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야” 했다가 탄광행... 北, ‘남한식 말투’ 단속 강화
북한 대학생들이 ‘남한식 말투’를 썼다가 퇴학처분을 받고 탄광에 배치된 것으로 전해졌다.
1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최근 청진농업대학 학생 4명이 남한식 말투로 전화를 하다가 퇴학처분을 당하고 온성탄광으로 강제 배치됐다. 온성탄광은 근무 환경이 매우 열악해 혁명화 대상자들이 주로 내려오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대학생 4명 중 1명이 ‘역전기다림칸’에서 통화를 하다가 “자기야”라는 말을 썼다가 단속요원에게 적발됐고, 나머지 3명은 이에 동조했다는 이유로 함께 처벌받았다고 한다.
함경북도 한 주민 소식통은 지난달 27일 RFA에 “요즘에도 대학생을 비롯한 청년들 속에서 ‘괴뢰 말투’(남한식 말투)를 쓰는 현상이 사라지지 않고 있어 당국이 연말을 맞아 이에 대한 단속과 청년사상교양 강화를 지시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지시가 또다시 내려오게 된 데에는 이달 초 청진농업대학 학생들 속에서 손전화 통화를 하면서 남조선 말투를 사용하다 단속되는 사건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소식통은 “이번 사건으로 청진시를 비롯한 함경북도의 도시에 소재한 대학의 학생들 속에서 손전화 통화와 일상생활에서 괴뢰 말투를 사용하는 데 대한 경각심이 한층 높아졌다”며 “이전에는 괴뢰 말투를 사용하다 단속에 걸려도 다시는 사용하지 않겠다는 반성문 작성과 자아비판 정도로 끝났는데 처벌 강도가 점점 더 세지고 있다”고 전했다.
양강도의 한 주민 소식통도 비슷한 증언을 했다. 이 소식통은 “(북한이) 이번 기회에 비사회주의 행위를 뿌리뽑기 위해 청년동맹에서 청년교양 사업을 철저하게 집행할 것을 지시했다”며 “중앙에서는 청년동맹 간부들을 모아 놓고 비사회주의 현상 척결에 대한 의지와 책임성이 부족한 간부들은 사상 검토를 하겠다고 경고했다”고 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무슨 일만 생기면 간부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당국의 태도에 불평을 토로하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고 이 소식통은 전했다.
한편 북한은 한국 콘텐츠가 암암리에 유통된 이후 줄곧 평양말 사용을 장려하고 있다. 남한식 말투 및 영어식 표현으로 인해 체제 결속력이 약화하는 상황을 극도로 경계하는 것이다. 2020년 12월에는 남한식으로 말하고 글을 쓰면 2년 이하의 노동교화형 혹은 노동단련형에 처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제정하기도 했다.
지난해 9월 노동신문은 ‘사회주의 생활양식’ 제목의 정치용어해설 코너에서 “언어생활에서 주체를 세우고 가장 우수하고 순수한 평양 문화어를 살려 쓰며 우리 식이 아닌 말투와 외래어가 절대로 끼어들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전체 인민이 우리 문화가 제일이고 우리의 생활 양식과 도덕이 제일이라는 긍지와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며 “노래를 하나 불러도 우리의 것을 즐겨 부르고 춤을 추어도 우리 장단에 맞추어 추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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