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미국 인플레 정상화 머지않았다
美 경제 총수요 고려할 때
인플레율 6~7% 지속 어려워
경기 연착륙 이끌어내는 건
Fed 정책이자율 운용에 달려
최 인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미국 인플레이션에 대한 뉴스가 심심치 않게 신문 방송에 보도되고 있다. 미국 인플레는 남의 나라 일 같지만 사실 우리에게도 매우 중요하다. 지금같이 미국 인플레가 심해지면 미국 중앙은행(Fed)은 이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올린다. 그러면 원화 가치가 절하돼 수입물가, 여행경비, 유학비용, 외국환표시 채무 이자 등이 증가한다. 수출 기업에는 유리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수입물가 상승과 미국 경기 침체는 이들에게도 좋은 소식이 아니다. 또한 기준금리가 올라가면 미국 증시가 위축돼 미국 주식을 구입한 ‘서학개미’들은 큰 손실을 볼 수밖에 없다.
이를 상쇄하기 위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국내 대출이자도 덩달아 올라 대출로 주택을 구입한 가계, 마이너스 통장을 사용하는 직장인, 은행 융자로 투자한 기업에 큰 부담을 안겨준다. 이러나저러나 현재 미국의 인플레는 우리나라 경제에 악재이니 언제쯤 미국 인플레가 진정될까 하는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미국은 한때 심각한 인플레로 고심하던 나라다. 1960년대 중반부터 20여 년간 미국은 평균 6% 정도의 인플레를 경험했다. 1979년 Fed 의장에 임명된 폴 보커는 이자율을 최대 19%까지 올려 결국 인플레를 진정시켰다. 이후 1985~2020년 미국은 평균 2.2%의 낮은 인플레를 유지했고 이는 Fed의 정책 목표인 2%에 부합하는 수치다. Fed는 현재의 위기 이전에는 인플레보다는 디플레를 더욱 걱정하고 있었다.
그러나 2020년 봄에 시작한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미국의 인플레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2020년 4월부터 2022년 6월까지 26개월 동안 미국의 인플레율은 6.6%포인트 증가해 7%를 기록했고, 이는 지난 30년을 통틀어 최고의 인플레율이다. 이 기간 인플레가 급등한 데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다. Fed는 2020년 4월 실업률이 급등하자 기준금리를 연 0~0.25%로 상당 기간 유지하기로 하고 자금경색을 막기 위해 금융시장에 대규모로 자금을 공급했다.
또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조 바이든 행정부는 코로나 극복을 위해 합계 5000조원에 상당하는 정부지출을 결정했다. 공급 측면에서는 노동 공급이 줄고 전 세계 공급망이 흔들리면서 상품 가격, 서비스 가격, 운반 비용이 상승했고 2022년 봄에 발생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에너지와 식량 가격을 상승시켰다.
이와 같이 2020년 봄부터 시작된 일련의 사건은 급격한 인플레를 유발하는 완벽한 조건을 형성했으나, Fed는 정책이자율을 2022년 3월이 돼서야 올리기 시작해 현재 4.25~4.5%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때 인플레는 이미 6%를 넘어서고 말았다. 한마디로 Fed가 지난 30년 동안의 안정적 인플레에 익숙해져 인플레 예측과 선제적 행동에 실패한 것이다.
Fed는 내년에도 정책이자율을 올리겠다고 공언했다. 과연 미국 인플레는 언제 진정될까? 일단 확신할 수 있는 것은 미국 인플레는 1970년대로 돌아가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지난 50년간 실질소비, 실질투자, 실질임금, 인구구조, 장기이자율 등의 변화를 감안할 때 미국 경제의 총수요가 급격히 증가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이기 때문이다. 몇 년 후에는 다시 디플레를 걱정할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
단기적으로 인플레는 정점을 지나 지난해 7월부터 하락기에 접어든 것으로 보이고 이 추세는 계속될 것 같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와중에서도 에너지와 식량 가격은 안정화됐다. 다만 서비스 분야(이발, 외식, 숙박 등)에서는 노동 공급 부족으로 물가 상승이 지속 중이다.
만약 지난 2년간의 인플레 상승 속도로 인플레가 하락한다면 약 20개월 뒤에, 즉 2024년 중반에 2% 수준에 접근할 것 같다. 앞으로 Fed가 인플레 안정을 위해 정책이자율을 얼마나 올릴지는 아무도 확실히 모른다. Fed는 당연히 경기도 안 죽이고 인플레도 잡고 싶겠지만 이를 위한 묘책은 과학보다는 예술에 가깝다. 지금껏 Fed가 경기를 안 죽이면서 인플레를 잡으면 큰 박수를 받아왔다. 그런 경우가 별로 없었다는 방증이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이 올해 박수받기를 기대해 보지만 그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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