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4강 노리는 이정후 “MLB 투수도 두렵지 않다”

김상윤 기자 2023. 1. 2.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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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도전의 해가 뜬다] [1] 이정후의 세계 겨눈 배트
이정후가 지난달 서울 광화문에서 배트를 들고 포즈를 취한 모습. 2022시즌 타격 5관왕에 MVP까지 차지한 그는 각종 시상식에 참석하느라 바쁜 연말을 보냈다. 이정후는 “2023년엔 WBC 4강에 진출해 미국에서 경기를 하고 싶다. 아시안게임과 프리미어12도 기회가 온다면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남강호 기자

2023년 한국 야구의 주인공은 이정후(25·키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정후는 작년 KBO 리그 타격 5관왕에 오르고 시즌 MVP(최우수선수)를 거머쥐며 국내 최고 타자로 떠올랐다. 그는 지난달 키움 구단에 “2023시즌을 마치고 메이저리그에 도전하겠다”고 밝혔다. FA(자유계약선수) 대신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1년이라도 더 일찍 해외에 진출하는 길을 택한 것이다. 아시아 최고 유망주인 그의 선언은 미국에서도 화제가 됐다.

최근 본지와 만난 이정후는 “앞서 미국에 진출한 팀 선배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게 영향을 받았다”고 했다.

“하성이 형이 멋있고 존경스러웠어요. 한때 제 룸메이트였던 형이 미국에서 활약하는 게 자랑스러웠고요. 형이 제게 ‘미국에서 뛰는 게 정말 재밌다. 너도 수준 높은 리그에서 뛰면 야구가 더 늘 거다’라고 조언해줘서 제 꿈이 더 커진 것 같아요.”

3월 초 열리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은 빅리그 입성을 노리는 이정후에게 쇼케이스 무대가 될 예정이다. 이정후는 “내 목표는 무조건 미국에서 경기를 하는 것”이라고 했다. 미국에선 준결승과 결승 경기가 열린다. 4강 무대에 서겠다는 얘기다. 한국 야구는 2006년 첫 대회에서 4강, 2009년 두 번째 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했지만, 이후 두 번은 1라운드에서 탈락했다. 올해 14년 만의 4강 진입을 노린다.

이정후는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경기 전 애국가를 들으면 느낌이 완전히 다르다. 어떤 대회든 죽기 살기로 뛰게 된다”며 “야구 인기가 요즘 키워드다. 대표팀이 최근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는데, 이번 대회는 좋은 모습을 보여서 팬들의 관심을 끌고 싶다”고 했다.

WBC는 야구 국제대회 중 가장 위상이 높다. 미국과 일본 프로야구 최고의 선수들이 전력을 다해 뛴다. 이번 대회에서도 각 팀은 올스타를 연상케 하는 ‘호화 라인업’을 꾸렸다. 그렇지만 이정후는 “선수들 유니폼에 있는 이름은 보지 않겠다”고 했다. 그는 “경기 전에는 ‘이런 선수들과 경기를 한다니’ 싶겠지만, 일단 경기가 시작하면 이름값에 위축될 일은 없을 것”이라며 “그 어떤 투수라도 마운드에선 그냥 ‘좌투수’ ‘우투수’라고 생각하겠다”고 했다. 1라운드에서 상대할 일본에 대해선 “도쿄올림픽 때 아쉽게 졌기 때문에 무조건 이기고 싶다”고 했다.

WBC는 이정후의 아버지 이종범(53) LG 코치에게 좋은 기억이 있는 대회이기도 하다. 이 코치는 2006년 WBC에서 맹활약하며 대회 올스타에 뽑혔다. 당시 8세였던 아들 이정후는 아버지가 미국에서 열린 8강 일본전에서 결승타를 치는 모습을 TV로 지켜봤다. 이정후는 “아버지가 안타를 치고 두 팔을 번쩍 들며 세리머니하는 모습을 보고 멋있어서 소름 돋았던 기억이 난다”고 했다.

“성인이 되고 나서 아빠한테 ‘WBC는 어떤 대회냐’고 물어봤는데 아빠가 이렇게 답하셨어요. ‘난 37살에 WBC에서 메이저리그 야구장을 처음 경험해봤어. 넌 열심히 해서 꼭 그런 곳에서 뛰어라.’ 저는 그만큼 좋은 환경에서 야구를 하고 있으니 (선배들보다) 더 잘해야 할 것 같아요.”

이정후는 지난해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일을 현실로 만들었다. 홈런을 2021시즌 7개에서 2022시즌 23개로 늘리면서 삼진은 37개에서 32개로 줄인 것이다. 장타를 치려면 스윙이 커져서 삼진도 자연스레 늘어날 수밖에 없지만, 이정후는 독보적인 순발력과 배트 컨트롤 능력으로 이러한 고정관념을 깼다.

그렇지만 이정후는 장타를 늘리려고 의도한 건 아니었다고 말했다. “만약 홈런을 치려고 의식했다면 삼진이 늘고 타율이 떨어졌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메이저리그 구단에서 내게 홈런을 바라진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2023시즌에도 간결하고 강하게 치는 모습을 통해 내 장점을 부각하려고 한다. 이번엔 삼진을 30개 미만으로 줄여보고 싶다”고 했다.

이정후의 소속팀 키움은 작년 ‘언더도그의 반란’을 일으켰다. 하위권에 머무를 것이란 예상을 깨고 포스트시즌에 진출해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일궜다. 이정후는 “올해 내가 원하는 걸 하나만 꼽자면 바로 키움의 우승”이라고 했다.

“2022년을 기점으로 제가 어렸을 때부터 목표한 걸 거의 다 이뤘어요. 타격왕, 다관왕, MVP, 골든글러브, 국가대표까지…. 딱 하나 남은 게 한국시리즈 우승이에요. 이번 시즌은 꼭 ‘해피엔딩’으로 마무리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다음 도전 무대는 바로 메이저리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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