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막함과 아득함은 날리고… 희망 불은 켜서 가슴에 갈무리 [2023 신년특집 - 신년시화]

2023. 1. 1.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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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순 1950년 김천 출생.

197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 '마왕의 잠'이 당선돼 등단.

등단 이후 시집으로 '개밥풀', '물의 노래', '지금 그리운 사람은', '가시연꽃', '기차는 달린다', '아름다운 순간', '미스 사이공', '발견의 기쁨', '묵호', '고요의 이유' 등 펴냄.

2003년에는 10권짜리 서사시 '홍범도'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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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순간에도 용기와 희망이다

이동순

살아가기가 힘든 게
비단 어제오늘 일만은 아닐세
늘 허덕이며 세월의 진창에 기진맥진
그래도 내 스스로를 달래고 위로해가며
이날까지 허청허청 살아왔네

그날도 평소처럼
도시락 가방 메고 복장 갖춰
갱 속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발 들이밀었네
산다는 건 언제나 이렇게 가슴 졸이며
끝까지 잘 버티어 가는 것

그때가 몇 시쯤이었던지 몰라
천장이 우르릉 바닥도 기우뚱거리더니
한순간 흙더미 무너져내리고
우리 두 사람은 막장에 아주 갇혀버렸다네
곧바로 죽지 않은 게 기적일세

이 막막함 이 아득함
이 어처구니없는 위기에 내동당쳐졌네
안전모의 랜턴을 켜고 주변 더듬어
나무조각 모았네 비닐도 주워다 깔고 덮었네
그리곤 희망 불은 켜서 가슴에 갈무리

바위벽 물기로 목 적시고
조금 남은 커피믹스 가루 아껴 먹었네
서로 몸 기대어 추위 견디고
어떤 순간에도 용기와 희망뿐이라며
함께 부추겨 등 두드렸네

암흑 속에서 허우적대다가
열흘 지나 기진맥진해 누웠는데
안전모 랜턴도 제풀에 스르르 꺼져버리고
삶의 벼랑 끝에서 내가 나를 놓아버리기 직전
벽이 뚫리더니 누가 내 이름 불렀네
그림= 강익중 작가의 ‘달항아리(Moon Jar with Gray)’
한 해를 맞으며

강익중

일어나는
욕심의 기둥을
자꾸 쓰러뜨리는

흔들리는
걱정의 가지를
자꾸 꺾어버리는

잡아 끄는
외로움의 손짓을
자꾸 뿌리치는

밀려오는
초조함의 물결을
자꾸 물리치는

피어나는
괴로움의 잡초를
자꾸 뽑아버리는
■이동순
1950년 김천 출생. 197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 ‘마왕의 잠’이 당선돼 등단. 1989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문학평론 당선. 등단 이후 시집으로 ‘개밥풀’, ‘물의 노래’, ‘지금 그리운 사람은’, ‘가시연꽃’, ‘기차는 달린다’, ‘아름다운 순간’, ‘미스 사이공’, ‘발견의 기쁨’, ‘묵호’, ‘고요의 이유’ 등 펴냄. 2003년에는 10권짜리 서사시 ‘홍범도’ 출간. 평론집으로 ‘민족시의 정신사’, ‘시정신을 찾아서’, ‘잃어버린 문학사의 복원과 현장’ 등 저술. 김삿갓문학상, 금복문화예술상, 시와시학상, 경북문화상, 정지용문학상 등 수상. 충북대, 영남대 국문과 교수 역임.
■강익중
1960년 충북 청주에서 태어났다. 1984년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 1987년 미국 뉴욕 프랫 인스티튜트를 졸업했다. 현재 미국 뉴욕에 거주하며 작업하고 있다. 1994년 뉴욕 휘트니미술관에서 비디오아트 창시자 백남준과 ‘멀티플 다이얼로그’전을 열었고, 1997년 문화체육부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과 제47회 베니스 비엔날레 특별상, 2007년 엘리스 아일랜드상, 2012년 대한민국 문화예술상 대통령상, 2021년 대한민국 문화포장을 받았다.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고 있는 우리나라 대표적인 설치미술가이자 공공예술가다. 미국, 중국, 독일, 일본, 쿠바, 영국 등에서 수많은 전시와 공공예술 프로젝트를 벌였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청사 메인홀 벽화, 뉴욕 지하철역 환경조형물 등을 제작했고, 파주 통일공원과 비무장지대에서 평화를 위한 공공예술 프로젝트를 벌였다. 2010년 국립현대미술관 ‘달은 가장 오래된 시계다’ 전시 등, 달과 달항아리는 그가 오래도록 다뤄온 소재 중 하나다. 작업과 함께 꾸준히 시를 써왔고 전시장에 작품과 함께 자작시를 공개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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