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