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재영]“당신은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나요”
김재영 논설위원 2023. 1. 1.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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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아이를 낳게 된다면 뭐라고 말할 건가요?" "'엄마가 큰 실수를 했다'고요." 1999년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의 불륜 스캔들의 주인공, 모니카 르윈스키의 TV 인터뷰는 시청자 7400만 명을 끌어모을 정도로 큰 화제가 됐다.
르윈스키를 어르고 달래며 2시간 동안 속 깊은 얘기를 끌어낸 사람은 미 ABC방송의 전설적인 앵커우먼 바버라 월터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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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아이를 낳게 된다면 뭐라고 말할 건가요?” “‘엄마가 큰 실수를 했다’고요.” 1999년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의 불륜 스캔들의 주인공, 모니카 르윈스키의 TV 인터뷰는 시청자 7400만 명을 끌어모을 정도로 큰 화제가 됐다. 르윈스키를 어르고 달래며 2시간 동안 속 깊은 얘기를 끌어낸 사람은 미 ABC방송의 전설적인 앵커우먼 바버라 월터스였다.
▷지난해 12월 30일(현지 시간) 향년 93세로 세상을 떠난 그는 2014년 은퇴하기까지 40여 년간 미국 방송계를 휘어잡으며 ‘인터뷰의 여왕’이라 불렸다. 쿠바의 피델 카스트로 등 미국 방송과는 도무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사람까지도 카메라 앞에 세웠다. 2008년 펴낸 자서전에서 “평생 딱 2명과 인터뷰 못 해본 게 후회된다”고 했는데,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의 부인 재클린 케네디와 영국의 고 다이애나 왕세자빈이다.
▷인터뷰의 비결을 묻는 질문에 월터스는 “상대에게 주눅 들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늘 새벽 4시부터 방송을 준비했고 인터뷰 대상에 대한 기사를 사전에 모조리 찾아 읽었다. 거침없는 돌직구도 던졌다. 보리스 옐친 전 러시아 대통령에겐 “술을 너무 많이 마시는 것 아니냐”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겐 “사람을 죽이라고 명령한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인터뷰 대상에게서 눈물을 쏙 빼기도 한다. 그는 “2000년에 팝스타 리키 마틴에게 ‘당신 게이냐’고 던졌던 질문은 후회한다”고 했다.
▷그는 여성들의 롤모델이었다. 방송작가로 시작해 1970년대 저녁 뉴스쇼 첫 여성 앵커로 발탁된 이래 맨 먼저 ‘유리천장’을 깼다. 쉬운 길은 아니었다. 갑자기 어려워진 집안, 지적장애를 앓은 언니, 입양한 딸의 일탈 등 개인적 고민도 많았지만 자산으로 삼았다. 자서전에서 “화장실 하나뿐인 집에 살아 소변을 잘 참고, 이 때문에 오랜 생방송도 잘 버텼다”고 했다. ‘푸시 쿠키’(저돌적인 여자)로 불렸지만 “한순간 모든 걸 잃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항상 오디션을 본다는 심정으로 살았다”고 했다. 자서전 제목도 하필 ‘오디션’이다.
▷월터스는 과거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상대를 무장 해제할 수 있을 ‘킬러 질문’을 귀띔한 적이 있다. ‘만약 입원 중이라면 누가 간호해주면 좋겠는가’, ‘처음으로 가진 직업은 무엇인가’, ‘누구와 처음으로 사랑을 느꼈는가’, ‘가장 최근에 울어본 때는 언제인가’…. 인터뷰 말미엔 늘 이렇게 물었다. “당신은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습니까.” 하늘에 돌아간 그에게도 같은 질문을 돌려주고 싶다.
▷지난해 12월 30일(현지 시간) 향년 93세로 세상을 떠난 그는 2014년 은퇴하기까지 40여 년간 미국 방송계를 휘어잡으며 ‘인터뷰의 여왕’이라 불렸다. 쿠바의 피델 카스트로 등 미국 방송과는 도무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사람까지도 카메라 앞에 세웠다. 2008년 펴낸 자서전에서 “평생 딱 2명과 인터뷰 못 해본 게 후회된다”고 했는데,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의 부인 재클린 케네디와 영국의 고 다이애나 왕세자빈이다.
▷인터뷰의 비결을 묻는 질문에 월터스는 “상대에게 주눅 들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늘 새벽 4시부터 방송을 준비했고 인터뷰 대상에 대한 기사를 사전에 모조리 찾아 읽었다. 거침없는 돌직구도 던졌다. 보리스 옐친 전 러시아 대통령에겐 “술을 너무 많이 마시는 것 아니냐”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겐 “사람을 죽이라고 명령한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인터뷰 대상에게서 눈물을 쏙 빼기도 한다. 그는 “2000년에 팝스타 리키 마틴에게 ‘당신 게이냐’고 던졌던 질문은 후회한다”고 했다.
▷그는 여성들의 롤모델이었다. 방송작가로 시작해 1970년대 저녁 뉴스쇼 첫 여성 앵커로 발탁된 이래 맨 먼저 ‘유리천장’을 깼다. 쉬운 길은 아니었다. 갑자기 어려워진 집안, 지적장애를 앓은 언니, 입양한 딸의 일탈 등 개인적 고민도 많았지만 자산으로 삼았다. 자서전에서 “화장실 하나뿐인 집에 살아 소변을 잘 참고, 이 때문에 오랜 생방송도 잘 버텼다”고 했다. ‘푸시 쿠키’(저돌적인 여자)로 불렸지만 “한순간 모든 걸 잃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항상 오디션을 본다는 심정으로 살았다”고 했다. 자서전 제목도 하필 ‘오디션’이다.
▷월터스는 과거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상대를 무장 해제할 수 있을 ‘킬러 질문’을 귀띔한 적이 있다. ‘만약 입원 중이라면 누가 간호해주면 좋겠는가’, ‘처음으로 가진 직업은 무엇인가’, ‘누구와 처음으로 사랑을 느꼈는가’, ‘가장 최근에 울어본 때는 언제인가’…. 인터뷰 말미엔 늘 이렇게 물었다. “당신은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습니까.” 하늘에 돌아간 그에게도 같은 질문을 돌려주고 싶다.
김재영 논설위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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