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산책] 끊기 어렵지만 끊어야 좋은 ‘요망한 풀’
새해를 맞아 건강을 생각해 담배를 끊겠다고 마음먹은 사람이 적지 않을 듯하다. 그런 결심에 응원을 보낸다.
담배는 스페인어 ‘tabaco’가 일본어를 거쳐 들어와 굳어진 말이다. 또 담배에 들어 있는 주요 화학성분인 ‘니코틴’은 16세기에 프랑스로 처음 담배를 들여온 외교관 ‘장 니코(Jean Nicot)’의 이름에서 따왔다.
옛 문헌을 보면 우리나라에 담배가 전래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400여년 전이다. 임진왜란 때 일본군에 의해 건너온 것으로 추정된다.
담배는 “남쪽에서 온 신령스러운 풀”이라는 뜻의 남령초(南靈草), 근심을 잊게 한다고 하여 망우초(忘憂草), 잊으려고 해도 잊을 수 없다는 의미에서 상사초(想思草), 좀처럼 끊을 수 없는 요망한 풀이라는 뜻의 요초(妖草)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렸다.
아울러 예전에도 호불호가 극명해 광해군은 자신의 앞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엄벌하겠다고 한 ‘금연 운동가’였던 반면 정조는 “여러 식물 중에 이롭고 유익한 것으로는 남령초만 한 것이 없다”고 말한 정도로 애연가였다.
이런 담배와 관련해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처럼 자동사 ‘피다’를 활용해 ‘피던(피고, 피면서)’ 따위로 적는 일이 흔하다. 하지만 ‘담배 피다’는 원래 ‘담배를 피던’ ‘담배를 피고’ 등처럼 담배 뒤에 반드시 목적격 조사가 붙어야 하는 표현이다. 따라서 담배 뒤에는 자동사 ‘피다’가 아니라 타동사 ‘피우다’를 써서 ‘담배(를) 피우던’ ‘담배(를) 피우고’ 따위로 적어야 한다. ‘바람피다’도 ‘바람(을)피우다’가 바른말이다.
“담배 한 까치만 줘” 같은 표현에서 보이는 ‘까치’ ‘가치’ ‘개피’ 등도 바른말이 아니다. “기름한 토막의 낱개”를 뜻하는 표준어는 ‘개비’다. 다만 “갑에 넣지 않고 낱개로 파는 담배”는 예외적으로 ‘가치담배’를 바른말로 삼고 있다. 이 밖에 ‘재털이’도 자주 틀리는 말이다. “담뱃재를 떨어 놓는 그릇”을 뜻하는 말은 ‘재떨이’다. “먼지를 떠는 기구” 역시 ‘먼지털이’가 아니라 ‘먼지떨이’가 표준어다.
엄민용 기자 margeu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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