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혜준의 역사속 경제산책] 대한민국 경제 '아름다운 하모니'를 기대한다

2023. 1. 2.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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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 월요일이다.

올해도 많은 것이 변하고 달라질 것이다.

그러나 오랜 세월 이어져 온 인류의 유산들도 계속 활용될 것이다.

또한 모든 성부가 똑같은 장단으로 이어진다면 지극히 단조로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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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혜준 연세대 영어영문학과 교수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의 칸타타를 연주하는 모습.


새해 첫 월요일이다. 올해도 많은 것이 변하고 달라질 것이다. 그러나 오랜 세월 이어져 온 인류의 유산들도 계속 활용될 것이다. 그중 하나가 화성에 바탕을 둔 서양음악이다.

지금부터 약 800년 전, 1200년대 초, 중세 프랑스 왕국의 수도 파리로 가본다. 센강 가운데 떠 있는 시테섬에서 노트르담 대성당 공사가 진행 중이다. 실내는 이미 상당 부분 완성돼 그곳에서 미사를 드린다. 미사가 진행되는 동안 성당 천장까지 울리는 노랫소리가 들린다. 이들이 믿고 있는 종교는 기도와 찬미를 노래로 표현한다. 그런데 그 노랫소리가 예전에는 전혀 들어보지 못한 새로운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같은 선율을 느릿느릿 여러 음역이 똑같이 부르던 단조로움은 사라지고 높은 음역, 낮은 음역, 중간 음역이 각자 다른 소리를 낸다. 높고 낮은 성부들이 동시에 소리를 내지만 놀랍게도 서로 조화를 이룬다. 한 성부가 앞서 나가면 다른 성부는 한 박자 뒤에서 쫓아갈 때도 있다. 남들은 화려한 음표를 따라갈 때 한 음씩을 느릿느릿 내는 목소리도 있다. 레오넹, 페로텡 등 수도승들이 주축이 된 ‘노트르담 악파’는 이와 같은 다성음악을 창조했다. 이들의 다성음악에서 출발한 화음의 세계를 오늘날 온 인류가 공유한다.

노트르담 악파가 활동하던 시대의 파리는 새로운 시장경제의 활기를 마음껏 받기 시작하고 있었다. 노트르담 대성당은 도시 시민과 상인들의 재력과 헌신으로 빚어진 장대한 공공건물이었다. 노트르담에서 태어난 다성음악은 차이와 차등의 조화가 특징인 시장경제 사회의 모델로도 볼 수 있다.

어떤 목소리는 높은 음역에 속하기에 가장 귀에 잘 들린다. 그러나 중간 음역에 머무는 다른 목소리가 없으면 그 소리는 귀에 거슬리는 비명에 불과하다. 중간 음역도 베이스 음역에서 묵묵히 화음의 기초를 잡아주는 목소리가 없다면 제 음가를 발휘하기 어렵다. 또한 모든 성부가 똑같은 장단으로 이어진다면 지극히 단조로울 것이다. 한 성부는 약간 빠르고 다른 성부는 조금 뒤에 합류하고, 또 다른 성부는 한자리를 지킬 때 음악의 생기가 돈다. 그러다 모두 한목소리로, 한 호흡으로 합쳐질 때도 있어야 한다. 그러나 그때도 각자 자기 음역을 벗어나지는 않는다.

화성과 다성음악에서 가장 높은 음역과 가장 낮은 음역은 그 속성상 끝없이 대립한다. 그러나 그 대립은 화음을 위한 협업이다. 다성음악은 대개 주선율이 여러 형태로 굴절되며 가장 낮은 베이스까지 반영되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그 역도 빈번하다. 먼저 베이스에서 모티브를 제시하면 그것을 각 성부가 차례로 이어받아 가장 높은 성부에까지 전달된다. 화성과 다성음악의 세계에서 각 성부는 영역과 역할의 차지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파괴하고 제거하려 투쟁하지 않는다. 보다 큰 조화를 위해 서로를 보완할 따름이다.

새해 대한민국 경제는 아무쪼록 이와 같은 화성과 다성음악의 원리를 따르기를 희망한다. 가장 높은 소리를 내는 이들부터 가장 낮은 성부까지, 한 박자 앞서가는 이들부터 묵묵히 제 자리를 지키는 이들까지, 모두 서로 제 역할을 하며 가장 아름다운 화음을 만들어내는, 그런 듣기 좋고 감동적인 연주를 기대해본다. 세금을 걷고 세금으로 먹고사는 정부는 연주를 방해하지 않고, 또한 개인이나 집단이 고함을 지르고 구호를 외치며 연주장을 난장판으로 만드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연주 그 자체에서도 때로는 불협화음이 들릴 것이다. 그러나 불협화음 덕에 화성의 울림이 보다 더 웅장해지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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