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그래왔듯 부단히 쓰고 읽을 것[2023 경향 신춘문예]

기자 2023. 1. 1.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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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소감

글을 쓸 때만 입었던 검은색 학과 점퍼를 의자에 걸어두었다.

첫 줄과 끝줄이 있지만, 처음과 끝은 없다. 그 사이에서 내가 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는 추운 날 따뜻한 점퍼를 입고 글을 읽고 글을 쓰는 것.

어디든 의미라는 것은 부여하기만 하면 되니까. 눈이 귀한 곳에 눈이 내렸다. 당선 전화를 받을 때 눈이 내리는 것은 생각보다는 낭만적이었고, 나는 꾸역꾸역 점퍼를 떠올렸다.

다시 입어야 한다. 똑같은 옷, 똑같은 날씨, 똑같은 장소에서 지금 나는 소설이 아닌 당선 소감을 쓰고 있고, 그건 정말 이상한 일이라고 생각하면서 문장을 썼다 지우고.

아직은 모르겠다. 모든 게 어정쩡하게 기울어져 있는 기분이다. 이제 내가 해야 할 일은 늘 그래왔듯 부단히 글을 쓰고 읽는 것. 겨울의 점퍼를 기억하고 입을 것. 그것뿐이다. 다른 것들을 생각하기에는 너무 벅찬 날들이니까.

백가흠 선생님께 감사드린다. 나와 닮아 나만큼 기뻐한 친구들. 계명대 문예창작학과 선생님들과 문우들, 함께 걸어갈 효민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그리고 나를 견뎌준 나의 가족. 모두를 안고 이제 내가 견딜 차례겠다.

신보라

△1994년 대구 출생, 계명대 문예창작학과 대학원 재학 중

신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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