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 필요한 이태원 참사 피해자에, 정부는 “지원 어렵다”
대형 사고 때마다 “법적 근거 없어” 논의만 수년 반복
대형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논란이 됐던 ‘간병비 지원’이 이태원 참사에서도 반복되고 있다. 정부가 이태원 핼러윈 참사로 인한 부상자에 대한 간병비 지원에 대해 두 달 넘게 논의만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1일 보건복지부와 행정안전부 등에 따르면 이태원 참사 피해자 중 24시간 간병 등이 필요한 피해자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행안부 등은 정부 차원의 간병비 지원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간병비는 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와 함께 대표적인 3대 비급여 항목으로 꼽힌다.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대상에서 ‘간병’이 빠져 있는 탓이다. 하지만 가족이 생계 등으로 간병인에게 환자 돌봄을 전적으로 맡겨야 하면 월 300만원 이상 청구되는 경우도 많아 경제적 부담을 안기는 항목이다.
정부는 이태원 참사에 대해 재해구호기금에서 간병비를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법적 근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행안부와 함께 간병비 지원 방안과 관련해 계속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16일 기준 이태원 참사 의료비 지원 대상자는 381명이다. 이 가운데 간병이 필요한 부상자들은 주소지를 둔 기초·광역 지방자치단체의 긴급 지원금·구호금을 통해 간병비를 충당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지자체, 정부 지원금은 한시적이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비용을 감당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에 민간 구호단체인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에서 이태원 참사 부상자의 간병비를 지원하는 방안이 검토됐지만 논의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희망브리지 관계자는 “기부자들과 함께 지원 범위를 두고 의논 중”이라고 말했다.
앞서 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자에 대한 간병비 지원을 두고도 시기·범위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비판이 많았다. 정부가 가습기 참사 사실을 공식 발표한 2011년 9월 이후 5년 가까이 지난 2016년 6월에서야 간병비 지원을 추진했기 때문이다. 확정된 지원 대상도 ‘월 126만원 이하의 최저임금을 받는 피해자’로 한정됐다.
세월호 참사 이후에는 기존 배상금 외 추가 발생한 간병비 지원을 두고 국무조정실과 복지부 간 의견이 엇갈렸다. 결국 법제처는 2018년 3월 세월호피해지원법에 근거해 지급하는 부상자의 의료지원금에 추가로 발생한 간병 항목도 포함된다고 법령해석을 내렸다.
백종우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장은 “현행 제도에서 정부의 간병비 지원 범위는 여전히 좁은 편이고, 이 때문에 생업과 돌봄에 대한 가족들의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김원진·강은 기자 one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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