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다” 어렵다” 11차례 언급... 시진핑의 이례적 신년사
친강 주미대사, 새 외교부장으로
왕이는 ‘외교수장’으로 승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31일 저녁 중난하이(中南海·중국 최고 지도부 집무처) 집무실에서 발표한 신년사에서 ‘난(難·어려움)’이란 표현이 이례적으로 반복해서 등장했다. 2020·2021년 연말에 발표한 신년사에서는 고난에 대해 2~3차례만 언급했는데 이날은 11차례나 나온 것이다. 중국이 올해를 코로나의 그림자에서 벗어나 급속 성장을 추구하는 해로 삼았지만, 전환 과정에서 사회·경제적 혼란이 예상되고 있음을 시사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진핑은 “나는 자주 ‘고난이 옥을 다듬어 완성시킨다’(艱難困苦玉汝於成)고 말한다”며 “중국 공산당은 백년 동안 비바람을 견디고 가시덤불을 헤쳐왔다”고 했다. 또 “가장 어려운 지점을 공략해야 원대한 목표를 이룬다(犯其至難而圖其至遠)”며 “힘든 일도 열심히 하면 해낼 수 있다”고 했다.
중국의 ‘제로 코로나’ 폐지를 재확인하는 발언도 나왔다. 시진핑은 “현재 방역은 새로운 단계에 들어섰고, 여전히 애를 먹는 시기지만 끈질기게 노력하면 서광이 비칠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말 중국 주요 도시를 강타한 ‘백지 시위’를 의식한 듯한 발언도 나왔다. 시진핑은 국민 단결을 강조하면서 “중국이 이렇게 크니 저마다 추구하는 것과 견해가 다르고, 이는 정상적인 일”이라며 “소통과 협상으로 공동 인식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시진핑은 “중국 경제는 근성이 강하고 잠재력이 커 신념과 안정 속에 발전을 추구하기만 하면 목표를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2022년의 주요 성과로는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최, 독자 우주정거장 건설, 인민해방군 창건 95주년, 세번째 항공모함 ‘푸젠호’ 진수, C919 항공기(중국 첫 민용기) 상용화, 바이허탄 수력발전소 가동 등을 꼽았다. 대만에 대해서는 “양안(중국 본토와 대만)은 일가친척으로, 양안 동포들이 손을 잡고 나아가야 한다”고 했고, 홍콩에 대해서는 지난 7월 홍콩 반환 25주년 기념식 참석을 위해 현지 방문했던 것을 언급하며 “홍콩이 치유되고 발전하는 것을 봤다”고 했다.
이날 신년사를 발표한 시진핑의 배경에는 예년처럼 오성홍기와 만리장성 그림이 있었지만, 사진에는 변화가 있었다. 서가에 놓인 사진 27장 가운데 10장은 지난해 새로 찍은 사진이었다. 제20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 업무보고 모습(10월 16일), 당대회 직후 최고지도부와 함께 산시성 옌안을 방문한 모습(10월 27일), 홍콩 반환 25주년 기념 행사를 위해 홍콩을 찾은 모습(6월 30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참석 모습(11월 15일), 지난해 11월 사망한 장쩌민 전 국가주석과의 사진 등이 포함됐다. 특히 중국 공산당의 혁명 성지인 옌안에서 찍은 사진은 최고 지도부 7인 가운데 시진핑이 중앙에서 홀로 발언하는 사진이라 1인자 권위를 부각하는 의미가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시진핑 집권 3기의 첫 외교 진용으로 왕이·친강이 확정됐다. 10년간 외교부장을 맡았던 왕이는 중국 공산당 이론지 치우스(求是) 2023년 1호에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공산당 외사판공실 주임 명의로 기고했다. 왕이가 양제츠 전 중앙정치국 위원의 뒤를 이어 외교 수장 자리인 외사판공실 주임에 오른 것이다. 이에 앞서 지난달 30일에는 중국 전국인민대표회의 상무위원회가 친강 주미 중국대사를 신임 외교부장(장관)에 임명했다고 중국 국영 CCTV가 30일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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