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새해 샴페인 터트리며 '우크라 침공 정당성' 강조

서방 제재 비판도
젤렌스키 "러시아, 용서받지 못할것"

지난해 31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남부 도시 로스토프나도누의 군사 지구 본부에서 신년 연설을 하고 있다. 이날 푸틴 대통령은 9분 분량의 신년사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의 도덕적, 역사적 정당성은 러시아에 있다고 강조했다. [연합]

[헤럴드경제=박자연 기자]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새해를 맞아 군인들과 함께 샴페인을 마시며 우크라이나 침공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푸틴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를 겨냥한 무차별 폭격 직후에 방송된 신년사에서 이번 전쟁에 대해 "도덕적, 역사적 정당성은 러시아에 있다"며 "역사적으로 러시아 영토"인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인의 정체성을 지니고 사는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

그는 군복 차림의 군인 여러 명을 배경으로 서서 10개월 넘게 이어지고 있는 이번 전쟁이 정당하다고 거듭 강조하며 올해 2월 개시한 우크라이나 침공을 '특별 군사 작전'이라고 불렀다.

러시아는 친러 분리주의 세력이 장악한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루한스크주(州) 및 도네츠크주) 지역의 해방을 우크라이나 침공의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한편 푸틴 대통령은 이번 전쟁이 근본적으로 미국을 비롯한 서방과의 대결이며 거기에서 러시아가 이기고 있다며 "서방은 러시아를 약화시키고 분열시키기 위해 우크라이나와 그 국민을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서방은 러시아에 전방위 경제제재를 가하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이에 대해 푸틴 대통령은 "우리에게 제재를 가한 서방은 러시아의 산업, 재정, 수송 능력이 파괴될 것으로 예상했겠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며 러시아를 고립시키려던 서방의 시도는 실패로 끝났다고 주장했다.

푸틴 대통령은 "2022년은 진정으로 중요하고 운명적인 사건으로 가득 찬 한 해였다"고 밝히며 주변에 서 있던 군인 및 여성 다수와 함께 샴페인 잔을 들어올리기도 했다.

이번 신년사는 2022년 12월 31일,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전역에 공습을 가한 직후 공개됐다.

이날 수도 키이우에서는 적어도 10여 차례의 폭발음이 들렸으며 사망자 최소 1명과 부상자 8명이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남부 미콜라이우주, 자포리자주, 서부 빈니차주, 흐멜니츠키주, 중부 지토미르주에서도 공습 피해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푸틴의 신년사에 대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어와 러시아어를 번갈아 사용하면서 양국 국민을 향해 연설했다.

젤렌스키는 "테러리스트 국가(러시아)는 용서받지 못할 것"이라며 그런 공격을 하도록 명령을 내리는 자들과 그런 명령을 따르는 자들은 사면을 받지 못할 것이며, 이들에 대해 "인간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인간 아닌 것들이 그런 짓을 했고, 인간 아닌 것들은 패배할 것"이라며 "그들은 스스로 그리스도교인이라고 하고 정교회 신자라는 점을 자랑하지만, 실제로는 악마를 따르고 있고 악마를 지원하며 악마의 편"이라고 덧붙였다.

국민들에게는 "나라 전체, 전국 모든 지역이 한 팀으로 싸우고 있다. 여러분들 모두를 존경한다"며 항전 의지 또한 불어 넣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어로도 연설을 이어갔다. "당신들(러시아 국민)의 지도자(푸틴)는 전선에서 앞장서고 있고 군인들이 자기 뒤를 따른다고 과시하고 싶어하지만, (푸틴은) 실제로는 숨고 있다"며 "그는 당신들 뒤에 숨어서 당신들의 나라와 당신들의 미래를 불태우고 있다"며 "이에 대해 당신들을 용서해 줄 사람은 세계에 아무도 없다. 우크라이나는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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