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준비 안된 中 정부와 한국 대사관
세계 각국 중국인 입국 규제 강화
한인회 나서 교포에 약 확보 배포
韓 대사관 뒤늦게 예산 활용 나서
중국이 하루 아침에 가장 들어오기 힘든 나라에서 외국에 나가기 어려운 나라 중 하나로 변했다.
백지 시위로 제로코로나에 대한 반발이 심해지고, 지도부에 대한 비판이 커지자 덜컥 손을 놔버렸다. 지난해 12월 7일 중국 내 코로나19 방역 완화 정책을 발표했다. 새해 1월 8일부터는 외국 입국자에 대한 격리도 해제된다.
그 사이 중국 내에선 코로나19 감염자가 폭발적으로 늘고, 각종 변이가 나오고 있지만 파악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세계 각국이 다시 중국에 문을 닫게 자초했다. 3년 전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각국의 방역 조치가 과학적이고 적정해야 하며 정상적인 인원 왕래에 영향을 주어서는 안 된다”며 입국 규제의 부당함을 주장하고 있다. 본인들의 제로코로나 정책은 과학적이었고 외국의 입국 규제는 현명하지 못한 처사라는 주장을 하고 있는 셈이다.
심지어 정부의 제로코로나 정책을 옹호하던 전문가라는 이들은 방역 정책을 완화하자 이를 적극 지지하는 등 전형적인 곡학아세를 하고 있다. 중국 감염병 분야 최고 권위자로 꼽히는 중난산(鍾南山) 공정원 원사는 제로코로나 정책이 한창이었던 2021년 12월 한 포럼에서 “오미크론은 세계가 중국의 접근 방식이 옳았다는 것을 깨닫게 하고 있다”고 자랑했다. 하지만 방역 완화 후인 지난해 12월 15일 강의에서는 “오미크론의 치사율은 계절성 인플루엔자와 비슷한 0.1%에 불과하기 때문에 간단히 ‘감기’라고 부를 수 있다”고 입장을 바꿨다.
중국 정부의 준비되지 않은 정책과 모순된 발언 등은 중국인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키웠다. 외국에 자유롭게 입국하지 못하고, 외국 현지에서 불이익을 당하는 등 피해는 고스란히 중국 국민들의 몫이 되고 있다.
중국의 준비 없는 방역 완화의 혼란을 한국 교민 사회도 피해갈 수 없었다. 이 과정에서 재외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있는 대사관 역할에도 아쉬움이 남는다.
감염자가 급속도로 늘면서 중국인들조차 감기약과 진단키트 등을 구하기 매우 어려웠다. 현지에 거주하고 있는 한국 교민 등 외국인들은 더더욱 힘든 상황이었다.
다행히 박기락 북경 한국인회 회장이 개인 비용 수천만원을 쓰는 등 중국 전역에 있는 40여개 지역 한국인회 회장과 집행부가 3억원가량의 비용으로 해열제와 근육이완제, 진단 키트 등을 발빠르게 공수했다. 코로나19가 확산돼 감염이 우려되는 상황에서도 한국인회 소속 회원들이 자원봉사에 나서 수차례 약과 진단키트를 배포했다. 약국에서 수십 배로 약값을 올려받아 중국 정부에서 단속에 나서던 때에 교민들은 조금이라도 약을 확보해 고비를 넘길 수 있었다.
대사관이 나서서 할 일을 교민 사회가 대신한 셈이다. 대학 교수를 하다 대사로 나온 정재호 주중 한국대사는 오자마자 규정에 어긋나는 방법으로 예산을 활용해 직원 선물을 주겠다는 발언을 한 바 있다. 코로나19로 중국에서 이렇다 할 활동도 하지 않던 대사관의 남은 예산 등을 활용해 한국에서 약품을 들여오는 것까진 생각을 하지 못한 듯싶다.
그나마 교민 사회가 움직이자 대사관에서 약품 구입을 위해 예산을 사용한다는 얘기가 들려온다. 교민 상당수가 코로나19에 감염된 후 회복돼 뒤늦은 감은 있지만 다행이다.
이귀전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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