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장에 2억 없으면 운전하지 마” 되레 보험사가 당했다 [어쩌다 세상이]
형사합의금 2억까지 치솟아
‘가짜사고’ 보험사기 빌미 제공
교통사고처리지원금과 벌금, 변호사 선임 비용 담보를 소위 운전자 보험의 3대 특약이라고 부릅니다. 운전자보험 가입자 대부분은 3대 특약을 가입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교통사고처리지원금 담보는 교통사고로 인해 상대방을 사망케 하거나 중상해(불구(不具)가 되거나 불치(不治) 또는 난치(難治)의 질병이 생긴 경우)를 입힌 경우 또는 중앙선 침범, 과속 등 12대 중과실로 교통사고를 일으킨 경우 피해자와 형사합의를 해야 하는데, 이때 피해자에게 지급해야 하는 형사합의금을 보상하는 담보입니다.
그 외에 벌금 담보는 말 그대로 법원으로부터 벌금형을 선고받은 경우 국가에 내야 할 벌금을 보상하는 담보입니다. 변호사 선임 비용 담보는 교통사고로 인해 형사 재판을 받게 될 때 변호사 선임에 들어가는 변호사 선임 비용을 보상하는 담보입니다.
보험사들의 적극적인 홍보와 실제 교통사고가 발생했을 때 그 효과를 톡톡히 경험한 보험계약자들의 입소문으로 운전자보험은 최근 운전자들의 필수 보험으로 자리 잡게 됐습니다.
이중 교통사고처리지원금 담보는 과거 보상금액이 사망 시 2000만~3000만원 정도였는데, 최근에는 사망 시 2억원까지 보상하는 상품이 판매되고 있습니다. 불과 2~3년 사이 보상 한도가 10배나 뛴 것입니다.
보험사들은 올해 4월 20일 개정 도로교통법 시행에 따라 어린이 보호 구역(스쿨존)으로 지정할 수 있는 곳이 대폭 확대됨에 따른 공포마케팅의 일환으로 이같이 담보 한도를 높였습니다.
공포마케팅은 예컨대 통장에 잔고가 2억원 있으면 운전하고 그렇지 않으면 운전자보험에 가입해 대비하라는 식입니다. 스쿨존 사고에 대한 공포감을 조장한 것이죠. 이런 식으로 보험사들은 운전자보험 가입 실적을 꽤 올렸습니다. 그러나 실제 형사합의금이 2억원까지 지급된 사례는 없습니다. 1억원 상당으로 지급된 사례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죠.
이 교통사고처리지원금 담보와 관련해 얼마 전 손해보험사 직원이 연루된 보험사기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보험사에 교통사고처리지원금 담보를 청구할 때는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에 작성한 형사합의서, 경찰 조사 후 경찰서에서 발급해 주는 교통사고사실확인원, 수사를 마친 후 검사가 작성하는 공소장, 피해자가 사망한 경우라면 사망진단서, 부상이라면 진단서 등이 필요합니다.
보통사람의 경우 교통사고로 형사처벌을 받는 일은 평생에 한 번 있을까 말까한 일입니다. 이 때문에 일반인들은 교통사고사실확인원이나 공소장이라는 서류가 어떻게 생겼는지 잘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보험사에 근무하면서 교통사고처리지원금 담보 지급을 담당하는 직원들은 사정이 다릅니다.
평소 업무를 하면서 관련 서류들을 자주 접하고 익숙한 보험사 직원 A씨와 보험사 자회사 직원인 B씨는 보험사가 교통사고처리지원금 담보를 지급할 때 수사기관이나 법원을 통해 실제로 교통사고로 수사 중인지 혹은 수사를 마치고 검사가 법원에 공소를 제기했는지 잘 확인하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했습니다.
이들은 교통사고사실확인원, 공소장, 진단서 등을 위조해 가상의 교통사고를 만든 후 형사합의서를 작성해 고액의 보험금을 편취하는 방법으로 보험사기를 저질렀습니다.
사건이 있은 이후 문제가 발생했던 보험사는 교통사고 사실 여부를 확인하게 됐습니다. 피보험자(보험사고 대상)가 교통사고처리지원금 담보를 청구하면 조사 직원을 보내 가해자를 만나게 한 다음 형사사법포털 등을 통해 실제로 교통사고로 수사를 받은 것이 맞는지 확인 후 보험금을 지급하게 된 것입니다.
개인정보보호 문제로 보험사가 직접 수사기관에 피보험자가 교통사고로 수사를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인지 확인하기 곤란한데다가 고액의 보험금이 생각보다 간단한 절차로 지급되다보니 이런 유형의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보입니다.
법무법인 한앤율 한세영 변호사는 “해당 사건의 당사자들은 아마도 보험사기는 물론 그 외에도 공문서, 사문서 위조 및 동행사죄 등으로 처벌 받게 될 것이고 피해금액이 크기 때문에 실형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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