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적자 472억달러 사상 최대…올해 수출 전망도 ‘긴 터널’
크게 꺾인 대중 수출 회복 어려워…무역장벽도 갈수록 커져
정부 “맞춤형 수출 지원과 유망 분야 수출산업화 적극 추진”
에너지 수입액 급증으로 지난해 무역수지 적자가 472억달러(약 60조원)로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수출 둔화세가 본격화되면서 무역수지 적자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수출액이 6839억달러로 2021년보다 6.1% 증가했다고 1일 밝혔다. 산업부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도 불구하고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며 “일본, 독일 등 주요국 대비 높은 수출증가율을 기록하며 세계 수출순위도 지난해 9월까지 누적기준 2021년 7위에서 6위로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난달 수출액이 549억9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9.5% 줄어드는 등 3개월 연속 수출은 감소세를 이어갔다. 자동차와 2차전지는 역대 최대 월간 수출 실적을 달성했지만 주력 품목인 반도체 수출액은 29.1%나 줄었다. 일반기계(-3.4%), 석유화학(-23.8%), 철강(-20.9%) 등도 뒷걸음질 쳤다.
지난해 수입액은 18.9% 늘어난 7312억달러를 기록했다. 원유·가스·석탄 등 3대 에너지원 수입액이 전년보다 784억달러 증가한 1908억달러로 수입 증가를 견인했다. 지난달 수입액(596억8000만달러)이 전년 대비 2.4% 감소했지만 수출이 더 큰 폭으로 감소하며 무역수지 적자 현상은 9개월째 이어졌다.
지난해 연간 무역수지 적자 규모는 472억2300만달러로 종전 최대였던 1996년(206억2000만달러)의 2배를 넘어섰다. 무역수지가 연간 적자를 기록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132억6000만달러 적자) 이후 14년 만에 처음이다. 산업부는 “대규모 에너지 수입에 따른 무역수지 악화는 제조기반 수출 강국에서 공통적으로 관측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주요 경제전망 기관들은 올해 수출 여건이 지난해보다 더 어렵다고 보고 있다. 반도체 수출 부진이 이어지는 데다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이 자체 공급망 구축에 속도를 내면서 수출 둔화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산업연구원은 올해 수출이 3.1%, 무역협회는 4.0%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 수출액(292억3000만달러)이 전년보다 1.0% 증가하는 데 그치면서 이 같은 우려는 힘을 받고 있다.
반도체 수출 감소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반도체 주요 수요산업인 PC, 스마트폰 등 개인용 전자기기 소비가 줄어들고 최근 성장세를 보이는 서버용 시장의 성장 폭도 축소되는 등 대외 여건이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산업연구원은 “글로벌 경기 둔화로 인한 IT(정보기술) 제품 수요 감소가 메모리 반도체 재고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 수출이 꺾인 점도 수출에 부담이다. 지난해 대중 무역수지 흑자 폭은 12억5000만달러에 그쳤다. 2021년 242억8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한 것에 비하면 200억달러 넘게 줄어들었다. 중국 경기가 살아나더라도 자체 공급망 구축으로 수출이 많이 늘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LG경제연구원은 “2000년대 한국의 수출 확대에 크게 기여했던 중국 특수는 중국 내 자체 공급망 구축으로 소멸했다”며 “무역수지가 과거와 같이 큰 폭의 증가세를 보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무역 장벽도 두터워지고 있다. 과거 관세 부과 등에 그쳤다면 최근에는 미국 등에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반도체법, 핵심원자재법을 제정해 역내 지역으로 공급망 재편을 시도하고 있다. 유럽도 ‘기후 대응’을 명분으로 탄소국경조정제도를 도입하는 등 무역 장벽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정부는 내년 수출 여건이 어려운 만큼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무역금융·마케팅·인증 분야에서 수출기업이 느끼는 어려움을 해소하겠다”며 “신흥시장·자원부국 중심의 맞춤형 수출 지원, 원전·방산·해외 플랜트 등 유망 분야의 수출산업화 등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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