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윤 정부에 “명백한 적” 적개심…‘핵무력 고도화’ 노림수
한·미·일 군사협력 주도에 경계심 속 선제공격 방침 재확인
한·미 ‘대북 압박 강화’ 계속 땐 한반도 긴장 고조 가능성 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6차 전원회의 연설에서 밝힌 새해 구상은 남측을 겨냥한 전술핵 위협 극대화에 초점이 맞춰졌다. 윤석열 정부의 대북 강경기조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며 핵무력 수준을 끌어올리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북한의 도발과 한·미·일의 군사적 대응이 맞물리면서 한반도 긴장은 ‘역대급’ 위기에 다다를 것으로 전망된다.
김 위원장의 새해 정책방향은 군사·외교 등 대외 부문에 집중됐다. 경제·민생 등 대내 부문을 강조했던 2021년 말 전원회의 때와 달랐다. 김 위원장은 2019년과 2021년에 이어 전원회의 연설로 신년사를 대체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 국가를 ‘주적’으로 규제하고 ‘전쟁 준비’까지 공공연히 줴치는 남조선 괴뢰들이 명백한 적”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무인기 도발 이후 “평화를 위한 압도적으로 우월한 전쟁 준비”를 강조한 윤석열 대통령을 간접 비난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전술핵무기 다량생산”과 “핵탄 보유량을 기하급수적으로 늘일 것”을 올해 핵무력 강화 정책의 기본 방침으로 못 박았다. 김 위원장은 ‘600㎜ 초대형 방사포 증정식’ 연설에서 “남조선 전역을 사정권에 두고 전술핵 탑재까지 가능한 것”이라며 전술핵 확대가 남한을 겨냥한 것임을 명시했다.
전날과 이날 해당 초대형 방사포 발사 훈련을 단행하며 위협을 현실화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1일 “북한 입장에서는 미국을 부추겨 한·미 훈련과 확장억제력을 키우는 남측을 원흉이라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에 대해선 노골적 비난보다는 한·미·일 군사협력 주도와 관련한 경계심을 보였다.
김 위원장은 “미국은 2022년에 들어와 우리 공화국에 대한 군사적 압박 수위를 최대로 끌어올리는 한편 일본, 남조선과 ‘아시아판 나토’와 같은 새로운 군사쁠럭(블록)을 형성하는 데 골몰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의 불법적 핵무력 고도화 시도를 정당화하고자 한·미에 책임을 전가하려는 의도로도 해석된다.
김 위원장은 “또 다른 대륙간탄도미싸일(ICBM) 체계 개발” “최단기간 내 첫 군사위성 발사” 등 올해 군사적 목표를 언급했다. 고체연료 엔진을 적용한 ICBM과 군사정찰위성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핵무력에 대해 “제2의 사명은 분명 방어가 아닌 다른 것”이라며 ‘핵 선제공격’ 방침도 재확인했다.
통일부는 “(북한이) 올해도 핵·탄도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 개발과 시험 발사 등을 더욱 격렬히 추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미 군사훈련과 미국 확장억제력 제공, 한·미·일 군사협력 등을 통한 대북 압박이 강화되는 상황도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는 요인이다. 북한이 전술핵 등을 동원한 강력한 도발로 맞대응할 가능성이 있다. 국지전과 같은 직접 충돌 우려도 제기된다.
홍민 실장은 “북한은 전술핵을 탑재할 수 있는 무기로 한·미 훈련과 미국 전략자산 전개에 대응할 것”이라며 “위기 수준이 빠르게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은 안보 불안을 최고조로 끌어올리는 방식으로 윤석열 정부를 굴복시키려는 전략을 구사할 것”이라며 “상황을 잘못 관리하면 한반도가 제2의 우크라이나가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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