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적 방송인 바버라 월터스 별세
각국 정상들부터 연쇄살인범까지
탁월한 섭외력으로 독보적 인터뷰
50년 활동 중 에미상 12회 수상
미국의 첫 여성 앵커로 유리천장을 깼던 전설적인 앵커 바버라 월터스가 93세를 일기로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별세했다. 미국 ABC방송의 모회사 월트디즈니의 로버트 아이거 최고경영자(CEO)는 월터스가 이날 뉴욕에 있는 자택에서 숨을 거두었다고 트위터로 밝혔다. 정확한 사인은 알려지지 않았다.
1961년 NBC방송의 <투데이 쇼>에서 작가로 일하면서 방송계에 입문한 월터스는 뛰어난 언변으로 방송에도 직접 출연하게 됐고, 1974년엔 같은 프로그램에서 최초의 여성 공동 진행자로 발탁됐다. 2년 후에는 ABC방송으로 이직하면서 미국 역사상 최초로 전국 단위 뉴스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여성 앵커가 됐다. 당시 그의 연봉은 100만달러로, 남녀 통틀어 방송계 최고 수준이었다.
방송계 유리천장을 깨고 엄청난 연봉으로 화제를 모은 월터스는 적개심을 드러내는 남성 앵커들과 맞서 싸워야만 했다. 1974년 <투데이 쇼>를 공동으로 진행했던 프랭크 맥기는 본인이 먼저 인터뷰이에게 세 번 질문을 던지고 나서야 월터스에게 한 번 질문할 기회를 주었다. ABC방송에서 월터스와 함께 황금시간대 저녁 뉴스 방송을 진행했던 해리 리즈너도 여성인 월터스가 자신과 ‘동등한’ 위치에 올랐다는 사실에 분개했으며 월터스를 방송에서 공개적으로 소외시켰다.
하지만 월터스는 대통령부터 연쇄살인범까지 각종 유명인을 스튜디오 밖에서 인터뷰하면서 본인만의 길을 닦아 나갔다. 그는 지미 카터부터 버락 오바마에 이르는 시기의 거의 모든 미국 대통령과 영부인을 인터뷰했다.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나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 등 외국 지도자들과도 대담했다.
월터스의 섭외 능력은 정계에만 한정돼 있지 않았다. 그는 마이클 잭슨, 주디 갈런드, 톰 행크스 등 수많은 연예인과의 인터뷰를 성사시켰다. 월터스는 인터뷰이로부터 진솔한 반응을 끌어내는 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 그가 1999년에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불륜 스캔들을 냈던 백악관 인턴 모니카 르윈스키를 2시간 동안 웃기고 울렸던 인터뷰는 시청자 7400만명을 끌어모으는 신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월터스는 방송 생활 50여년 동안 기자, 프로듀서, 작가, 앵커, 진행자 등으로 일하다가 2015년 은퇴했다. 그는 미국 방송계 최고 권위상인 에미상을 12회 수상했으며, 그중 11회는 ABC방송에서 일할 때 받았다.
김혜리 기자 ha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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