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최대 실적에도… 무역적자 472억달러로 사상 최대

산업부 ‘2022년 수출입 동향’ 발표
외환위기 직전 1996년의 2배 넘어
수출액은 2022년 대비 6.1% 늘었지만
에너지 등 수입액 18.9%나 급증
2022년 12월 수출 석달 연속 감소
무역수지는 9개월째 적자 행진

지난해 무역수지 적자가 472억달러(약 60조원)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수출과 수입이 나란히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글로벌 에너지가격 폭등에 따른 수입액이 더 크게 늘었다.

1일 인천 연수구 인천신항에서 컨테이너 선적 작업이 진행되는 모습. 뉴스1

산업통상자원부는 1일 ‘연간 및 수출입 동향’을 통해 지난해 수출액은 전년 대비 6.1% 늘어난 6839억 달러(약 863조7657억원), 수입은 18.9% 늘어난 7312억달러(923조5056억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연간 무역수지는 472억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무역수지가 연간 적자를 기록한 것은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08년(132억6000만달러 적자) 이후 14년 만이다. 적자 규모도 이전 최대였던 1996년(206억2000만달러)의 2배를 넘어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수출은 최대 실적을 달성하며 선방했다.

반도체(1292억3000만달러)·석유제품(630억2000만달러)·자동차(541억달러)·이차전지(99억9000만달러) 등이 역대 최대 수출 실적을 보이며 대한민국 수출의 버팀목 역할을 했다. 이 중에서도 시스템반도체·전기차·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수출은 최고 실적 경신과 함께 각각 상위품목 내 비중도 확대하며 수출산업의 고부가화 경향을 나타냈다고 산업부는 설명했다.

세계 수출 순위는 전년 7위에서 지난해 6위(1∼9월 기준)로 한 단계 올랐다. 일본·독일·이탈리아 등 주요국보다 높은 12.2%의 수출 증가율을 달성했다.

그러나 수입액이 크게 늘어난 점이 문제였다. 글로벌 에너지 위기 등 여파에 지난해 수입액은 전년보다 18.9% 늘어난 7312억달러로 집계됐다. 특히 3대 에너지원인 원유·가스·석탄의 수입액이 1908억달러에 달해 무역적자 발생의 핵심 요인으로 작용했다.

지난해 12월 수출과 수입은 전년 대비 각각 9.5%, 2.4% 감소한 549억9000만달러와 596억8000만달러로 46억9000만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수출은 3개월 연속 감소했고 무역수지는 9개월째 적자 행진이 이어졌다. 무역수지가 9개월 이상 연속 적자를 기록한 것은 1995년 1월∼1997년 5월 이후 25년여 만이다.

한편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인천공항 대한항공 제1화물터미널에서 신년 반도체 수출 현장을 점검한 뒤 기자들과 만나 반도체 투자 지원 강화 방안과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께서 지적을 해줘서 바로 검토를 시작했다”며 “이번 주에 어떤 세제지원을 가져갈지 발표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추 부총리는 “지금보다 투자세액공제율은 높이 가야 할 것 같다. (세액공제율이) 기본 두 자릿수는 돼야 하지 않겠냐”면서 “반도체 등 국가전략산업에 대한 투자세액공제를 높여야겠다”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반도체·배터리·백신 등 국가전략기술에 대한 대기업의 시설투자 세액공제율을 6%에서 8%로 높여주는 내용의 세제개편안을 마련해 국회에 제출했고, 여야 합의로 통과됐다. 하지만 이를 두고 재계에서는 미국, 대만 등과 비교해 세액공제 혜택에 낮다며 반발해왔다.

곽은산 기자, 세종=이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