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룰라호’의 세 번째 출항…경제난·양극단 민심 ‘파고’
저소득층 지원·노동권 강화
열대우림 보호에도 적극적
보우소나루 ‘불복’ 등 걸림돌
남미 좌파 성공 재현 안갯속
돌아온 ‘남미 좌파 대부’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세 번째 임기를 시작한다. 룰라 대통령은 사회·경제·환경 정책에서 진보 색채를 강화하고 남미 국가들과의 협력 강화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안팎의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하고 선거 과정에서 극단적으로 분열된 민심을 수습하는 것이 룰라 정부 3기의 주요 과제로 꼽힌다.
룰라 대통령은 이날 수도 브라질리아의 국회의사당에서 취임 선서를 한다. 취임식에는 세계 각국 대표단과 브라질 시민 등을 비롯해 30만명이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룰라 대통령은 룰라 정부 1·2기에 큰 성공을 거뒀던 저소득층 지원책 ‘보우사 파밀리아’를 확대하고, 최저임금 인상 등을 통해 노동자 권리를 강화할 예정이다. 물러나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이 추진했던 에너지 공기업 민영화는 중단될 가능성이 높다.
각종 환경규제 완화로 전 세계의 비판을 받았던 보우소나루 정부와 달리 룰라 정부는 아마존 열대우림 보호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룰라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마무리된 3기 정부 첫 내각 인사에서 마리나 시우바를 환경장관으로 임명했다. 저명한 환경운동가 출신인 시우바 장관은 룰라 정부 1· 2기에 환경장관을 지내며 아마존 열대우림 벌목 행위를 줄이는 데 앞장섰다.
룰라 대통령은 2018년 이후 중남미 주요 국가에 좌파 정부가 들어서고 있는 2차 ‘핑크 타이드’(좌파 물결) 흐름을 타고 경제공동체인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 강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룰라 대통령은 오는 23~25일 아르헨티나 방문에서 남미 단일 화폐 통합을 논의할 계획이다. 유럽연합(EU)을 모델로 창설된 남미 지역 국가 연합기구 ‘우나수르’ 재건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룰라 대통령은 1·2차 집권 때 빈곤층 감소와 높은 경제성장률을 달성해 퇴임 직전 지지율이 80%가 넘는 성공을 거뒀지만, 룰라 정부 3기에서 그와 같은 성공을 재현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워싱턴포스트는 룰라 대통령의 1·2차 집권기에는 원자재 가격 인상과 중국과의 교역 확대로 경제가 탄탄했지만 지금은 인플레이션 압력과 경기 침체 우려로 2000년대식의 재정 지출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선거 과정에서 민심이 극단적으로 분열된 것도 까다로운 숙제다. 룰라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말 대선 결선에서 불과 1.8%포인트 차이로 신승했다. 이는 1989년 대통령 직선제 도입 이후 가장 작은 차이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대선이 끝난 뒤 군부대 앞에서 야영을 하며 군부에 쿠데타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브라질 대법원은 룰라 대통령 취임식 안전을 위해 2일까지 수도 브라질리아 내에서 총기 및 탄약 소지 면허 효력을 일시 중단시킨 상태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이 퇴임 후에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처럼 단단한 지지층과 의회의 조력을 통해 룰라 정부의 발목을 잡을 우려도 있다. 브라질 의회는 친보우소나루로 분류되는 의원들이 더 많은 상황이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미국 플로리다주로 가는 비행기에 탑승한 것으로 전해져 취임식에 불참할 우려도 제기된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아직까지도 대선 패배를 공식적으로 시인하지 않고 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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