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재우의미·중관계사] 1943년, 美·中관계 균열 시작되다

중국 국민당 정부와 공산당은 1941년 12월 일본의 진주만 습격으로 미국의 지원에 대한 기대가 급상승했다. 심지어 미국을 보는 공산당 지도자 마오쩌둥의 인식마저 바뀌었다. 이들에게 ‘항일’이란 공통분모가 있었기 때문이다. 두 당의 초기 진단은 정확했다. 이들은 미국의 더 많은 지원을 확보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 더 나아가 마오는 1943년 전후 세계를 미국과 같이 준비해야 한다는 판단까지 하게 된다. 국민당 장제스 총통 또한 이때부터 연합국들의 전후 질서 협상에 참여를 적극 모색했다.

미국을 위시한 연합국들의 생각은 달랐다. 태평양전쟁에서 미국이 의외로 승승장구했기 때문이다. 조지프 스틸웰 주중 미군 사령관은 미 육군을 중국에 지원해달라는 요청을 1942년 12월과 이듬해 3월 두 차례 했다. 전자는 당시 미 육군참모총장 조지 마셜 장군, 후자는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 대통령에 의해 모두 거절당했다. 특히 루스벨트 대통령은 스틸웰 장군의 중국 접근 전략이 틀렸다며 일언지하에 거부했다. 전세가 변하면서 위협도 변했기 때문에 이제 장제스 정부에 대한 지원은 조건부라는 이유를 들었다. 무조건적인 대중국 지원은 없어졌다는 의미였다.

1943년 한자리에 모인 장제스(왼쪽 세 번째), 영국군 마운트배튼 장군(오른쪽 네 번째), 장제스의 부인 쑹메이링(〃 두 번째), 미군 스틸웰 장군(맨 오른쪽). 출처:위키피디아

그러면서 미·영이 전후 세계를 논하는 자리에서 중국은 배제됐다. 1943년 8월 캐나다 퀘벡에서 ‘동남아시아 연합군 사령부’ 설립이 결정되고, 사령관은 영국 장군 루이스 마운트배튼 경이 임명됐다. 과거 아시아에서 영국이 누린 명예의 회복을 노린 포석이란 비아냥이 연합국들 사이에서 회자됐다.

이런 영·미의 움직임에 장제스는 불만이 가득 찼다. 1943년 10월 중국에 부임한 마운트배튼 장군은 농담처럼 “스틸웰 장군을 경질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인도에 있던 장제스 군대가 영국군 지휘를 받게 된다는 뜻이었다. 장제스는 영국이 오로지 옛 식민지 회복에만 눈이 먼 것을 알아차렸다. 차라리 스틸웰 장군과 함께하기로 장제스는 마음을 바꿨다. 1943년 미·중 관계의 균열을 알리는 서막이 오른 것이다.

주재우 경희대 교수·국제정치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