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고위공직자 자녀도 포함된 ‘뇌전증 병역 비리’ 뿌리 뽑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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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공직자·법조인 자녀, 프로스포츠 선수, 연예인 등이 연루된 대규모 병역 비리 사건이 터졌다.
허위로 뇌전증(간질) 진단을 받는 수법으로 병역을 면제 또는 감면받은 병역기피자들에 대해 검찰과 병무청이 대대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수사 대상에 오른 사람은 병역 면제·감면자와 이들을 도운 병역 브로커, 의료계 인사 등 70여명에 이른다고 한다.
이번 '뇌전증 병역 비리' 수사의 기폭제가 된 인물은 병역 브로커 구모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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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전증은 뇌 신경세포가 일시적으로 과도한 흥분상태가 되면서 발작하는 신경계 질환으로 흔치 않은 질병이다. 뇌전증은 MRI 등 영상 판독을 통한 진단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평소 병력 등이 진단에 중요한 요소다. 평소 병력이 있으면 대부분 4, 5, 6급인 현역 면제 판정 대상이 된다. 병역 브로커는 이런 점을 악용해 병역기피자들에게 뇌전증에 걸린 것처럼 연기하도록 시켰다고 한다. 일부러 신체 부위를 손상시키는 과거 수법보다 한층 교묘해지고 지능화한 것이다.
이번 ‘뇌전증 병역 비리’ 수사의 기폭제가 된 인물은 병역 브로커 구모씨다. 지난달 21일 구속기소된 구씨는 서울 강남구에 버젓이 병역 문제 관련 사무소를 차려놓고 영업을 했다. 그는 ‘병역의 신’으로 자처하면서 의뢰인의 병역 등급을 2급에서 4급으로 변경해줬다는 내용의 글을 온라인상에 올려 홍보하기도 했다. 병역을 면탈하는 방법을 알려준 대가로 많게는 한명당 수천만원씩 받았다고 한다. 구씨와 비슷한 수법을 활용한 브로커 A씨도 수사를 받고 있다. 사회지도층 자녀들과 유명인들이 거액을 들여 병역을 기피하려고 한 것이다. 이러니 ‘돈 없고 빽 없는 사람만 군대에 간다’는 자조적인 말이 나오는 것이다.
병역은 국민 누구나 공평하게 짊어져야 하는 신성한 의무다. 돈으로 병역을 면탈하는 건 중대한 범죄이며 사회적 위화감을 조성한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지난달 29일 “병역 의무를 면탈한 병역기피자와 ‘검은돈’으로 신성한 병역 의무를 오염시킨 브로커, 의료기관 종사자 등을 엄정히 수사하고 법을 집행하라”고 당부했다. 철저한 수사로 병역 비리를 낱낱이 밝혀내 관련자들을 엄히 처벌해야 한다. 끊이지 않는 병역 비리를 뿌리 뽑으려면 당국의 강력하고 지속적인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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