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제·안보 격랑 속 한반도, 국난 극복 DNA 깨워야 할 때다

2023. 1. 1.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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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합위기에 저성장 쇼크 우려 커져
김정은 “南은 명백한 적, 핵탄두 증산”
국가역량 모아 평화·번영의 길 열길
계묘년(癸卯年)을 알리는 붉은 해가 힘차게 솟았다. 새해에는 늘 꿈과 희망이 부푼다지만 올해는 걱정과 불안이 앞선다. 대한민국호 앞에 수많은 암초가 도사리고 있고 짙은 안개가 시계를 가리는 탓이다. 서민경제가 3년간 이어진 코로나19 팬데믹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는데 고금리·고환율·고물가의 복합위기에다 저성장 쇼크까지 덮친다. 위기의 근원인 글로벌 공급망 불안과 원자재 가격 상승은 그 끝을 알기 어렵다. 남북 군사적 대치와 갈등도 악화일로다.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무인기 도발도 모자라 기어이 핵실험을 강행할 태세다. 경제 침체와 북한발 안보위기의 극복 여부는 한국이 더 넓은 평화와 번영의 길로 나아갈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바로미터가 될 것이다. 영리한 검은 토끼처럼 지혜를 모아 난국을 돌파하고 글로벌 중추국가로 우뚝 서길 기원한다.

우리 경제는 고물가·저성장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 국내외 기관들의 전망은 온통 잿빛이다. 올해 성장률이 평균 1%대 초반에 그치고 최악의 경우 -1.3%의 역성장까지 우려되는 지경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5%대에서 3%대로 둔화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한국은행 목표치 2%를 웃돈다. 지난해 472억달러로 역대 최대를 기록한 무역수지 적자도 흐름을 바꾸기가 쉽지 않다. 미국발 통화 긴축은 가계와 기업의 동반부실을 촉발할 소지가 다분하다. 가파른 금리 인상은 1900조원에 육박하는 가계 빚의 뇌관을 터트리며 부동산·주식 등 자산 거품 붕괴를 가속화할 수 있다. 성장동력을 되살릴 비상 대책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복합위기는 민간부문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을 빼곤 해법을 찾기 힘들다. 기업을 옥죄는 규제와 세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해 잠재성장률을 높이고 수출 경쟁력을 강화하는 게 급선무다. 부실기업을 솎아내는 구조조정을 단행해 경제체질을 바꾸는 일도 필요하다. 경제가 나빠지면 그 고통과 피해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서민 등 취약계층에 집중될 것이다. 정부는 냉기가 가득한 서민경제를 보듬는 촘촘한 사회안전망을 짜야 한다.

남북관계와 국제정세는 살얼음판이다. 미·중 간 패권경쟁이 전방위로 확산하며 동북아에서는 한·미·일 대 북·중·러 대립이 노골화하는 양상이다. 북한은 신냉전을 기회로 삼아 올해도 군사정찰위성·ICBM 정상 발사·7차 핵실험 등 고강도 도발을 이어갈 게 뻔하다. 핵보유국 지위를 얻을 때까지 북한의 폭주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어제도 초대형 방사포 1발을 발사하며 핵위협을 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남한 전역을 사정권으로 두고 전술핵 탑재까지 가능하다”면서 “남측은 우리의 명백한 적”이라고 규정했다. 핵탄 보유량의 기하급수적 증산 의지도 드러냈다. 한반도가 동북아의 화약고로 전락하지 말란 법이 없다. 윤석열정부는 북한의 도발에 한·미동맹과 한·미·일 공조를 기반 삼아 원칙과 국제법질서에 따라 대응하는 한편 동북아 정세관리에도 만전을 기해야 한다. 한국의 최대 무역국이자 북한의 ‘뒷배’ 국가인 중국과의 관계가 중요하다. 주요 현안마다 국익을 기준으로 판단하되 서로 등을 돌리지 않는 정교한 외교접근이 필요하다.

우리 정치는 허송세월만 하니 암담하다.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가 치러진 지난해 여야는 대결과 반목으로 날을 지새웠다. 시대적 과제와 사회갈등을 해결하는 게 정치 본연의 역할임을 망각한 ‘적폐’가 아닐 수 없다. 새해 예산안이 국회 선진화법 시행 이후 가장 늦은 12월 24일에서야 본회의를 통과한 게 단적인 예다. 법인세 최고 세율을 불과 1%포인트 내리고 반도체 등 국가 첨단전략산업에 투자하는 세액 공제율을 2% 인상에 그친 것도 회초리를 맞을 일이다. 이 정도로 국내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이 강해질 리 만무하다. 정권교체 후에도 169석의 더불어민주당은 새 정부의 발목을 잡으며 힘 과시만 했고 윤석열정부와 국민의힘은 정치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올해도 여야는 정국 주도권 장악을 위해 사사건건 대치할 것이다. 대화와 타협을 통한 협치, 당리보다 국익을 앞세우는 정치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정부가 중심을 잡고 국민역량을 결집해 위기 타개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새해 집권 2년 차를 맞는다. 집권 2년 차는 정권이 자신감을 갖고 가장 왕성하게 정책을 추진하는 시기다. 전국 단위 선거가 없어 연금·노동·교육 3대 개혁의 골든타임이다. 윤 대통령은 어제 신년사에서 “국가의 미래와 미래세대의 운명이 달린 3대 개혁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며 “기득권 유지에 매몰된 나라에는 미래가 없다”고 강조했다. 말에 그쳐서는 안 된다. 난제가 분명하지만 국민과 이해당사자, 의회권력을 쥔 거야를 설득해 사회적 합의를 이룬다면 이루지 못할 목표도 아니다. 윤 대통령은 표류하는 대한민국호를 안전하게 이끄는 유능한 선장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때다.

한국인에게는 위기가 다가올수록 더 강인해지는 DNA가 살아 숨 쉬고 있다. 과거 숱한 국난을 굳건하게 버텨냈고 1998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도 빠르게 벗어났다. 그 저력의 DNA를 깨워 경제 도약과 민족 부흥의 길로 나아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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